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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 당시 실존했던 미국의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다.  어느날 이슬람 급진세력에 의해 아프리카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현지인은 물론이거니와 미국인들마저 사망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TV를 통해 전파된다. 

 

투우장에서 특별한 직업 없이 소일하던 크리스 카일(브래들리 쿠퍼)에겐 남 일 같지 않게 다가온다.  테러 행위로 무고한 미국인들이 숨지는 꼴을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었던 그는 군 입대를 결정, 미국 특수부대인 네이비 씰에 자원한다. 

 

 

훈련 과정은 무척이나 고됐으나 그의 굳건한 애국적 신념은 이를 모두 극복케 하고도 남을 정도다.  우연히 들른 한 술집에서 만난 여성과 사랑에 빠진 그, 교제와 동시에 결혼에 골인하게 된다.  때마침 911 테러로 인해 뉴욕센터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는 장면을 TV 속보를 통해 실시간으로 감상하던 그의 마음은 어느새 테러와의 전쟁 현장에 가 있었으며, 실제로 첫 파병 명령을 받아 든 그는 기꺼운 마음으로 이를 따른다. 

 

 

그에게 맡겨진 임무는 미군의 안전한 침투가 가능토록 주변에서 출몰하는 적을 사살하는 저격수 역할이었다.  건물 옥상에 은폐 엄폐한 채 첫 임무를 수행 중이던 그에게 부여된 최초의 저격 대상은 공교롭게도 대전차 폭탄을 든 꼬마였다.  방아쇠 위에 얹힌 손가락은 과연...

 

어릴적부터 유달리 애국심이 투철했던 크리스 카일이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테러분자들을 향해 막연하게 쌓아오던 적대감과 분노를, 특수부대 입대라는 돌출 행동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 때문에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출난 애국심을 지닐 수 있었을까?  영화 속에서도 슬쩍 드러나고 있지만 그의 성장 과정 속에 그 해답이 있다.  그의 아버지의 역할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가부장적인 데다 보수적이기까지 한 아버지에게 어릴적부터 받은 훈육 덕분이다.



전투 장면은 여느 전쟁 영화와 다를 바 없다.  그로 인한 참상 또한 비슷하게 그려지고 있다.  폭탄을 든 아이나 여성에게 총을 겨눌 땐 레전드라 불리는 크리스 카일마저 감정의 기복을 드러내 보이지만, 사살한 뒤엔 자신의 역할 덕분에 수많은 동료들을 살릴 수 있었노라며 이내 자위하곤 한다.  물론 영화 속에선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살해 장면은 절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실제 교전 중엔 무수한 민간인들이 그의 저격에 의해 숨져갔으리라 예상되는 대목이다. 

 

크리스 카일 그는 분명 미국과 자신의 동료들을 위한답시고 적에게 총부리를 겨누었겠지만, 정작 그의 조준 대상은 크리스 카일 본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가 한 발 한 발 발사한 총알은 결국 스스로를 조금씩 갉아먹어가던 참이었을 테니 말이다.

 

 

지난해 벌어진 호주 인질 참극을 비롯 최근엔 프랑스에서의 테러 참사까지, 이로 인해 전 세계가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미국이 치렀던 '테러와의 전쟁'을 합리화하는 듯한 이 영화는 미국 시각 일변도의 지극히 미국적인 영화다.  물론 중간 중간 전쟁 후유증을 겪는 참전 용사들을 비추거나 크리스 카일의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통해 전쟁에 대한 회의감을 언뜻 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크리스 카일을 전쟁 레전드로 내세우며 이를 명분 삼아 미국은 위대하노라는 사상을 설파하려는 게 결국 이 영화가 만들어진 궁극적인 목적 아닐까 싶다.

