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불법조업사망, 중국은 왜 보다 강경한가

새 날 2014. 10. 13. 08:28
반응형

서해안에서의 중국 어선 불법조업은 하루 이틀만의 문제가 아니다.  10일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해경이 불법조업 혐의를 받던 중국 어선을 나포해 압송하던 과정에서 이를 탈취하기 위해 다른 중국 어선이 합세하였고, 이들은 보기만 해도 섬뜩한, 조폭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각종 흉기를 휘두르며 우리 해경을 향해 격렬히 저항해왔다. 

 

해경의 입장에선 어쩔 도리가 없어 보였다.  가뜩이나 지난 2011년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우리 해경이 이들에 의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던 터라 자위권 및 해산 목적을 위해서라도 총기를 꺼내들어야 했고, 총기 사용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준수해가며 현장에서 해경은 공포탄 3발과 실탄 7발을 발사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중 일부가 중국의 노영호 50987호 선장 쑹호우므어를 향했는가 보다.  그는 치료 과정 중 그만 숨지고 만다.

 

ⓒ뉴스와이 방송화면 캡쳐

 

중국 정부의 항의가 이어졌다.  사건 발생 직후 주한 중국영사관이 우리 정부에 긴급 항의를 제기하였으며, 중국 외교부 영사국 역시 주중 한국대사관에 항의해왔다.  뿐만 아니다.  중국 정부가 권영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들여 엄중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초치(招致)'라는 외교적 수사마저 등장한다.  

 

자국 국민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으니, 중국 입장에선 항의를 하는 게 분명 수순일 듯싶다.  하지만, 불법조업이라는 원인 제공을 한 쪽은 언제나 중국이었으며, 이와 관련하여 한중 정부 차원에서의 재발 방지 논의가 지금도 오고 가는 상황이기에 이를 방조한 중국 정부의 책임 역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막중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항의는 평소보다 왠지 더 힘이 들어가 있는 듯 보였고, 우리를 압박하는 기세가 예사롭지 않은 듯싶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정당한 법 집행에 의한 결과라며 애써 항변하고 나섰지만, 목소리엔 힘이 없었으며 외려 외교적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어 전전긍긍해하는 눈치가 역력해보인다.

 

물론 양대 패권 국가 중 하나이자 우리에게 있어 정치 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이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왠지 다른 측면을 통해 우리의 저자세 외교의 원인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 중 하나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THAAD)에 주한미군을 편입시키려는 물밑 움직임이 포착되어 논란이 일자 미국이나 우리 정부 모두 이와 관련하여 일체의 협의조차 없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SBS의 12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이미 3년 전부터 사드를 준비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SBS 방송화면 캡쳐

 

지난 2011년 8월 한미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 당시 주한미군은 사드 배치를 가정한 요격 훈련을 실시했으며, 이후에도 비정기적인 훈련을 통해 사드 배치 준비를 이미 모두 끝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협의조차 없었다는 말은 모두 새빨간 거짓이었다.  게다가 발뼘하기 바빴던 정부가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안호영 주미대사의 입을 통해 드디어 사드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실토하고 말았다.

 

미국 MD의 직접적 위협을 받게 될 중국이 발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한국에 미사일방어체계(MD)를 배치해 한국을 최전선으로 만들려고 한다'  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인터넷망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현재 사드의 한반도 배치 움직임에 대한 중국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한 사례다. 

 

중국이 사드에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알려진 바대로 사드의 위력은 중국 수도 베이징의 군사 방어 시스템까지 직접 위협해올 정도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면적이 좁은 한반도에서 사드가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될 수 없는 건 자명한 만큼 결국 사드가 겨냥하는 가상의 적은 중국이라는 견해를 갖는 게 무리도 아닐 테니 말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안보와 경제의 실익을 좇으며 교묘히 줄타기를 했던 우리 외교정책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본격 시험대에 오르는 모양새다.  이는 단 한 차례의 판단 미스가 자칫 한반도 전체를 궁지로 모는, 헤어나기 어려운 절체절명의 늪에 빠질 수도 있는 긴박한 사안이다. 

 

중국이 이번 불법조업 중국 선장 사망 사건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자세를 드러내고 있는 건 어쩌면 이번 사건 자체보다 이렇듯 미국의 MD체계의 편입을 통해 중국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려는 우리 정부가 마뜩지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