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장충동 족발골목 맛집들.. 글쎄요..

새 날 2012. 10. 2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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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 전야, 친구들과의 모임 약속 때문에 저의 몸은 서식지를 떠나 장충동에 와 있습니다. 놀토 시행 전엔 금요일이 되면 으레 토요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벌써부터 마음이 붕 뜨기 마련이었는데, 토요 휴무가 보편화된 이후로는 하루 당겨진 목요일부터 예전의 금요일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불금 전야는 그런 기대감에 나름 기분 좋은 밤이 될 수 있지요.

 

 

장충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족발집이 오늘의 모임 장소입니다. 전철 3호선 동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아래로 약 100여 미터 내려오게 되면 족발집들이 본격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큰 도로변에 위치한 족발집들은 그냥 스쳐만 지나고, 장충동 족발 골목이라 명명된 길에 접어들면 만날 수 있는 한 큰 족발집이 오늘의 약속 장소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니 여러 무리의 사람들 서성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가게 안은 이미 만석이었기에 밖에서 대기타고 있던 분들이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맛이 있길래 기다리면서까지 먹으려 하나 하는 호기심이 발동하는군요.

손님이 워낙 많아 그런지 제가 친구들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둘러보며 헤집고 다녀도 종업원들께선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듯했습니다. 덕분에 친구들을 찾느라 가게 안 이 구석 저 구석 안 둘러본 곳이 없었네요. 친구들은 다락방처럼 생긴 2층 구석진 곳에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자리를 함께하였지요.

 

 

친구들의 전언에 의하면, 이곳은 '식객'이란 음식 만화에 등장했던 꽤나 유명한 맛집이라 하더군요. 사실 장충동에 위치한 족발집 치고 유명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그 중에서도 이곳은 원조 중의 원조라 하니.... 상당히 기대되었습니다. 가격대를 보니 대 4만원, 특대가 5만원이었습니다. 호락호락한 가격대는 분명 아니군요. 저흰 대자로 테이블 수만큼 주문했구요.


이미지에 보이는 저 녀석이 4만원 짜리입니다. 족발 외 기본으로 깔리는 밑반찬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무채 절임과 동치미 국물, 상추 등의 야채류, 이 정도가 전부인 듯했습니다. 우선 족발 한 점을 골라 맛부터 보기로 하였습니다. 맛집이라 하여 큰 기대치를 안고 먹은 탓이었는지는 몰라도 뭐 그냥 평범함 그 자체더군요. 얼마전 동네 모 프랜차이즈 족발집에서 맛보았던 야들야들함과 부드러운 느낌 그 이상을 기대했던 제 입맛엔 커다란 실망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정도의 맛은 사실 요즘 동네 족발집에서도 흔히 느낄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수준이네요. 아니 오히려 동네 족발집의 그것이 훨씬 부드러웠던 듯합니다.

족발을 먹으며 흔히 느낄 수 있는 느끼함은 시원한 동치미 국물로 씻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동치미의 맛은 일품이었어요. 시원함과 개운함을 동시에 느끼며 후루룩 다 비우고 추가로 주문하니 아예 양동이째 담아 올려 놓아주는 종업원의 센스... 무채 절임도 족발 질림 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동치미와 무채 절임, 의외로 족발과 궁합이 잘 맞아떨어지는군요.

 

 

오늘 모임에 참석한 우린, 학창시절 학교 앞 허름한 식당에 둘러 앉아 술잔 기울이며 시국과 장래에 대해 고민하던 그 분위기를 정말 간만에 이곳에서 느낄 수 있었네요. 원조의 원조인데다 전통이 있는 집이니 시설이 다소 낙후되어 있다 하더라도 맛만 좋다면야 모든 게 용서되는 상황 아니겠어요? 웬만한 식당이나 업소들에 보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테이블 벨 시설이 없어 2층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면 목청 가장 큰 녀석이 매번 소리를 질러야 했어요. 그것도 '누님~'이라고... 요새는 '아줌마'라 부르면 종업원들이 거들떠도 안 본다 하대요? ㅎ

맛집이라 알려진 터라 각종 사이트에도 소개되어 있더군요. 그중 한 사이트에 접속해 보았어요. 의외로 맛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군요. 물론 사람들마다 입맛이 모두 다르기에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글쎄요. 맛은 분명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어요. 아니 가격 대비로 보자면 결코 후한 점수를 주긴 어려울 듯해요. 그 외 가격적인 면이나 서비스, 그리고 분위기에선 평들이 박한 편이군요.

프랜차이즈 업체의 족발집들은 이시간에도 다양한 종류의 메뉴 개발과 고객들의 고급화된 입맛에 맞추려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요샌 오히려 원조라 불리우는 장충동 족발집들보다 메뉴도 참신하고, 맛 또한 훨씬 뛰어난 듯하더군요. 원조와 맛집이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장충동 족발집, 음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맛에 있어서는 과연?... 글쎄요.. 저의 경우 의문부호 하나를 더하고 싶은 심정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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