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리퍼트 대사의 김기종씨 처벌 의사, 씁쓸하다

새 날 2015. 3. 1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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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주한미국 대사가 자신을 피습한 김기종씨에 대한 처벌 의사를 경찰에 밝힌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비단 미국 대사가 아니더라도 외교사절에 대한 폭력은 절대로 벌어져선 안 될 행위이기에 다시 한 번 미국과 리퍼트 대사에 대한 위로의 말씀 전하는 바입니다.  아무쪼록 빠른 시간 내 피부의 상처는 물론이거니와 혹여 마음에 입었을지도 모를 내상까지 모두 깨끗하게 치유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데 이 보도를 접하면서 솔직히 전 무언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니 다른 쪽으로의 오해는 없었으면 합니다.  리퍼트 대사가 김기종씨에 대한 처벌 의사를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그가 살인죄에 준할 만큼 엄중한 처벌을 피해갈 수 없다는 건 기정사실일 겁니다. 


오히려 수사당국은 그에게 국가보안법 혐의마저 적용시키며 명백한 테러 행위임을 입증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모습이 읽히고 있습니다.  당사국인 미국에서조차 단순한 개인 일탈에 의한 폭력 행위로 보고 있는 사안을 우린 굳이 테러 행위로 확대 해석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이러한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만큼 짐작 가능한 일입니다.  이참에 또 다시 종북세력의 싹을 자르겠노라는 수사 당국의 서슬퍼런 의지가 비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리퍼트 대사가 김기종씨의 처벌 의사를 밝힌 작금의 상황이 더욱 달갑지 않게 받아들여집니다.  물론 김기종씨의 폭력 행위를 두둔하자는 의미는 절대 아닙니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해프닝이었을까요?  아니면 오역에 따른 결과일까요?  이 두 가지가 이유라면, 그를 곁에서 보좌하던 이들이 제대로 임무 수행을 못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도 아니면 정말 너무도 억울하고 괘씸한 마음에 그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낸 것일 수도 있겠고요.  그렇다면 결국 문화적 차이인 걸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속마음은 그와 다를지라도 "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 라고 해야 하는 게 정석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처벌 의사의 여부와 관계없이 김기종씨는 어차피 처벌될 사람이니, 이를 통해 자신의 포용력을 드러내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방송용 멘트와 일반용 멘트가 다르듯 말입니다. 

 

리퍼트 대사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당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쾌유를 기원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의 병문안은 물론, 각종 단체와 개인들로부터 잇따른 공연과 위문 등은 오히려 너무 과도하다 싶을 만큼 열광적이었습니다.  리퍼트 대사조차도 이러한 환대에 대해 감사하다는 표현을 감추지 않았으니까요.  대사는 한국인들의 따뜻한 친절에 힘입은 바 비교적 빠른 시간 내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인들은 리퍼트 대사에게 세준아빠라 칭하며 호감을 드러내고 있고, 그 역시 세준 아빠로 살겠다며 이에 화답하였습니다.

 

그랬던 그였기에 김기종씨를 처벌해달라는 의사를 밝힌 점은 의외로 받아들여지며, 다소 당황스럽기조차 합니다.  겉으로는 환하게 웃으며 한국인들의 환대에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 있지만, 정작 속으로는 여전히 응어리진 감정의 찌꺼기가 남은 채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드러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김기종씨에 대한 악감정은 죽을 때까지 지우기가 어려울지도 모를 일입니다.  트라우마로 남은 채 남은 삶의 한 부분을 영원히 차지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고요. 

 

대한민국 사회는 이 사건으로 인해 다시금 두 진영으로 나뉜 채 이념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입니다.  리퍼트 대사의 행동이 더욱 아쉽게 다가오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미국 대사의 한 마디라면 우리의 혼란 상황을 일정 부분 봉합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했을 법한데 말입니다.  김기종씨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고, 피습된 리퍼트 대사의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그에 따른 응분의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합니다.  리퍼트 대사에게 보인 한국인들의 호의를 생각해서라도 조금 더 포용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김기종씨 처벌 의사의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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