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올바른 역사교육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

새 날 2014. 2. 17.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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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로 치닫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망동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국들, 그 어느 때보다 피로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장 지척에 위치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 문제로 인해 여전히 먹거리 안전에 위협을 느끼며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는 우리에겐, 때문에 가뜩이나 미운털 박힌 일본이 더 없이 밉게만 느껴지고 있을 테다.

 

일본 젊은 세대의 급격한 우경화 현상

 

하지만 이보다 우리를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소식 하나가 일본발로 전해져왔다.  극우적 성향은 이미 일본 열도 전체를 휩쓸며 일종의 트랜드로 자리잡은 모양새지만, 기성세대들보다 오히려 젊은 세대들의 우경화 정도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 우리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양상이다.

 

ⓒ세계일보

 

일본의 도쿄신문이 지난 1월 25일 취임 일성으로 '군 위안부가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는 망언을 퍼부은 NHK 회장에 대해 '회장직에 적합한가'를 성별 및 연령대별로 설문조사한 결과, 일본인 전체의 57%가 회장직에 적합치 않다는 평가를 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오로지 20대 남성의 경우 '회장직에 적합하다'는 견해가 그렇지 않다는 견해보다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지난해 말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놓고 산케이 신문이 올 1월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인 전체적으로는 부정적 평가가 많은 편이었지만, 역시나 20대의 경우 긍정 평가가 43.2%로 부정적인 평가보다 오히려 많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9일 치러진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일본의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논문을 발표하여 물러났던 극우성향의 인물 다모가미 도시오 전 항공막료장이 12%의 득표율로 전체 4위를 차지하였지만, 아사히 신문이 벌인 출구조사 결과 20대에서 무려 24%의 지지를 얻으며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일본 젊은이들은 왜 우측으로 가고 있나

 

일본 젊은이들의 우경화 이유는 여러 곳에서 그 징후를 찾을 수 있다.  우선 20년간 지속돼온 장기불황의 그늘이 빚어낸 무기력증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볼 여지가 있다.  힘겨운 취업 등으로 인해 먹고사니즘이 젊은이들의 가장 큰 화두가 된 상황에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극우적 양태가 발현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영향 하에 놓인 인터넷 공간은 온통 우익 성향의 글들로 넘쳐나게 되고, 이를 주로 이용하는 젊은층들이 그에 쉽게 노출되어 나타나는 일종의 감염 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다.  물론 우익적 망상에 빠진 아베가 사상 교육과 언론장악을 시도하며 이와 같은 결과를 교묘히 부추기고 있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를 낳게 한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설파하던 교사들은 교단에서 점차 사라져가고, 반면 우익 성향의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일본사가 선택과목으로 지정돼 학생들은 올바른 역사를 제대로 배울 기회마저 잃어가고 있었다.  결국 올바른 역사교육의 부재가 불러온 참상이다.

 

일본 젊은이들의 우경화 경향은 향후 일본 사회의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이기에 우리에겐 재앙과도 같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 역시 우측으로의 진입속도가 눈에 띨 정도로 빠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양국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척될런지 전혀 예측 불허의 상황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올바른 역사교육의 또 다른 당위성

 

한편 현 집권세력은 우편향의 왜곡된 역사관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심고자 교과서 전쟁을 벌여오고 있는 중이다.  우익 성향의 뉴라이트 학자들이 집필한 부실덩어리 교학사 교과서를 억지 검정 승인 통과시켜가며 일선 학교에까지 전파시키려 노력하였으나 여의치 않자 결국 국정 교과서 체제라는 막장 카드를 현재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 장기 불황의 나락으로부터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젊은이들의 상실감 또한 극도로 커져만 가고 있다.  이명박으로부터 박근혜로 이어진 보수정권의 바통은 우리 사회를 우경화의 색채로 점차 짙게 채색 중에 있다.  인터넷마저 일베 등 조직화된 극우 표방 세력의 등장으로 사상의 균형이 무너져 심하게 한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 사회의 판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경화 일색 속에서 역사교육을 통해 일찌감치 헤게모니를 장악, 집권세력의 이데올로기 강제 주입이 시도되고 있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은, 일본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정상적인 양태를 우리 또한 스스로에게서 보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즈음 작금의 역사전쟁에 불을 붙인 장본인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의 최근 발언이 의미심장하게 와닿는다.  지난 14일 한 강연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무성 의원은 이렇게 발언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5.16 혁명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보라.  박 전 대통령이 1961년도에 군사혁명을 일으켰다.  대한민국이 적화통일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당시 무능하고 부패했던 우리 정치권을 뒤집어 혁명을 한 것이다"

 

그랬다.  김무성 의원은 교과서에서조차 쿠데타로 가르치고 있는 5.16을 무려 '혁명'이라 지칭하고 있었다.  평소 망언을 자주 퍼부어왔던 그이기에 크게 의미를 두고 싶지 않지만, 과거 군사정권의 합리화를 위한 온갖 꿍꿍이와 역사 왜곡의 속내를 이젠 공공연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만천하에 드러내고 있는 셈이기에 찜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역사 의식을 지닌 인물이 여권의 강력한 실세이자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 교과서를 놓고 벌이는 헤게모니 전쟁 또한 여러모로 그들에게 유리한 지형일 수밖에 없을 테다.  만에 하나 그릇된 내용으로 점철된 이러한 역사교육을 우리 아이들이 받게 되는 날엔, 이제 저들의 이데올로기 정당화를 위해 쿠데타를 '혁명'으로, 또한 일본의 침략행위마저 정당화하는, 상식을 벗어난 교육이 되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릇된 역사교육이 가져올 폐해가 어떤 모습을 띠게 될런지는 일본의 우경화되어가는 현재 젊은이들의 모습속에서 확인 가능하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현재진행형인 역사전쟁이 현 집권세력의 의도된 방향으로 종결짓게 될 경우 우리의 미래 또한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해갈 수밖에 없다.  일본의 극우망동을 바라보며 이를 우려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 또한 일본과 같은 방향을 지향하게 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때문에 올바른 역사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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