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말라뮤트가 하울링 하는 진짜 이유

새 날 2013. 12. 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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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봉한 영화 <하울링>을 관람하게 된 건 우리집에 말라뮤트 한 마리가 서식중이라는 이유 때문이 결코 아니다.  우연히 해당 영화 티켓 한 장을 얻게 되었는데, 혼자 보기엔 너무 청승맞고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엔 또 아깝고 하여 추가로 한 장을 더 구입, 마눌님과 함께 관람하게 된 게 계기라면 계기다.

 

솔직히 영화는 별로였다.  속된 말로 '돈 주고 보기엔 아깝다'라는 표현이 똑 알맞을 것 같다.  물론 나이를 먹어가며 쇠퇴해가는 기억력의 한계도 한 몫 하겠지만(실은 이게 제일 크다 ㅠㅠ),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흔적 따위가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건 그 만큼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나 내용이 부실하여 임팩트가 약했다는 의미일 테다.

 

영화 <하울링>속 늑대개 질풍이, 욘석은 진짜 개다

 

그래도 확실히 각인돼있는 사실 하나, 너무도 생뚱맞고 어색하여 극의 분위기에 찬물을 확 끼얹었던 주인공 이나영의 나래이션이었다.  아울러 초대형 가짜 늑대개는 왜 이렇게 웃기던지...

 

말라뮤트의 하울링 얘기를 하려던 참인데, 서설이 너무 길었나 보다.  각설하고, 지금부터는 말라뮤트가 왜 하울링을 하는지에 대해 알아볼까 한다.  물론 이는 순전히 우리집 말라뮤트 미르를 키우며 직접 경험해 본 내용을 토대로 한 글이기에 과학적 원리 따위는 철저히 무시됐고, 아울러 보편적이지도 않은 지극히 편향적인 내용일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바란다.

 

 

우선 하울링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청승맞게 길게 짖는, 윙윙거리는, 으르렁거리는, 고함치는' 등 형용사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여기선 첫번째가 가장 근접한 의미일 듯싶다.  원류를 따져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개의 조상, 늑대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알래스칸 말라뮤트나 시베리안 허스키 류는 다른 종에 비해 늑대의 흔적이 더욱 강해 간혹 그와 비슷한 습성을 보이곤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하울링이다.

 

 

우리집 개 미르 녀석, 평소 웬만하면 잘 짖지 않아 이쁨을 받다가도 간혹 '우웅~' 하는 하울링 때문에 기겁을 하게 된다.  생각해 보시라.  주택가 한복판에서 늑대가 울부짖는 것과 흡사하도록 하울링하는 제 정신 아닌 듯한 개 한 마리를 주변 사람들이 과연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게 될지..  그것도 시도 때도 없다면?  가끔은 고요한 한밤중 내지 새벽에도 느닷없이 울부짖어 곤혹스러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들 견류의 하울링 원인을 사람의 애정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해 놓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볼 수 있다.  심심한 것을 절대로 참지 못하는 말라뮤트의 습성은 노상 땅을 파거나 무언가를 물어뜯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아울러 사람을 워낙 좋아해 주인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경우 좀 놀아달라며 이를 어필하기 위한 신호가 필요했을 테고, 그러한 결과가 하울링이란 형태로 발현됐으리라 짐작되는 대목이다.  결국 하울링은 일종의 애정 결핍에서 오는 증상 중 하나인 셈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본 바로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애정 결핍이나 주인 바라보기와는 상관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색, 즉 특정 주파수대의 소리가 들려오면 그를 따라하는 데서 비롯된 듯싶다.  근래 망개떡이나 찹쌀떡을 어깨에 걸머진 채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를 팔기위해 소리치는 이들이 부쩍 늘었는데, 혹시 이것도 복고풍?, '찹쌀떡~ 망개떡~'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하면 미르, 여지 없이 반응해 온다.  그뿐인가.  확성기를 이용한 소리가 들려올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말라뮤트 하울링의 진짜 원인은 익히 알려진 애정 결핍도, 자신에 대한 관심 유발행위도 아닌, 순전히 자기가 좋아하는 음역대의 소리를 따라하는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늑대의 본성을 깨우는 반응 내지 무언가 그럴싸한 이유를 기대했던 이들에겐 조금 허탈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미르의 경우 '우웅~'하며 하울링할 때 '조용히 해'라고 한 마디 던지면 바로 찌그러진다.  어찌 기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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