간접 경험의 즐거움

<런 올 나이트> 피는 물보다 진하다

새 날 2015. 3. 2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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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니슨이 얼마나 많은 국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지 나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나 어쨌든 내겐 그의 목소리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그동안 관람했던 그의 출연 작품 대부분으로부터는 왠지 그의 목소리와 같은 기묘한 분위기가 느껴져 오던 터다.  이를 말로 형언하기란 무척 어려운 노릇이다.  하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그의 목소리 톤과 같은 무언가 음울하거나 몽환적인 분위기가 배어나온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근래 리암 니슨이 출연한 영화 관람이 유독 잦았던 건 순전히 우연이었거나, 그도 아니면 그가 유달리 영화 출연이 많았던 이유일 테다.  '런 올 나이트' 역시 전형적인 '리암 니슨표 - 리암 니슨식' 영화라 할 만하다.  심지어 주정뱅이 역할까지 이전 작품들을 쏙 빼닮았다.  이 작품은 부정(父情)과 또 다른 부정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시종일관 몰입감 높은 액션 장르의 영화다.

 

자신의 보스인 숀(에드 해리스) 주변에서 그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은퇴 킬러 지미(리암 니슨), 그는 과거의 끔찍했던 행적 탓에 아들 마이클(조엘 키나만)과의 사이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아니 소원한 정도가 아니라 마이클이 지미를 아버지라 여기지 않을 만큼 두 부자 사이는 최악이었다.  마이클은 결혼하여 자녀 둘과 함께 가정을 꾸린 채 알콩달콩 살아가던 와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숀의 아들인 대니(보이드 홀브룩) 일당이 누군가를 살해하는 장면을 일터에서 우연히 목격하게 된 마이클, 결국 그는 이 때문에 대니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지미가 아들의 난처한 상황에 개입하며 마이클에게 도움을 주면서 지미와 그의 보스 숀은 점차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치달아가는데 ...



지미와 숀의 관계는 사실 직접 피를 나눈 관계가 아니더라도 조직 내에서의 보스와 충신 사이이기에 어찌 보면 어쭙잖은 인척보다 더욱 끈끈한 관계일 수 있다.  지미는 숀을 극진히 따르는 입장이었으며, 숀 역시 지미와 끝까지 함께할 것을 입버릇처럼 되뇌어 왔듯 서로 간의 관계는 누가 보더라도 굳건했다.  그러나 각자의 아들을 둘러싼 이해관계 앞에선 결국 물보다 피가 진하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숀의 대니에 대한 부정(父情)과 지미의 마이클에 대한 부정, 이 부정 대 부정의 숙명적인 대결은 결국 누구의 승리로 끝나게 될까?

 

아버지의 아들을 향한 무한 애정과 자신의 아버지임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좋지 않았던 아들의 감정 변화가 액션에 가미되며 단순한 볼거리뿐 아니라 스토리의 탄탄함에도 일조하고 있다.  마이클은 아버지의 과거 행적이 부끄러워 그를 부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진심으로 다가오는 지미 앞에서 차츰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리암 니슨 출연작이자 이 영화와 같은 감독 작품인 '논스톱'에선 스토리도 그렇거니와 통쾌한 액션 장면 따위가 없어 영 별로였으나, 문자 메시지의 자막 처리 방식이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만큼 꽤나 혁신적으로 와닿았던 기억이 있다.  이번 영화 역시 같은 감독 작품이라 그런지 '논스톱'에서처럼 이 영화만의 색다른 시도가 엿보인다.

 

다름아닌 카메라 연출 기법이다.  마치 드론을 도심 한 가운데 띄워 이곳저곳을 수직 상승 내지 낙하시키거나 두루 날아다니며 촬영한 듯한 3차원적인 공간 이동 장면은 그동안 이러한 류의 장르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법이라 할 만하다.  어찌 보면 흔하디 흔한 액션 장르의 뻔한 작품 같지만 그동안 자움 콜렛-세라 감독이 내놓은 작품들로부턴 나름의 기발한 장치 한 가지씩 선보여 오던 터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보스와 부하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또 다른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점차 얽히면서 그를 둘러싼 숙명적인 대결을 통해 시종일관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의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손색없는 영화다.

 

 

감독  자움 콜렛-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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