 

주연인 브래들리 쿠퍼는 3년전 관람했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속에서의 모습에 비해 많이 후덕해진 느낌이다.  크리스 카일과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부러 살을 찌웠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그러했다.  물론 영화는 그냥 영화로만 바라봐야 하는 게 분명 맞다.  그러나 이 영화, 지극히 미국적인 이데올로기에 거부감을 갖고 계신 분들에겐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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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seattlemom.tistory.com BlogIcon The 노라 2015.01.11 15:13 신고

    저는 브래들리를 좋아하지만 이 영화는 보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미국이 이라크에 들어간 명문자체가 정당화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애국적이고 뭐고 해도 크리스 카일이란 인물에 대한 평가는 기본적으로 영화와는 다른 입장이니까요. 위키피디아에서 지금 찾아 보니까 이 사람이 죽였다는 사살자 수가 총 255명인데 그중에서 확실히 확인된 사살자는 160명이군요. ㅠㅠ

    이와 비슷하면서 다른 인물로 911 이후 천문학적 연봉을 뒤로 하고 군입대한 Pat Tillman이란 프로 미식축구 선수가 있었지요. 그분은 911을 테러리스트 공격으로 믿고 진짜 애국심으로 군입대해 미국을 지키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어 근무하다가 사망하셨어요. 근데 처음에는 미군에서 이분 죽음을 미화하고 어쩌고 저쩌고 했는데 알고 보니까 아군이 적으로 오인해 쏜 총에 맞아 사망하셨다는... 더 속상한 건 이분이 아프간에서 미군이 하는 실제적인 일들(미국 지키기와 전혀 관계없는)을 목격하고 충격받아 이게 뭐냐고 말하려고 했다는 것. 슬퍼요. ㅠㅠ

    • Favicon of https://newday21.tistory.com BlogIcon 새 날 2015.01.11 15:14 신고

      입대 과정을 보면 정말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옵니다. 물론 영화니까 최대한 단순화시켰겠지만, 갑자기 TV 보다가 테러 얘기 나오니 열 받아서 입대하고, 테러분자들을 모두 소탕하겠노라고 큰 소리칩니다. 아주 단순하기 그지없어요. 영화속에선 모두 166명을 죽여 레전드라 불리더군요. 사람 죽인 숫자를 세가며 레전드니 어쩌니 하는 걸 보니 정말 역겹습니다. 아무리 저격수라 해도요. 크리스 카일이 죽은 것도 어이없답니다. 언급하신 미식축구선수와 비슷하게 죽었다는.. ㅠㅠ 아무튼 이 영화, 전혀 내용을 모르고 봤는데 괜히 봤다 싶었어요. 시간 낭비 같았다는..

  2. Favicon of https://doitnow61.tistory.com BlogIcon 늙은도령 2015.01.11 15:40 신고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미국에선 보수의 아이콘으로 슈퍼클래스에 속합니다.
    그는 애국심과 가족애에 호소하는 영화를 통해 미국 전통 보수의 정신을 표현해냅니다.

    물론 그의 영화는 미적으로 뛰어납니다.
    사람에 대한 성찰도 깊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갈수록 그의 관점이 보수 근본주의적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 Favicon of https://newday21.tistory.com BlogIcon 새 날 2015.01.12 11:21 신고

      이분 작품 은근 많더군요. 그런데 점차 근본주의 보수적 색채를 띠어간다 하니 조금 그렇네요. 이 영화도 종국엔 미국 만만세로 끝납니다.

  3. Favicon of https://greenhrp.tistory.com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5.01.12 09:49 신고

    미국스러운 영화이군요..
    미국을 위한,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오로지 미국..만을 위해 존재하는 세상...그런거군요...나빠요..미국..ㅎ

  4.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5.01.12 10:20 신고

    스나이퍼 영화로는 207년작인 "더블 타켓"을
    저는 제일로 보고 있습니다만.

    이 영화도 한번 봐야겠네요^^
    소개 감사합니당

  5. Favicon of https://samilpack.tistory.com BlogIcon 포장지기 2015.01.12 10:36 신고

    저희 집에도 스나이퍼 한명 잇는데..
    지나라고...
    주 타깃은 아빠...
    늘 당하는 악당 아빠~~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