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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

<그랑블루> 장엄한 대자연과 인간이 그려낸 서사시

무려 25년 전의 영화가 다시 돌아왔다. 물론 국내 개봉은 1993년에 이뤄졌기에 그로부터는 20년이란 세월이 흐른 셈이다. 다시 개봉되는 이번 작품엔 "리마스터링 감독판"이란 부제가 붙었다. 그렇다면 1993년 국내 개봉작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진 걸까? 안타깝게도 20년 전 이 영화를 감상하지 못한 난 변화된 부분을 감지할 수 없었다. 다만 배급사의 홍보물에 떠도는 전언에 의지하여 굳이 읊어본다면, 삭제되었던 58분의 분량이 복원되었고, 아날로그 필름으로 찍었던 당시의 화면을 디지털화하여 HD화면으로 리마스터링한 것이란다. 신기하다. 강산이 두 번 이상은 변했을 법한 시간의 흐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왜 촌스럽거나 어색하게 와닿지 않는 것일까? 물론 그 이유로 뤽 베송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을..

<에브리데이> 일상의 조각이 모여 삶이 완성된다

독특한 느낌의 영화다. 감독으로선 흥행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법한데, 철저히 이를 무시한 느낌이다. 적어도 내 느낌은 그랬다. 솔직히 재미없다. 아니 지루할 정도다. 감독은 매우 불친절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마치 흑백의 무성 영화처럼 반복되는 일상을 감정의 기복 없이 꿋꿋하게 연출하더니, 결국 영화가 내포하는 의미마저 퍼즐 맞추듯 관객 스스로가 찾게끔 만든다. 물론 그러한 되새김질 없이 보통의 영화처럼 영상만으로 놓고 본다면, 아마도 기겁을 해야 할 정도로 무미건조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영화 속 일상들을 조각 조각 흩뿌려 놓아 관객들이 조각 맞춤을 스스로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아마도 감독의 노림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네 자녀와 아내 카펜(셜리 헨더슨 분)만이 남은 한..

<스타 트렉 다크니스> 공간 워프? 시대마저 워프한 대작

스타 트렉, 어릴적 다른 TV 방송으로의 채널 돌리는 중간 중간 걸려든 주한미군방송 AFKN을 통해 가끔 불 수 있었던 드라마다. 물론 미군들을 위한 방송이니 당연히 영어로 떠둘어댔을 터, 말귀를 알아들을 수 없어 내용은 철저히 무시한 채 그저 이미지만을 스캔하는 일이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작정하고 본 기억은 없는 듯하다. 대충 커다란 우주선 하나가 늘 등장했고, 그 안엔 귀가 뽀족하게 생긴 - 당시엔 외계인이라 생각함 - 승무원과 다른 여타 승무원들이 탑승하여 우주를 유영하며, 여러 에피소드를 엮어가는 이야기 구조였던 걸로 기억한다. 영화가 끝난 후 팜플렛을 슬쩍 보니 이 영화에 앞서 이 만들어졌었는가 보다. 하지만 이 포스팅은 비기닝에 대한 내용도, 예전부터 방송되어 왔던 드라마에 대한 ..

<송포유> 나의 천사여, 내 노래 듣고 있나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란 노래가 있습니다. 김목경의 노래를 김광석이 리메이크하여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해 주었던 노래인데요. 영화 보는 내내 이 노래가 떠오르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작년에 감상한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가 오버랩되어지기도 하는군요. 주된 이야기의 구조는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이지만, 그 안엔 가족 간의 갈등 치유와 더불어 따뜻한 가족애가 함께 녹아있어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해 줍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 새하얗게 변색되어지고, 앞머리와 속알머리 숭숭 빠진 꼬장꼬장 고집불통 아서(테렌스 스탬프 분), 암에 걸려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매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 이 두 노부부의 애정은 남달랐습니다. 특히 아서의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더욱 깊어, 잠자리에 그녀가..

