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광포한 '국민사찰시대' 누구를 위함인가

새 날 2014. 10. 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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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등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나라 전체가 온통 벌집을 들쑤셔놓은 듯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부 수반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어섰다는 어떤 분의 한 마디에 허위 사실 유포 전담팀이 검찰에 꾸려졌고, 포털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 대책회의가 열리는가 하면 온라인에서는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실시간 모니터링마저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믿기 어려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모 외국 언론사에 대한 강경 대응이야 뭐 그럴 수도 있다 치자.  무리수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테고, 이를 통해 얻게 되는 건 결국 국제적인 신망(?)이 될지 아니면 망신이 될지 전적으로 스스로가 감수하면 그만인 문제일 테니 말이다.  자업자득이란 얘기다.  문제는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명예훼손을 막는답시고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과도한 행위가 되겠다.  그래도 난 설마 설마 했다.

 

ⓒYTN 방송화면 캡쳐

 

하지만 설마가 사람 잡을 기세다.  13일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대검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검찰이 포털과 핫라인을 구축해 유언비어 명예훼손 범죄에 대한 실시간 정보와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해당 게시물에 대해 포털 측에 삭제 요청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노란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엄포가 엄포로 그치길 바랐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이럴 땐 정말이지 실행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그저 말만 앞선 사람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작금의 분위기로 볼 때 네티즌들의 대대적인 사이버 망명 현상이 결코 과장된 몸짓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논란의 원류는 세월호 참사 당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와 관련한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고, 일본의 모 언론사마저 이를 언급한 이후 이른바 대통령 모독에 대한 대대적인 입단속에 나서게 되면서부터 비롯됐다.  



결국 이번 논란의 배경엔 세월호 참사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세월호 참사 이전으로 시계를 되돌릴 수만 있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만일 우리 사회가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우선 안타까운 304명의 죽음과 이후 빚어진 사회적 논란 및 갈등, 그리고 유가족들의 고통을 한꺼번에 씻어낼 수 있을 테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아울러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 검열 논란 따위 애초 벌어지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실은 지난해 일본 방사능 유출 사태로 인해 온통 시끄러울 당시 괴담 색출에 대한 총리의 엄포와 대응팀이 꾸려진 바 있고, 철도노조파업 국면에선 SNS 괴담 대응팀 운용에 대해 이를 직접 언급했던 우리 대통령이다.  아울러 올해 들어선 인터넷과 SNS 등에 세월호 관련 유언비어를 유포시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범죄자를 처벌한다는 명분으로 ‘명예훼손 사건 전담 수사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흐름을 보면 굵직한 이슈가 될 만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정부는 비슷한 이유로 이에 개입하며 국민들을 감시하고 여론 통제에 나서왔던 셈이다. 

 

한편, 지난 6일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헌 논의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하고도 강한 어조로 피력한 바 있다.  물론 여야를 막론, 정치권의 반발을 불러왔음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뉴시스

 

대통령의 개헌 논의 차단 발언과 현재의 사이버 검열 논란은 젼혀 관련이 없는 듯 보이지만, 실은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개헌 논의는 어쩔 수 없이 현재의 권력보다 차기 권력의 향배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발휘하게 될 테고, 이는 집권 2년차를 지나 곧 3년차에 접어들게 될 박 대통령에게 있어 집권 후기에 접어들 때면 누구에게나 나타난다는 집권 공백 현상, 즉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우려를 낳게 하는 부분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블랙홀이란 개념은 아마도 이를 에둘러 묘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울러 세월호 국면을 거쳐오며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한껏 쌓여 통치 행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테고, 마찬가지로 이는 자연발생적인 레임덕 현상에 가속페달을 밟게 할 개연성이 다분하기에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헤 공권력을 이용한 공안 통치를 선보이고 있는 셈이다.  즉, 권력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해서라면 대통령 모독을 빌미로 한 작금의 상황이 아니더라도 앞서의 사례처럼 어떤 식으로든 여론 통제를 위한 국민 입막음의 시도가 있었을 것이란 의미이다. 

 

집권 이후 권력 공백에 의해 나타나기 시작하는 레임덕 현상은 갈수록 짧아지는 추세다.  특히 노무현 정부를 지나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부터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양상이다.  

 

집권 2년차 후반, 비단 세월호가 아니더라도 서서히 나타나게 될 레임덕은 통치자라면 결코 피해갈 수 없는 현상이거늘, 이를 애써 회피하기 위해 내놓은 나름의 고육지책이 다름 아닌 개헌 논의 차단과 작금의 사이버 검열의 형태일 테다.  공권력을 이용한 권력 유지는 겉으로 볼 때 강한 면모를 드러내 보이는 듯싶지만, 그 이면엔 통치에 대한 부족한 역량을 비겁한 방식으로 메우려는, 그저 눈물겨운 노력이 감춰져있는 형태로만 비칠 뿐이다.

 

하지만 레임덕 현상 역시 통치 활동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통과의례이거늘 이를 인위적으로 막는다고 하여 막아지는 그런 류의 것은 결코 아닐 테다.  쏟아져 내려오는 물줄기는 억지로 막기보다 오히려 물길을 적절히 터주는 게 순리이다.  공권력에 대한 오용과 남용의 무리수는 통치 능력에 대한 부족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자 국민들의 자유를 통제하여 유지해나가는 권력은 결코 성공한 집권이 될 수 없을 터이기에 종국엔 역효과만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표현은 않지만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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