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아메리칸 스나이퍼> 그가 겨눈 건 과연 무얼까?

새 날 2015. 1. 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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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 당시 실존했던 미국의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어느날 이슬람 급진세력에 의해 아프리카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현지인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인들마저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TV를 통해 전파된다. 

 

투우장에서 특별한 직업 없이 소일하던 크리스 카일(브래들리 쿠퍼)에겐 남 일 같지 않게 다가온다.  테러 행위로 무고한 미국인들이 숨지는 꼴을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었던 그는 군 입대를 결정, 미국 특수부대인 네이비 씰에 자원한다. 

 

 

훈련 과정은 무척이나 고됐으나 그의 굳건한 애국적 신념은 이를 모두 극복케 하고도 남을 정도다.  우연히 들른 한 술집에서 만난 여성과 사랑에 빠진 그, 교제와 동시에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때마침 911 테러로 인해 뉴욕센터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는 장면을 TV 속보를 통해 실시간으로 감상하던 그의 마음은 어느새 테러와의 전쟁 현장에 가 있었으며, 실제로 첫 파병 명령을 받아 든 그는 기꺼운 마음으로 이를 따른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미군의 안전한 침투가 가능토록 주변에서 출몰하는 적을 사살하는 저격수 역할이었다.  건물 옥상에 은폐 엄폐한 채 첫 임무를 수행 중이던 그에게 부여된 최초의 저격 대상은 공교롭게도 대전차 폭탄을 든 꼬마였다.  방아쇠 위에 얹힌 손가락은 과연...

 

어릴적부터 유달리 애국심이 투철했던 크리스 카일이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테러분자들을 향해 막연하게 쌓아오던 적대감과 분노를, 특수부대 입대라는 돌출 행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 때문에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출난 애국심을 지닐 수 있었을까?  영화 속에서도 슬쩍 드러나고 있지만 그의 성장 과정 속에 그 해답이 있다.  그의 아버지의 역할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가부장적인 데다 보수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에게 어릴적부터 받은 훈육 덕분이다.



전투 장면은 여느 전쟁 영화와 다를 바 없다.  그로 인한 참상 또한 비슷하게 그려지고 있다.  폭탄을 든 아이나 여성에게 총을 겨눌 땐 레전드라 불리는 크리스 카일마저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 보이지만, 사살한 뒤엔 자신의 역할 덕분에 수많은 동료들을 살릴 수 있었노라며 이내 자위하곤 한다.  물론 영화 속에선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살해 장면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실제 교전 중엔 무수한 민간인들이 그의 저격에 의해 숨져갔으리라 예상되는 대목이다. 

 

크리스 카일 그는 분명 미국과 자신의 동료들을 위한답시고 적에게 총부리를 겨누었겠지만, 정작 그의 조준 대상은 크리스 카일 본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가 한 발 한 발 발사한 총알은 결국 스스로를 조금씩 갉아먹어가던 참이었을 테니 말이다.

 

 

지난해 벌어진 호주 인질 참극을 비롯 최근엔 프랑스에서의 테러 참사까지, 이로 인해 전 세계가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미국이 치렀던 '테러와의 전쟁'을 합리화하는 듯한 이 영화는 미국 시각 일변도의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다.  물론 중간 중간 전쟁 후유증을 겪는 참전 용사들을 비추거나 크리스 카일의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통해 전쟁에 대한 회의감을 언뜻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크리스 카일을 전쟁 레전드로 내세우며 이를 명분 삼아 미국은 위대하노라는 사상을 설파하려는 게 결국 이 영화가 만들어진 궁극적인 목적 아닐까 싶다.

 

주연인 브래들리 쿠퍼는 3년전 관람했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속에서의 모습에 비해 많이 후덕해진 느낌이다.  크리스 카일과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부러 살을 찌웠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그러했다.  물론 영화는 그냥 영화로만 바라봐야 하는 게 분명 맞다.  그러나 이 영화, 지극히 미국적인 이데올로기에 거부감을 갖고 계신 분들에겐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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