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말라뮤트, 너님이 낭만견이 될 수 없는 까닭

새 날 2014. 6. 14.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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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다시 공포의 털갈이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번엔 전혀 반응이 없네요.  지금쯤 뭉텅이로 뽑힌 털들이 주변을 마구 날아다니며 정신을 쏙 빼놔야 정상일 법한데 말입니다.  아울러 녀석 몸에도 듬성듬성 털 빠진 흔적이 흉측하게 남아 있어야 할 테고요. 

 

별로 관심이 없으셨겠지만, 어쨌든 미르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물론 마지막으로 작성했던 미르 관련 포스팅 이후 미르가 목줄이 풀린 채 집을 탈출하여 한 차례 애를 먹였던 적이 있긴 했군요.  그 일을 제외하곤 특별히 속을 썩이거나 괴롭혔던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참 기특하지요?  :)

 

아, 그러고 보니 얼마전까지 미르가 많이 아팠었네요.  원인을 알 수 없는 귓병이 생겨 무려 두 달 이상을 약물과 알약 으로 연명해야 했답니다.  물론 그 기간동안 사료 외 여타의 간식류 공급이 일절 중단됐고요.  귀에 고름이 차고 아파하는 증상이었습니다.

 

개 하품이란 이런 것이다?

 

수의사에 따르면 말라뮤트처럼 밖에서 자라는 견종은 잘 걸리지 않는 병이라더군요.  치료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 고질병이 될 수도 있답니다.  그런데 아무리 오랜기간을 치료해도 완전히 나은 것 같지 않아 솔직히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지금도 귀 부분을 만지면 아파해 하곤 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지난해 말쯤이었던 것 같은데요.  제 블로그 이웃인 포장지기님께서 반려동물 등록 기한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올리셨길래 잊고 있던 차에 평소 자주 들르던 동물병원에 가서 인식표 형태의 등록을 마칠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를 위반시 과태료 등의 행정 제재가 뒤따름에도 불구하고 실제 등록 실적은 매우 저조했는가 봅니다. 

 

저희 구청에서 발간되는 월간 소식지를 언뜻 보니 6월부터 등록 수수료를 70% 인하한다고 하더군요. 그럼 법을 지켜가며 벌써부터 등록한 사람은 뭐가 된답니까.  무슨 연유로 이런 결정이 내려졌는지 그 속내까지야 우리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어찌 됐든 행정상 이런 식의 제도 운용이 빈번한 탓에 법과 질서를 제대로 지키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물론 제가 등록한 이후 비용이 낮아졌다고 이러는 거 절대 절대 맞습니다...  -_-;;



우리 미르가 세상 빛을 본 지 벌써 다섯 해가 지났는데요.  사람으로 치자면 이미 중년에 들어섰다고 봐야 할 겁니다.  10년 이상 개를 키우면 여우가 된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만큼 갈수록 영악해진다는 의미일 텐데요.  다행히 말라뮤트라는 견종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네, 그래서 다행이랍니다.

 

강아지 때의 순진함이 여전합니다.  약은 구석이라곤 털끝만큼도 없이 그저 해맑기만 합니다.  가끔 너무 약아 빠진 개들을 보면 놀랍기도 하거니와 때론 얄미워 보이는 경우가 솔직히 있거든요.  그런데 말라뮤트는 그러한 면이 전혀 없어 좋습니다.  한없이 순진하기만 합니다.  물론 간혹 이런 부분이 단점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제겐 여우보다 순둥이 쪽이 더 좋답니다.

 

날 건드리지 말란 말야

 

요새 비가 잦은 관계로 미르가 현관 부근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비를 피해야 하니까요.  그럴 때면 현관 난간에 몸을 눕힌 채 떨어지는 빗방울의 감촉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평소 우리가 접근할 때면 일어서서 무척이나 극적인 방식으로 반가움을 표시해 오곤 했는데, 바람을 동반한 시원한 빗줄기가 내리니 지가 무슨 낭만견이라도 되는 양 바닥에 몸을 밀착시키고 꿈쩍 않은 채 바람과 빗방울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요?

 

표정도 가관입니다.  왜 나의 사생활을 침범하느냐며 따지는 듯하더군요.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 표현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 건, 개의 청각이 사람보다 워낙 뛰어나 빗소리가 낭만이 아닌 공포로 와 닿게 되고, 때문에 비만 오면 우리 눈엔 개들이 기운이 없어 뵈고 운신을 하지 못 하게 된다는 설이 있더군요.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니기에 현재로선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노릇이랍니다. 

 

어쨌든 최근 잦았던 소나기에 미르가 몸을 바닥에 붙인 채 마치 빗방울을 즐기는 것처럼 보여진 행태는 어쩌면 살기 위한 본능에서 비롯된 몸부림 아니었는가 싶은 겁니다.  그렇다면 며칠 전 꽤나 굵은 우박이 한 바가지 쏟아져내리던데, 이는 과연 어떤 느낌이었을지 상상만 해도 무척이나 후덜덜한 일 아니겠어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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