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르와 놀아주기 위해 욘석이 머물고 있는 거처에 잠깐 들렀다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미르 곁에 비둘기의 사체 한 마리가 놓여져 있고, 그 옆으로는 무수한 비둘기의 깃털이 흩뿌려져 있었다. 그야 말로 눈 뜨고선 도저히 볼 수 없는 대참상 그 자체였다. 대충 어떤 상황이 연출되었을런지 감이 왔다. 그렇잖아도 미르의 사료를 호시탐탐 노리며 떼로 몰려다니곤 했던 '날으는 도심속 여우' 비둘기들이다. 미르 밥 줄 시간이면 귀신 같이 알아채고선 많게는 십여마리씩 앞집 처마에 줄줄이 앉아 미르 사료 나오기만을 두 눈 빠지게 기다리곤 했던 녀석들이다. 이 날짐승들, 사람은 적당히 무서워하면서도 미르 따위 전혀 의식 않는 듯했다. 틀림없이 이게 화근이 된 게다. 근래 평소보다 사료가 헤퍼진 것 같긴 하다. 미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