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퀴어문화축제’ 서울광장 개최 불허 논란에 부쳐

새 날 2015. 3. 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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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시가 시민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이 포함된 '서울시민 인권헌장' 공표를 거부한 바 있고,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으로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발언한 탓에 잇따른 비판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엔 서울시가 성 소수자 축제인 ‘퀴어문화축제 2015’의 서울광장 개최를 불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행사 조직위 측에선 지난 7년 동안 6번이나 사용 신고를 하러 갔음에도 불구하고 매번 퇴짜를 맞았다며 억울해하고 있는 반면, 서울시에선 다른 행사 일정이 이미 잡혀있기 때문에 빚어진 어쩔 수 없었던 처사라며 이와 같은 논란을 일축하고 나섰다.  물론 대회 조직위 측이 그동안 서울광장 사용 일정이 이미 다른 행사에 의해 예약된 시간에만 우연찮게 신청했을 수도 있으며, 조직위가 의심하는 바와 같이 단지 퀴어축제라는 이유 때문에 불허됐을 수도 있겠지 싶다.  이런 의심을 가능케 하는 건 앞에서 언급했듯 순전히 서울시와 박원순 시장 스스로가 단초를 제공한 탓이다.

 

다만, 난 서울시의 이번 퀴어축제 불허 방침이 전자의 이유 때문이었으면 한다.  즉 서울시가 퀴어축제라고 하여 이를 의도적으로 피한 게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논란은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때아닌 퀴어축제 행사의 성격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아마도 지난해 신촌 일대에서 개최된 퀴어 퍼레이드 때문이 아니었는가 싶다.

 

퀴어문화축제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사회적 약자인 성 소수자들이 주류사회에 던지는 저항 정신을 담아내고 있으며, 자신들을 향한 사회적 편견과 혐오에 대해 이를 극복하고, 일반 사람과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 봐줄 것을 요구하는 행사다.  그들은 퀴어축제의 한 프로그램인 시가 퍼레이드를 통해 자신들의 자긍심을 드높이려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해마다 시가행진이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상 논란의 핵심은 퀴어문화축제의 행사 속성에 담겨있는 듯싶다.  주류에 대한 저항과 풍자의 의미를 담은 때문인지, 조금은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의 시각에서 볼 때 퀴어축제를 통해 다소 민망해 보이거나 풍속을 해칠 만큼 선정적인 의상과 몸 동작을 선보여오곤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자신들의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성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주류사회의 오지랖을 신랄하게 비트는 성격이 강하다.  눈살이 찌푸려지는 연출은 의도적인 장치라는 의미이다.  주류에 편입되지 않았다고 하여 이들에게 정상이 아니라며 손가락질을 해대는 데에 대한 반발 심리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퀴어문화축제의 엠블럼 속에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상이 잘 녹아들어있다.  지난해엔 '사랑, 극복, 혐오'가, 올해엔 '혁명'이란 영문 단어가 그 안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성 소수자를 혐오하지 않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며, 그들만의 이러한 행사를 잘 이해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조차도, 물론 실제로 그런지는 나로선 알 수 없다, 퀴어축제 퍼레이드에서 벌어지는 일부의 행태에 대해 거부감을 호소하곤 한다. 

 

보다 솔직히 표현하자면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성은 절대로 차별 받아선 아니 되며 성적 자기 결정권 역시 존중돼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물론 이조차도 머리속에서만 인정하고 마음에선 아직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서로 다를 뿐 틀린 게 절대 아니라고 하며 다름을 쿨하게 받아들인다 해도 퀴어축제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일부의 행태는, 그들과는 생각이 다른 이들의 안구를 오염시킨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물론 그들과는 다른 입장에 놓인 사람으로서, 성 소수자들이 주류 사회로부터 받는 냉대와 따가운 시선 그리고 차별 따위를 모두 헤아리기는 어려운 일이거니와 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꼴도 지극히 바람직스러운 모양새는 아니지만, 다음 한 가지만은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즉 퀴어축제가 주류에 대한 저항 정신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정하고 이해해주고 싶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퀴어축제가 다른 시각을 지닌 이들로 하여금 동성애를 비롯한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씻어내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어야 하며, 또한 자신들의 권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만일 그렇다면 퀴어축제가 가뜩이나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감으로 가득찬, 생각이 다른 이들의 편견에 의해 오히려 더욱 혐오감을 키우고 부추기도록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어 심히 우려스럽다.  난 솔직히 그들만의 자긍심을 높인다는 행동이 되레 혐오감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빚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왕지사 1년에 한 번밖에 열리지 않는 이러한 행사를 통해 사회에 만연돼 있는 편견을 없애는 기회로 활용하면 어떨까 싶어 슬쩍 던져보는, 이 또한 그들과는 다른 시각을 지닌 어떤 사람의 지나친 오지랖의 한 양태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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