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더 이퀄라이저 vs 존 윅, 닮은 듯 다른 1인 액션극

새 날 2015. 1. 3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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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잃고 나홀로 사는 로버트 맥콜(덴젤 워싱턴), 그의 일상은 무료하기 짝이 없다.  퇴근 후 잠을 못이룰 때면 책 한 권을 집어든 채 집 근처 카페에서 소일하는 게 그의 유일한 낙이라면 낙이다.  그와 항상 비슷한 시각이면 같은 카페를 찾던 앳된 아가씨 하나가 있었는데, 그가 읽는 책에 그녀가 유독 관심을 보여오던 터다.  그녀의 직업은 콜걸이었다.  두 사람은 그다지 깊은 인연이 될 처지가 아니었으나 어쨌든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게 되니,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관심사항이 무언지 물어볼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여느 때와 비슷한 시각에 나타난 그녀, 어디선가 흠뻑 두드려 맞았는지 얼굴이 엉망진창인 채 나타났다.  그리고 매일 비슷한 시각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던 그녀가 그날 이후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필시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으리라 짐작한 그는 카페 주인에게 수소문하여 그녀가 포주에게 폭행을 당한 채 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병원을 직접 찾아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그는 그녀를 만신창이가 되도록 만든 이들을 직접 찾아 나서는데...

 

 

최근 개봉한 영화 '더 이퀄라이저'와 '존 윅'은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우선 처절한 복수극을 담은 스토리도 그렇거니와 키아누 리브스, 덴젤 워싱턴이라는 선 굵은 인기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1인 액션극이라는 측면 또한 그렇다.  때문에 두 작품 모두 '할리우드판 아저씨'라 칭할 만하다.  아울러 그들의 공통 응징 대상이 된 러시아계 마피아는 최근 미국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악의 축 중 하나다.



하지만 1인 액션을 선보인 두 주인공의 특징과 필살기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존 윅은 닥치는 대로 그리고 눈에 보이는 대로 내지르는, 물에서 바로 꺼낸 파닥거리는 물고기의 느낌이라면, 로버트 맥콜은 진중한 움직임과 여유 뒤에 감춰진 엄청난 내공을 지닌 인물로 묘사되어 있어 조금 더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실제로 영화속 덴젤 워싱턴은 너무도 평화롭고 안온해 보여 한껏 여유마저 느껴지게 하는, 그러한 표정이다.  하지만 응징할 상대를 만날 경우 겉으로는 예의 그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실은 그의 눈으로부터는 상대에 대한 철저한 스캔이 이뤄지고, 응징이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초 단위로 정확한 시간을 예측하여 측정할 만큼 민첩하기가 이를 데 없다.  한 마디로 평범함 속에 감춰진 비범함이 그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총 세례를 마구 퍼붓는 존 윅의 주무기는 총이며, 부수적으로 중간중간 맨몸 격투기를 선보이곤 한다.  반면 로버트 맥콜의 주무기는 따로 없다.  주변에 널려있는 온갖 도구들을 무기로 변신시키는, 맥가이버도 울고 갈 정도의 신출귀몰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다 결정적인 상황에선 그 역시 총을 활용하곤 하지만, 그의 평온하기 그지 없는 표정과 주변 사물의 무기 변신 능력은 엄청난 내공으로 다가올 정도다.

 

 

이런 류의 영화를 관람하다 보면 잔인한 장면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지기 일쑤인데, '존 윅'에선 무한 총질 덕분에 겉으로 드러나는 잔인함은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그에 비해 '더 이퀄라이저'에선 러시아계 마피아의 잔혹성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로 일정 수위의 잔인함을 피해갈 수 없다. 

 

아울러 영상미를 따진다는 게 사실 부질없는 짓 같지만 어쨌거나 굳이 비교하자면 '더 이퀄라이저'에게 약간 점수를 더 주고 싶다.  '존 윅'과의 차이점이라면 앞서 비교했던 두 주인공의 특징과 정비례하는 느낌이다.  즉 '존 윅'은 조금 가벼운 듯싶고, '더 이퀄라이저'는 조금 더 진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두 영화 모두 미국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는 선전문구를 볼 수 있었다.  이래저래 닮은 꼴인 두 영화 중 굳이 한 영화를 고르라 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영화적 완성도로 따지자면 '존 윅'보다는 그래도 '더 이퀄라이저'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정확히 영상미의 차이만큼이다.

 

 

감독  안톤 후쿠아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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