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브라질 월드컵 조추첨, 최상의 결과가 아닌 이유

새 날 2013. 12. 7. 10:29
반응형

7일 오전, 2014 브라질 월드컵 조추첨이 있었다.  조추첨은 월드컵 개최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인 셈이다.  얼마후면 모두가 월드컵의 열기에 흠뻑 빠져들게 될 테니 말이다. 

 

H조에 배정된 우리나라, 역대 최상의 조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한 조에 속하게 되면서 소위 말하는 축구계의 네임밸류 국가들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었기에 나온 평가들일 테다.  심지어 벌써부터 섣부른 16강 진출 찬가를 부르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H조의 팀들이 과연 우리가 16강 제물로 삼을 만큼 호락호락하다 할 수 있을까?  객관적인 전력을 한 번 살펴 보자.  벨기에는 FIFA랭킹 11위, 러시아는 22위, 알제리는 26위에 랭크되어 있다.  피파 순위만을 놓고 볼 때 50위권 밖에 위치한 우리로선 만만한 팀들이 결코 아님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16강 진출 희망은 어디에서 비롯된 자신감일까?  단순히 익히 알려진 유럽과 남미의 강호들을 피해갔다는 이유만으로?   스포츠 전문 베팅업체들은 우리나라를 32개국 중 26번째의 우승 가능성 높은 국가로 선정했으며, 안타깝게도 H조에선 벨기에와 러시아에 이어 세번째로 꼽고 있다.  그나마 알제리를 눌렀다는 사실이 다행이면 다행?



단순히 함께 속한 팀들의 면면을 보며 희비를 나눌 필요가 없어 보인다.  어차피 본선에 진출한 팀들은 힘겨운 예선 과정을 거쳐오며 나름의 내공을 갖춘, 만만치 않은 팀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과연 어떨까?  히딩크호에 의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정점으로 점차 쇠락의 길을 걸으며, 갈수록 나약해져가는 모양새다.  그 중심엔 박지성이란 걸출한 인물이 있다.  확실히 그가 빠진 이후의 우리 팀은 구심점을 잃은 듯하다.  악착 같은 면모도 사라졌고, 폭발력을 보여주던 공격력마저 쇠약해져 뭐 하나 내세울 만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런 상황에서 그저 조추첨에 행운을 기대는 모습은 요행을 바라는 것만 같아 씁쓸할 뿐이다.  강호들을 만날 때면 주눅들어 하며 유독 약해지는 우리의 모습을 볼 때마다 측은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긴 하지만, 이젠 상대가 누구냐를 의식해 가며 일희일비하다가 경기를 망치기보단 우리만의 색깔있는 축구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말로 하긴 참 쉽다.  그 만큼 쉽지 않은 일이란 의미다.

 

그 어느 때보다 약체라 평가 받고 있는 우리팀, 이래나 저래나 16강 진출이 좌절될 바에야 약한 조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지기보다 차라리 축구 강호들이 즐비한 죽음의 조에서 강인한 인상을 보이며 멋진 경기를 펼치다 장렬하게 산화하는 모습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이번 조추첨 결과를 반드시 최상이라 할 수 없는 이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