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죽음, 그 이후를 생각해 본다

새 날 2012. 10. 12. 13:00
반응형

 

꿀맛 같은 단잠이었다. 나이 탓인 건지 아님 나도 모르는 좋지 않은 그 무엇인가 심신에 쌓여 있어 그런 것인진 몰라도 요즘 통 잠이 깊게 들지 못하는 경향이 있던 터라 더더욱 달게만 느껴졌다. 덕분에 욕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요즘 너무 편하게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어젠 육체적으로 무척 고달픈 하루였다. 사촌 매형의 부음 소식을 듣고 저녁 영안실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는데, 같은 서울 하늘 아래라지만 무려 두 시간이나 걸려야 도착하는 먼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게다가 전철과 버스를 수 차례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문상을 드리고 집으로 복귀한 건 이미 밤12시를 훌쩍 넘은 시각, 그러니 몸이 고단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게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렇게 몸이 고단하니 잠도 잘 오는 거였다. 요즘 나의 생활이 얼마나 편했으면 정말 간만의 고단함에 의한 단잠이었을까.... 매사에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최선을 다하는 일상을 보낸다면, 자연스레 꿀맛 같은 단잠을 보상받을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나를 반성해야 할 충분한 이유이다.

올해 들어 벌써 세번째로 가까운 지인이 돌아가셨다. 죽음이란, 아주 자연스런 일로 누구나 한 번은 맞닥뜨려야만 하는 상황이라지만 그 누구도 죽음 앞에선 초연해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어제 돌아가신 분의 경우 수년 전 골수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셨다. 그 가정엔 암 환자가 두 분이 계셨었고, 두 분 모두 올해 차례로 운명을 달리 하셨다. 간암으로 먼저 돌아가신 형수는 치료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여 늘 안쓰러웠는데, 그나마 골수암 판정을 받은 매형은 다행히 그 정도까지의 고통스런 치료 과정은 없었는가 보다. 물론 자세한 치료 과정이나 생활은 직접 확인 못해 보아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하다. 꾸준하게 치료를 받고 평소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해오시다 어제 갑작스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급히 입원하셨는데... 돌아올 수 없는 길이었다.

 

세 차례의 장례 절차를 보며, 우리의 장례 문화와 나의 죽음을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었다. 차츰 화장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단순히 화장이냐 매장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수준... 물론 화장 후 납골당이나 수목장 등의 방법으로 고인을 추모하고는 있지만, 화장 장례가 지금보다 더욱 많아져 대세로 굳어지게 된다면 보다 다양한 추모 방법들이 선보이게 되지 않을까.

나중에 생각이 어찌 바뀔지 알 순 없지만 지금 생각으로 난, 납골당 안치는 원치 않는다. 납골당에 안치해 봐야 현실적으로 길게는 두 세대, 짧으면 한 세대 정도까지만 관리가 될 듯하고 이후로는 처치 곤란의 애물단지 취급이라도 받을 듯싶다. 차라리 익히 알려진 수목장이나 산골장 같은 형태가 바람직해 보인다. 물론 후손들의 추모를 생각하지 않을 순 없다. 가끔 돌아가신 부모님이라도 뵙고 싶을 때가 왜 없겠는가. 추모공간은 굳이 납골당 같은 시설이 아니라 해도 화장 후의 골분(?)이 뿌려진 장소를 찾는 것도 꽤 의미있을 것 같다. 나의 죽음 이후 내 육신이야 어찌 되든 사실 크게 상관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남은 자들, 특히 처나 자식들을 생각한다면, 사실 그리 쉽게 결정할 문제는 분명 아닌 듯하다. 게다가 단순히 바로 아래 세대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 후세에까지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정말 심사숙고하긴 해야 할 문제임엔 틀림없어 보인다.

끝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먼저 가신...

영면하시길....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