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이석기 선고, '내란음모'의 위압감과 연쇄효과

새 날 2014. 2. 1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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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음모..   단어 자체가 지니고 있는 살벌함 탓인지 이를 사용할 때면 때론 위압감마저 전해져 온다.  사전적 의미를 알고 보면 더욱 무겁다.  내란음모죄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할 것을 음모하고 선동한 죄를 의미한단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유죄선고

 

17일 수원지법은 제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어서 신빙성이 있다며 내란음모와 내란선동 혐의 모두를 유죄라고 판단,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과거 내란음모죄가 적용된 사례는 1974년 민청학련과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두 사건이 유일하다.  하지만 당시 유죄가 선고됐던 이들 사건은 세월이 지난 뒤 모두 증거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재심을 통해 무죄로 판결난 바 있다.  따라서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 음모는 사실상 이와 관련한 첫 판결이라 볼 수 있겠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볼 때 아마도 내란음모가 우리에게 주는 위압감은 원래의 의미보다 과거 정권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억지 정당화를 위해 남과 북으로 갈린 한반도의 상황을 역이용, 불법적인 폭력과 공권력을 동원해가며 이를 교묘히 활용해 온 측면이 강했기 때문일 듯싶다.  최근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는 부림사건과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 역시 이와 유사한 사례다.

 

고도로 훈련된 대규모의 조직화된 조직원들이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시키기 위해 폭동을 일으켜 총기를 탈취하거나 국가 주요시설을 파괴하는 등 실제로 인명을 살상하고 국가 전체의 교란을 모의했다면 분명 내란음모의 정황으로 읽힌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과연 검찰의 주장대로 RO조직원들의 회합이 이에 완벽히 부합하는지는 여전한 논란거리임에 틀림 없다.  때문에 향후에 열리게 될 2심에서는 이에 대한 보다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지리라 예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후에 진행될 상급심의 결과보다는 당장 1심 결과의 상징성과 이것이 미치는 파급효과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며 이석기 의원에게 사상 초유의 내란음모죄를 적용,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는 얼마전 있었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무죄 판결시 권은희 전 과장의 증언을 신빙성 없다며 모두 채택하지 않은 경우와 정반대의 상황인지라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두 사건 모두에 깊숙이 연루된, 국정원과 현 정권에게 유리하도록 내려진 판결이라 시선이 쏠리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내란음모죄 유죄 판결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과 연쇄효과

 

내란음모죄의 유죄판결에 따르는 후폭풍은 거셀 수밖에 없다.  연쇄작용을 일으키며 정국을 내란음모 프레임에 가두어놓는 효과마저 발휘하게 될 테니 말이다.  당장 우리 사회는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던 '종북' 논란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불거지며 진보와 보수 양 진영간 끝없는 논쟁과 다툼이 예상돼, 재차 사회 불안의 불씨를 키워가야 할 상황이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각 정당은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이를 공격의 빌미로 삼거나 반대로 선을 그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러한 결과를 예상이라도 한 듯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동의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노라는 입장을 밝히며 야권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민주당과 안철수의 새정치 연합은 선거에 미칠 파급 효과 때문인지 연신 이번 사건과 선긋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제 갓 출범한 안철수 신당, '새정치'라는 슬로건과 달리 이번 사건 대하는 모습을 보건대, 기존 정치권과의 차별화된 면모를 전혀 감지할 수 없어 되레 실망감만을 안겨주고 있는 상황이다.

 

 

내란음모 유죄판결 연쇄작용의 백미는 역시 통합진보당의 위헌정당해산 청구 심판 결과가 될 듯싶다.  이와 관련하여 18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 2차 공개변론이 열릴 예정이다.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법무부, 일단 내란음모의 유죄판결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놓은 상태, 때문에 내심 표정 관리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울러 18대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궁지에 몰리던 국정원은 이번 판결로 기사회생하는 분위기다.  혹시나 했던 희대의 내란음모 사태가 유죄판결로 현실화되며, 확실한 국면전환용으로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리라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6.4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내란음모라는 실체 불분명한 나비의 날갯짓이 자칫 사상초유의 정당해산과 의원 제명 그리고 국론분열, 국정원의 화려한 부활, 마지막으로 현 정권에 대한 셀프 정통성 부여로 연신 이어지게 될 연쇄효과를 예상해 볼 때 비록 1심에 불과하지만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 그래서 상상을 초월한다 할 수 있겠다. 

 

물론 이석기 의원 사태가 자칫 예전의 내란음모 사건처럼 가까운 훗날 사법부에 또 다른 오점을 남기는 결과로 귀결될런지는 조금 더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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