<링컨> 보편적 가치와 진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다

지난주 예정되어 있던 시사회가 극장 측의 기술적 문제로 인해 상영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덕분에 한 주 늦은 3월 7일에서야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시사회장으로 가는 길의 대기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중국에서 한창 이슈화되고 있는 맹독성 스모그까지는 아니었지만, 미세먼지 등이 잔뜩 끼어 주변을 온통 부옇게 만들어 놓은 바람에 숨쉬기가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숨쉬기.. 평소엔 잘 의식 않는 우리 몸에서의 자연스런 생리 활동입니다만, 이렇듯 무언가 제약 조건이 주어질 때면 비로소 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니 평등이니 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만... 영화 '링컨'은 노예제도 폐지를 통한 인류의 보편적 가..

<남쪽으로 튀어> 웃음코드로 버무린 진지함

실은 무겁고 심각하며 진지한 내용이지만, 그러한 진중함을 관객들에게 결코 강요하지 않는다. 그래서 묘미가 있는 영화다. 가벼운 웃음으로 시작한 영화는 끝까지 그 분위기를 견지해 나간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영화가 끝난 뒤 가볍게 웃으며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던 이유이다. 하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웃음으로만 넘겨 버리기엔 영화 속에 담겨진 메시지가 너무 공허해지는 느낌이다. 용산참사로 시작을 알렸던 현 정권은 4대강 살리기라는 거대한 삽질로 마무리지으며, 이제 그 정점에 서 있다. 이 영화의 웃음코드 속에는 5년 내내 국민들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비정하면서도 무지막지한 개발에만 온 심혈을 기울여 온 현 정권에 대한 따가운 비판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최해..

<베를린> 하정우의 1인 액션 활극

보는 내내 영화 '아저씨'가 떠오르는 거다. 사실 전혀 관련이 없을 듯한 내용과 장르인데도 말이다. 출연한 배우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고, 해외 올 로케이션이란 스케일 측면을 놓고 보더라도 분명 기대할 만 한 요소가 많았던 영화임엔 틀림 없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그만큼 아쉬움 또한 크게 와 닿는다. 솔직히 뭐라 표현하기 참 거시기하다. 스토리가 탄탄하여 자연스레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의 강한 흡인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닌, 결론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픈 장르의 영화가 되어버린 느낌이라 아쉬움이 더 크다. 빈약하기만 한 스토리에 무언가 거창한 것을 억지로 만들어 자꾸 우겨 넣으려 한 느낌을 받다 보니, 화면 구성은 복잡해지고 번잡스럽기조차..

<더 헌트> 진실 외면한 마녀사냥

루카스(매즈 미켈슨 분), 그의 처절한 눈빛 속에 진실이 있다. 한 사람에게 찍는 '낙인'과 '마녀사냥'이 그와 그 주변인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다. 굳이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얘기일까. 그렇지 않다. 진실을 외면한 낙인은 개인 뿐 아니라 특정 집단이 그 대상이 되기도 한다. 루카스에게 우연히 씌워진 단 한 번의 낙인, 진실 따위는 알려고도, 알고 싶지도, 알 필요도 없다. 오로지 그에게 씌워진 '낙인'만이 진실이 되어, 갑자기 돌변한 주변인들의 그를 향한 집단 이성 마비 증상과 광기어린 행동만이 있을 뿐... 조그만 마을에서 유치원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루카스, 주변엔 친구들도 많고, 유치원에서의 생활도 그럭저럭이다. 비록 그는 이혼하여 전처, 아들과는 떨..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사랑을 통해 찾는 희망

이 영화, 부러 관심을 꺼버린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사실 제목부터 살갑지 않게 와 닿은 측면이 있다. 때문에 뜻은 고사하고 제목도 기억 못한 채 도착한 시사회장, 영화 마케팅 담당자들이 입구에 서서 관객들을 상대로 한 인터뷰에 여념이 없었다. 내게도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난해한(?) 제목과 짐작 조차 어려웠던 영화 내용 때문에 난색을 표한다. 친절한 담당자께선 우리와 같은 이들을 위해 일일이 제목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 주고 계셨다. 실버라이닝... 희망을 뜻한단다. 사회성에 대한 주제의식이 살짝 덧칠해져 있긴 하지만 결국 영화의 주된 흐름은 사랑놀음이다. 다만 그 사랑의 주체가 각각 아픈 과거로부터 기인한 정신적 충격에서 오는, 반 사회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란 설정이 조금 특이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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