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거창교도소 사태, 절차와 실질적 문제 돌아봐야

새 날 2014. 10. 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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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교도소 건립을 반대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움직임이 초등학생 1200여 명의 등교 거부 사태로까지 이어지며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는 주변 17개 초등학교 학생 2천9백여 명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에 해당한다.  어쩌다 이 앳된 초등학생들마저 단체로 학업을 거부하고 나서게 된 걸까? 

 

거창군과 법무부는 2018년까지 거창읍 북쪽 가지리와 상림리 일대에 1220억 원을 들여 법무부 교정시설과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창원지방검찰청 거창지청, 거창보호관찰소 등이 들어서는 '거창법조타운'을 조성할 예정이다.  그런데 법조타운의 화려한 포장물 안에 지역민들은 잘 알지 못하는 '거창교도소'를 은근슬쩍 끼워 넣었던 모양이다.  

 

문제는 이 교도소가 들어설 예정지 인근이 학교와 아파트 밀집 지역인 데다 교도소 담장으로부터 고작 1km 정도 떨어질 만큼 아이들과 주민들의 생활권에 초근접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이 거창교도소가 바로 이번 사태의 핵이다. 

 

ⓒ오마이뉴스

 

법무부는 경찰에서 운용 중인 대용구치소를 대신하고 대용구치소 유지관리에 투입됐던 경찰 인력을 민생 치안 강화 업무로 돌릴 수 있다는 잇점을 거창교도소 건립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지역 주민들은 학교 인근엔 절대로 교도소를 설립할 수 없노라는 애초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지역 주민에게 공포감 내지 고통을 주거나, 주변 지역의 쾌적성이 훼손됨으로써 집값이 내려가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시설을 흔히 혐오시설이라 한다.  교도소 역시 그러한 시설물 중 하나다.  누구나 자신의 거주지역만큼은 해당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꺼려하기 마련이다.  이른바 님비 현상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혐오시설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 필수 불가결하기에 어딘가엔 반드시 설치돼야 한다는 게 함정이다.  모든 님비 문제는 이로부터 파생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쉽게 떠올려지는 건 다름 아닌 지자체가 해당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절차상의 하자는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일각에선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주장이다.  왜냐면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해당 사안이 지역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한 차례 격렬한 논쟁을 거쳤고, 선거 공약으로 거창교도소 유치를 내세웠던 새누리당 이홍기 현 군수가 당선되며 군민들이 해당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이란다. 

 

그렇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거창교도소 유치 반대 주민들은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지자체가 독단적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절차적 위법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거창군은 '거창법조타운 유치위원회'를 통해 군민 3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관변단체를 동원해 위조 및 대리 서명 3만부를 받아 유치 허가를 받아낸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법조타운이라고 하면 법원과 검찰청을 중심으로 한 상업지구를 떠올리게 된다.  '거창법조타운'이란 카드를 처음 꺼내들었을 때도 분명 그러했을 테다.  이는 거창군이 '거창법조타운'을 건설한다며 군민들을 현혹하고 나섰지만, 실상은 교도소 중심의 타운이었고, 교도소 설치를 비밀리에 추진하기 위한 꼼수로써 법조타운 조성을 들먹인 것뿐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논객닷컴

 

님비 현상을 불러오는 혐오시설이 건설될 경우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은 필수적이다.  지난해 성남보호관찰소의 기습 이전으로 발생했던 지역민들과의 충돌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행정당국의 무리한 행정 집행에 의한 전형적인 사례로써 여전히 비슷한 사업추진에 있어 매끄럽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는 의미가 된다.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군수가 선거 공약으로 내세워 선거에서 당선됐다 하더라도 실제 거창교도소가 들어서는 지역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에 당선 자체만으로 해당 사업을 무조건 위임받았노라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아무리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 한들 지자체가 군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보장하며 여론과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에 맞춰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지, 아울러 입장이 서로 다른 다양한 이익집단이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져 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 언급하고 있는 절차상의 위법 의혹 제기가 사실이라면 일의 추진에만 지나치게 매몰된 채 해당 지자체가 정작 제대로 이뤄져야 할 절차적 문제를 애초부터 등한시한 건 아닌가 하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테다.  형식적인 요건은 갖추었으되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위법 요소가 있다면, 그에 의해 이뤄진 결과를 결코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살아가야 하는 이상 앞으로도 혐오시설은 곳곳에 들어서야 한다.  그때마다 지금과 비슷한 몸살을 앓아야만 한다면 이는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혐오시설을 받아들이기로 한 지역민들에겐 적절한 보상이나 당근책이 주어져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들이 있다. 

 

민의 수렴부터 최종 사업 결정까지의 절차는 하자 없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한 번쯤 되돌아 봐야 할 것이며, 혹여 절차를 제대로 지켜 이뤄진 결과라 해도 이번엔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의사 결정을 내린 것인지, 실질적인 문제까지 들여다 봐야 하는 지혜와 냉정함이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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