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부는 왜 대북전단 살포를 막지 않는가

새 날 2014. 10. 1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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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탈북자단체가 띄워보낸 대북전단이 결국 화근이 됐다.  북한측이 우리측에 총격을 가해 온 것이다.  경기도 연천 지역엔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는 등 이로 인해 한때 남북간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앞서 북한은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통해 "만일 남조선 당국이 이번 삐라살포 난동을 허용하거나 묵인한다면 북남 관계는 또다시 수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도발자들이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온 바 있다.

 

물론 정부는 탈북자단체의 전단 살포 예고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이를 분명 만류하는 듯한 행동을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나치게 완곡한 어법이라 진정 이를 바랐던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스럽기 그지없지만 말이다.  통일부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북전단 살포 문제는 해당 단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추진할 사안이며,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해당 단체가 신중하고 현명하게 판단해 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하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하지 말라는 의미일까?  어쨌거나 남과 북 대치 상황에서 무력 도발은 절대 발생해선 안 될 상황이고, 더군다나 북한 입장을 두둔하고 싶진 않지만, 그동안 공개적인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벌어질 때마다 - 가장 최근엔 인천아시안게임 - 엄연히 북한 위협이 상존해 왔던 건 분명한 일이며, 때문에 그저 말뿐이었던 북한 역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압박 아닌 압박을 받아왔을 터이기에, 이번엔 그 분위기가 짐짓 다르게 와닿았던 것만은 명백하다.

 

때문에 이 대목에서 의구심이 드는 건 정부가 과연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정말로 막고 싶었을까 하는 부분이다.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민간이 하는 일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만을 고수한 채 사실상 뒷짐을 져 왔던 게 사실 아니던가?  그렇다면 북한의 도발이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니 결과적으로 볼 때 이번 북한 도발은 우리 정부가 유발한 셈이 되는 게 아닌가.

 

ⓒ연합뉴스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놓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 했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논리이다.  우선 그 '표현의 자유'라는 게 과도할 정도로 해석이 자의적이며, 경우에 따라 잣대마저 달라지는 요술방망이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나칠 정도로 제한을 가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이번 사안처럼 과할 만큼 관대한 경우가 있어 비난을 피해가긴 어려울 듯싶다.  이 공간을 통해 굳이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표현의 자유'에 관해서만큼은 정부가 이미 객관성을 잃었다고 본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를 통해 모든 국민에겐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부여되고 있다.  다만, 제37조를 통해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전단 살포와 북한의 위협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하는 상황이거늘 이로 인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다분하기에 헌법에서 규정한 국가안전보장 목적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이들의 행동에 물리적인 제재를 가했어야 함이 옳다.  이 경우 표현의 자유 보장보다 국가안전보장이 더 우위에 놓여야 함은 누가 보더라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들의 행위를 묵인하고 있다는 건 결국 정부 역시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바라고 있다는 의미가 되는 건가?  정부가 직접 나서 하기엔 왠지 모양이 안 빠지고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으니 탈북자단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여 이들의 행동을 응원하고, 논란을 교묘히 피해가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 뭐 그러한 형태 말이다.  북한으로부터의 도발 감행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에서조차 이를 묵인하고 느슨하게 대응해 온 건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휴전선을 사이에 둔 채 대치하고 있는 남과 북은 아주 사소한 충돌만으로도 국지전으로 이어지거나 자칫 전면전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긴장감 감도는 화약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자칫 국민의 생명과 더 나아가 국가 안보에까지 커다란 위해를 가하는 행위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가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당시 북한 최고위급의 방문으로 조심스레 물꼬를 터가려는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 재를 뿌리고 만 셈이다.  가뜩이나 최근 주변국들이 한반도 급변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니 주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반도 유사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또 다시 한반도를 그들의 제물로 삼으려는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있어 최선의 방책이란 과연 무언지, 아울러 진정 국익을 위한 결과물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정부는 잘 판단하여 실질적인 정책으로 옮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제발 '통일대박'이란 화두가 결코 허언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 보여 주었으면 하는 기대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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