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순한 말라뮤트와 못된 비둘기의 대결, 승자는?

새 날 2013. 12. 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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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미르와 놀아주기 위해 욘석이 머물고 있는 거처에 잠깐 들렀다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미르 곁에 비둘기의 사체 한 마리가 놓여져 있고, 그 옆으로는 무수한 비둘기의 깃털이 흩뿌려져 있었다.  그야 말로 눈 뜨고선 도저히 볼 수 없는 대참상 그 자체였다.  대충 어떤 상황이 연출되었을런지 감이 왔다.

 

 

그렇잖아도 미르의 사료를 호시탐탐 노리며 떼로 몰려다니곤 했던 '날으는 도심속 여우' 비둘기들이다.  미르 밥 줄 시간이면 귀신 같이 알아채고선 많게는 십여마리씩 앞집 처마에 줄줄이 앉아 미르 사료 나오기만을 두 눈 빠지게 기다리곤 했던 녀석들이다.  이 날짐승들, 사람은 적당히 무서워하면서도 미르 따위 전혀 의식 않는 듯했다.  틀림없이 이게 화근이 된 게다.



근래 평소보다 사료가 헤퍼진 것 같긴 하다.  미르는 생각보다 먹는 양이 그리 많지 않기에 적당량을 놓아두면 알아서 조절해 가며 먹곤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미르보다 오히려 비둘기 녀석들이 날아와 빼앗아 먹는 양이 더 많은 듯싶다. 

 

 

비둘기들이 떼로 몰려와 자신의 밥을 빼앗아 먹음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지켜 보고만 있는 미르의 모습이 너무도 답답하여 "니 밥그릇은 니가 지켜라" 라며 혼내키고 사료 그릇을 치워놓곤 했는데, 오늘은 미르가 다른 때보다 더욱 배 고파하는 것 같아 그냥 두었었다.  사단은 이후에 벌어진 듯싶다. 

 

요 영악한 비둘기 녀석들이 순하디 순한 미르의 감정선을 제대로 건드렸는가 보다.  평상시 비둘기들의 악행(?)을 그저 지켜 보기만 하는 멍청한 녀석인 줄 알았건만 미르의 머릿속에선 저 나름의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얼마나 약이 올랐으면 냅다 잡아다가 깃털을 죄다 물어 뜯어노았을꼬...  시쳇말로 표현하면 완전히 빡친 모양이다.

 

 

비둘기들의 도둑질에 대한 대가는 결국 끔찍한 참상으로 끝을 맺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이후 욘석들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요즘 비둘기들, 너무도 영악하기에.. 

 

그나 저나 모처럼 늑대의 야생 본능을 깨워 보여준 미르를 칭찬해야 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단속해야 하는 건지 여전히 헷갈린다.  비둘기 녀석들 또한 이번 참상을 교훈 삼아 제발이지 미르 밥상을 노리는 만행 따위 앞으로는 삼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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