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존윅> 이웃집 개를 함부로 죽이지 말라

새 날 2015. 1. 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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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관람 후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이미지는 단연 영화 '아저씨'였다.  미끈하게 잘 빠진, 수려한 미남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부분도 그렇거니와 그들이 펼친 화려한 1인 액션 등 여러모로 비슷했다.  물론 악당을 향해 벌이는 처절한 복수극이라는 측면 또한 공통분모라면 공통분모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이 영화를 두고 흔히들 '할리우드판 아저씨'라 일컫곤 한다.  나 역시 이런 표현에 일정 부분 수긍하는 편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아저씨'의 재미엔 크게 못미친다.  왜일까?  우선 아무리 1인 액션에 방점을 찍은 영화라 해도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고 단순하기 짝이 없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더구나 아저씨를 능가할 획기적인 액션신이 등장하지 않고서야 이미 한껏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일은 더 없이 어려운 일일 테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별 특색없는 액션 영화로 남아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갈 듯싶다.

 

 

한때 러시아계 마피아에 몸담았던 존윅(키아누 리브스), 그는 그쪽 업계에선 전설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한 여자를 만나 이내 사랑에 빠져들고 결혼에까지 이르며 그쪽 일을 관두게 되나 아내가 그만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존윅은 세상 모두를 잃은 듯 실의에 젖고 만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집으로 택배 한 상자가 배달되는데, 뜯고 보니 예쁜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자신이 죽은 뒤 현재와 같은 상황이 되리라 진작 간파했던 현명한 아내가 세상 떠나기 전 그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다.  존윅은 아내 대신 강아지에게 정을 붙인 채 새삼 살아가야 할 이유를 깨닫는다.

 

 

존윅은 68년산 머스탱 한 대를 보유하고 있다.  어느날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던 존윅, 그곳에서 일단의 무리들과 말을 섞게 되는데, 이들은 존윅이 과거 몸담았던 마피아 두목의 아들과 그 패거리들이었다.  이들은 존윅의 정체를 모른 채 머스탱을 빼앗기로 작정하고 그날밤 존윅의 집으로 들이닥쳐 강제로 이를 탈취한다.  아울러 애지중지하던 존윅의 강아지마저 잔인한 방식으로 죽이고 마는데...



소련이 해체됐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라는 나라는 여전히 미국엔 눈엣가시의 존재인 모양이다.  근래 미국 영화들을 보면 러시아계 마피아가 자주 등장하곤 한다.  미국내 러시아계 마피아가 많아 치안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러시아가 여전히 미국의 주적이기 때문에 그런 건지 나로선 알 방도가 없다.  어쨌거나 영화속엔 이들이 꽤나 잔인하게 묘사되어 있다.  때문에 예전 냉전시대엔 소련에 그러했듯 미국이 공공의 적 편견 심기 프로젝트를 통해 러시아를 희생양 삼고 나선 게 아닐까 싶다.  문화 상품에 미국적 이데올로기를 교묘히 심어놓던 예의 그 방식들 말이다.

 

 

키아누 리브스가 1964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벌써 52살이다.  이 나이에 그토록 날렵한 몸매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놀랍게 다가온다.  그의 아내도 영화속에서처럼 얼마전 세상을 떠났으니, 어쩌면 영화 내용이 그의 실제 삶과 묘하게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시종일관 우울한 그의 연기는 사뭇 진지해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중간중간 썰렁한 웃음 코드가 배치돼 있긴 하다.  그가 죽인 사체들을 처리하는 업체의 등장과 살인사건이 벌어졌음을 알고도 마피아와 일종의 커넥션이 있음을 암시하는 듯한 경찰의 묵인 태도는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분명한 건 이 영화속에서의 키아누 리브스는 '아저씨'에서의 원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 외모나 액션 장면이 여전히 수려하다는 사실이다.  굳이 키아누 리브스 한 사람만을 보기 위해 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비교적 괜찮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중심으로 한 1인 액션 활극이기에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아울러 아무 생각 없이 무한 총질과 일당백의 신기에 가까운 액션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비교적 추천해 줄 만하다.  다만, 아저씨 그 이상을 바란다면 비추다.  아울러 이런 영화로부터 특별한 메시지 따위를 건질 생각이라면 더 비추다. 

 

총을 들고 서 있는 수십명의 조폭이 어떻게 단 한 명에 불과한 존윅을 죽이지 못한 채 오히려 그에게 차례로 죽임을 당할 수 있는 건지, 아무리 영화라 해도 도저히 이해 불가하다며 박박 우기실 분들이라면 당연히 관람을 자제해야 할 듯싶다.  물론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절대로 '이웃집 개를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메시지가 바로 그 중 하나다.

 

 

감독  데이빗 레이치 / 채드 스타첼스키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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