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여러분의 부부애는 안녕하신지요?

새 날 2014. 12. 2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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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조조 관람을 위해 영하의 차가운 기온과 눈발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서 과감히 외출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흥행몰이가 무척 매섭습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총 누적관객수 240만명을 넘어서며 박스오피스 3위에 등극했다고 합니다.  저희 부모님도 이에 일조하신 셈이로군요. 

 

이 추세대로라면 다양성 영화 신기록을 수립했던 '워낭소리' 관객수 293만 4433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정말 이례적인 흥행이라 할 만한데요.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걸까요?

 

모름지기 많은 사람들이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왜 삶이 너무 팍팍하거나 지치고, 또한 세태가 험악하다고 느껴질 때 결국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건 가족밖에 없다고들 흔히 말하잖아요.

 

ⓒ다음(Daum) 영화

 

물론 이 영화의 흥행은 먼저 관람하신 분들의 입소문이 가장 크게 작용했으리라 짐작됩니다만, 작금의 사회 분위기가 한 몫 단단히 했으리란 관측 또한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최근 대법원이 발간한 ‘2014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 20년차 이상 부부의 ‘황혼이혼’ 건수가 무려 3만 2433건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합니다.  가족해체시대를 실감해야 할 만큼 부부 사이가 그리 좋지 않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는 셈인데요.

 

때문에 현실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애틋한 노부부의 사랑을 스크린을 통해서나마 바라보며, 대리만족과 삶의 위안을 얻기 위해 상영관으로 발걸음이 옮겨지고 있는 게 아닐까 조심스레 예측해 봅니다.  뿐만 아니라 어려운 경제 여건과 각박한 세태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 단위랄 수 있는 가정을 돌아보게끔 하는 동인이 될 수도 있었을 테지요. 



아울러 부모 봉양 문화가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 속에서 스스로의 노후를 걱정해야 할 만큼 가장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 자식에게 의지해 오던 관행이 갈수록 퇴색되어가고 결국 함께 의지할 수 있는 건 배우자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도 반영됐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만큼 부부관계가 더욱 중요해져 감을 피부로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은 앞에서 든 사례처럼 별로 좋지 않은 관계가 대세를 이루고 있으니,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일종의 판타지적 요소로써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젊은 계층에 지나치게 편중된 우리 대중문화에 대한 반발 심리가 내포되어 있는 게 아닐까도 싶습니다.  주로 10대 20대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대중문화의 홍수 속에서 노부부의 애환을 담은 작품은 마치 한 줄기 빛과 같이 소중하게 와닿고 있는 것입니다.  평소 대중문화를 즐기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마땅치 않았던 계층에게 있어 이 영화는 그야말로 소금과도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이 영화를 관람하고 오신 뒤 과연 어떤 말씀을 하실지 벌써부터 기대 됩니다.  아무쪼록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져 영화 속 노부부처럼 서로 맘껏 사랑하며 백년해로하셨으면 하는 바람 가져봅니다.  아울러 연말연시 더욱 많은 연인과 부부 그리고 가족 단위의 관람이 이어져 우리 사회에 따뜻한 기운을 잔뜩 불어넣으며 다양성 영화 부문에서의 새 기록마저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부부애는 안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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