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직원 모두를 '메이즈 러너'로 만드는 탁월한 방법

새 날 2014. 10. 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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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뉴스통신

 

난 회사원인데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나 가을 타고 있나봐요 오늘따라 의욕 없네요

난 그냥 회사원인데 지난 달 카드 많이 썼는데

자꾸 시계만 보고 있네요 오늘만 칼퇴근 할게요 속으로 말하죠

 

지난 9월 22일 공개된 신인그룹 '파스칼'의 신곡 '칼퇴근'이란 노래의 가사 일부다. 

 

ⓒ파이낸셜뉴스

 

직장인들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들로 채워져 있을까?  얼마 전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을 대상으로 머릿속을 채우는 관심사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적이 있는데, 위의 그림은 그 결과를 남녀 직장인의 머릿속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남녀 공히 월급날이 가장 관심사였지만, 그 바로 아래 퇴근이 차지하고 있는 영역 역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비중이었다. 

 

이른바 칼퇴근은 모든 직장인들의 로망이다.  그만큼 우리네 직장 문화가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가 되겠다.  오죽하면 칼퇴근 비법 따위가 회자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내거나 반대로 씁쓸함을 자아내게 하곤 할까 싶다. 

 

그렇다면 실제 직장인 정시퇴근 비법 1위는 무얼까.  얼마 전 커리어가 '칼퇴근 비법'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였는데, 1위는 누구나 알 만한 답변이었다.  얄미울 정도로 너무도 뻔한 답변이라 여기선 생략하고 싶다.  다음 순위부터가 재미있다.  

 


2위 100% 통하는 핑계 대기(집안에 일이 생겼다, 소개팅이나 선을 본다 등), 3위 입사 때부터 칼퇴근하는 모습을 보여줘 당당해지기, 4위 외근 후 일부러 애매한 시간에 일 마치기, 5위 일찍 출근하기, 6위 퇴근 직전에는 상사 피하기, 7위 아부하기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여전히 고전적인 수법이 스테디셀러(?)였다.  하긴 그만한 핑계거리가 어디있겠나 싶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4위에 해당하는 비법에 공감이 많이 가는 입장이다.  물론 나 역시 아주 가끔(정말로 아주 가끔이다 -_-;;) 써먹어 봤던 경험이 있다. :)

 

그런데, 이러한 척박한 우리네 직장 문화에 영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획기적인 발상의 사무실이 화제다.  이미 9월 언론에 한 차례 소개되어 화제를 불러모은 바 있지만, 내가 이제사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최근에 개봉된 영화 한 편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사무실이길래 이리도 호들갑일까?

 

ⓒ뉴시스

 

매일 퇴근시간만 되면 사무실 집기들이 아예 사라지는,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거나 꿈속에서나 나올 법한 사무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되면 업무용 PC 등이 놓인 책상이 천정에 연결된 강철 케이블에 의해 위로 끌어올려져 공중 부양하게 된다.  

 

의자와 서랍장에도 바퀴가 달려 있어 다른 공간으로 쉽게 이동 가능하다.  물론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의 얘기가 아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헬데르그로엔'이란 디자인 회사에서 실제로 운용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 사무실 얘기를 보고 있자니 며칠 전 관람했던 영화 '메이즈 러너'가 오버랩된다.  폐쇄된 공간에 갇힌 사람들, 그들의 공간을 에워싸고 있는 건 다름아닌 거대한 미로 구조물의 성벽, 매일 아침이면 이 미로의 문이 열리고 저녁이면 도로 닫힌다.  미로의 경로 역시 하루 단위를 기준으로 자동으로 변경된다.  미로에 뛰어들었다 문이 닫힐 때까지 빠져나오지 못할 경우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절망적인 생존 환경이다.

 

그들은 살기 위해 달려야 한다  ⓒ다음(Daum) 영화

 

척박한 이곳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 판단되는 이 미로를 아침에 문이 열리는 시점부터 문이 닫힐 때까지 목숨을 담보로 달리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메이즈 러너'였다.  이들의 역할은 미로의 구조를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한 뒤 탈출로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다.  만에 하나 시간 내에 이곳으로부터 돌아오지 못할 경우 속절없이 목숨을 바쳐야 하기에 주어진 시간 내 자신들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

 

다시 네덜란드의 사무실 얘기로 돌아와 보자.  출근시간이면 자동으로 내려오고, 오후 6시면 다시 올라가는 사무실 집기류, 직원들은 정해진 시간 내 성과 달성을 위해 마치 '메이즈 러너'처럼 죽을 힘을 다해 일하지 않을까?  경영진이나 상사들이 짜증 섞인 말투로 생산성 따위를 언급하며 굳이 다그치지 않더라도 말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회사 경영진들이 이 사무실 사례를 통해 무언가 영감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렵지 않은 방식을 통해 직원 모두를, 누구보다 생산성 높은, 생존경쟁에 관한 한 가장 뛰어난 '메이즈 러너'와 흡사한 전사로 만들고 싶지 않은가?   어쩌면 이 사무실 시스템에 그 해법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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