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위플래쉬> 천재를 빚는 그만의 방식

새 날 2015. 3. 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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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 영화,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완성된다'라는 에디슨의 격문이 옳음을 입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천재란 말그대로 하늘이 점지해 준 재능을 지닌 사람인데, 그러한 재능을 타고 나지 못한 범인들에겐 자신을 천재로 이끌어줄 뛰어난 스승이 필요하다는 사실 또한 각인시켜준다.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드러머를 꿈꾸던 한 음대생 앤드류(마일스 텔러)가 어느날 자신의 학교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던 밴드 팀에 발탁되며, 그곳에서 만난 스승 플렛처(J.K.시몬스)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내고 결국 최고의 드러머로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다.  영화 속에선 시종일관 앤드류의 피눈물 나는 노력과 플렛처의 악마와도 같은 조련, 그리고 드럼 소리만이 스크린을 가득 메울 뿐이다. 

 

 

그러나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긴장감 높은 전쟁 속으로 관객들을 절로 빠져들게 만든다.  관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나 플렛처의 교육 방식에 관한 문제일 것 같다.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훌륭한 제자로 양성하기 위해 플렛처가 사용한 방식은 그야말로 폭군에 가깝다.  욕설과 막말은 기본이고, 때로는 지역 비하나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언사를 내뱉으며 제자의 자존감을 바닥 아래로 완전히 끌어내리기 일쑤다. 



물론 그의 의도는 뚜렷하다.  제자의 자존심을 건드려 그로부터 비롯된 분노의 에너지를 실력 향상으로 승화시키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러한 교사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면 아마도 '일베하는 교사'라는 낙인이 찍혀 다시는 교단에 얼굴을 비치지 못할 것 같다.  그 정도로 과격하기 그지없다.

 

 

그 어느 때보다 인권이 중요시되고 있는 요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지는 교육사회 일각에서의 교묘한 인권 침해 행위는 점차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이의 기준을 따르자면 플렛처는 전형적인 인권 침해 교사에 해당한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자고, 또한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해온 사람이라 해도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그만의 교육 방식 때문에 그는 교사로서의 자격을 잃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난 다른 측면에서 그를 바라보고자 한다.  애초 연주에 관한 한 새내기에 불과했던 앤드류라는 인물을 발탁한 플렛처는, 그의 성장 가능성을 진작부터 점찍어 두었다는 의미에서 매우 날카로운 매의 눈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며, 비록 경쟁자 앞에서 공개적으로 앤드류를 깔아뭉개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일삼긴 했지만, 그 역시 오늘날의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다분히 의도적으로 취한 행동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의 진짜 면모는 의외로 다른 곳에서 드러난다.  강단에선 무척이나 냉혹한 플렛처였지만 그외의 측면에서 바라볼 땐 손색 없을 정도로 가슴 따뜻한 인물로 그려져 있다.

 

 

플렛처의 밑도 끝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채찍질은 앤드류를 점차 광기로 빠져들게 만든다.  심적으로 여리디 여린 앤드류, 그가 어렵사리 사귄 여자친구에게조차 세계 제일의 드러머로 성장하기 위해 이별을 통보할 만큼 플렛처 효과는 대단하다.  우수한 자질을 지닌 이들과 함께 좋은 환경에서 교육 받게 될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실력은 일취월장하는 법, 플렛처는 이러한 생리를 절묘하게 이용하여 제자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한껏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를 못이기는 대다수의 제자들은 결국 도태되어 다른 길을 가게 되며, 끝까지 살아남은 자 또한 플렛처만의 한계를 뛰어넘는 조련 방식의 마지막 표적이 된 채 지속적인 실험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러한 그만의 교육 방식이 존재하였기에 앤드류와 같은 보잘 것 없던 이도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결국 천재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셈이다.  어차피 플렛처의 교육 방식을 이겨내지 못하는 범인들은 모두 도태되어 다른 방향으로 향할 테다.  "단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살린다"라는 모 재벌 회장의 경영론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애초부터 100% 타고난 천재가 아닌 이상 범인에 불과하던 앤드류와 같은 인물이 천재로 성장하여 만인에게 기쁨을 선사해주고 우리 사회를 한 걸음 진보시키는 토대가 되도록 만듦에 있어 결국 플렛처 류의 혹독한 방식은 필요악이라 여겨진다.  때문에 그의 교육 방식은 옳다.

 

 

감독  데미언 차젤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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