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영월 메밀전병·부침이,올챙이국수 그리고 닭강정

새 날 2012. 11. 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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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영월 나들이 중 점심시간에 맞춰 전통시장인 서부시장에 들렀습니다. 안타깝게도 방문 하루 전인 11월 9일이 5일장 열린 날이었다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저와 5일장과는 연이 닿지 않는 듯합니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장날은 참 교묘히 피해가는 우리입니다. 하지만 뭐 크게 개의친 않아요. 어차피 식사 한 끼 때울 요량으로 들른 거거든요.

 

 

요새 전통시장들은 예전 같지 않아 상당히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더군요. 건물을 새로 올린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듯했어요. 입구를 지나 좌측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거대한 먹거리 공간이 나타납니다. 이곳의 전통 먹거리인 메밀 음식과 올챙이국수 같은 것들이 주 메뉴였구요. 좌석마다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별도의 식당이나 분식집 형태로 운영하며, 전통 먹거리들을 파는 곳도 있었으나 왠지 이런 곳에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듯하여 한 바퀴 순회 후 한 곳을 골라 자리에 앉았답니다. 처음 밟아보는 낯선 곳, 그것도 전통시장의 탁 트인 먹거리 공간, 뭐랄까 이 자체만으로도 그냥 운치가 느껴지는...

 

 

이곳에 오면 누구나 먹게 된다는 메밀전병과 부침이, 그리고 올챙이국수를 주문했습니다. 아주머니 네 분이 서로 분업 형태로 음식을 만들고 주문 받고 서빙하는, 꽤나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더군요. 지난 횡성 여행 때 먹어보았던 맛없는 차가운 올챙이국수가 떠올라 사실 국수는 반신반의하며 시켰습니다만, 다행히도 그맛과는 천양지차였어요. 국수 면발이 올챙이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 그래서 먹을 때도 수저로 떠먹야 하는... 수저가 입으로 들어가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오히려 입에 착착 달라붙는, 그런 맛?

 

메밀전병은 안에 들어간 속이 가장 중요한데, 횡성에서 먹었던 그것처럼 역시나 칼칼하며, 약간은 매운 맛이었습니다. 겉에 감싸인 메밀전과 칼칼한 맛의 김치 등으로 버무린 속이 함께 어우러진 독특한 맛은 다른 곳에선 느껴보기 힘든 맛일 듯합니다. 부침이는 고소한 배추잎과 양념간장의 향이 메밀의 진한 맛을 더해 주었습니다.

 

 

음식을 먹다 보니 무언가 허전함이 느껴졌어요. 그렇네요. 막걸리가 빠졌군요. 막걸리도 나름 지역 특산물이라 할 수 있으니 영월 산 막걸리도 한 잔 해 봐야겠지요. 그래서 주문했습니다. 좁쌀 막걸리 한 종류밖에 없더군요. 게다가 작은 병이 아닌 1,200cc짜리 밖에 없었다는... 정확히 1초동안 고민했습니다. 어차피 우리 둘이선 다 먹을 수도 없는 양, 그래도 남길 때 남기더라도 일단 먹고 보자 아니었겠어요? 잔에 따르니 일반 막걸리와 달리 색이 누리끼리하대요. 좁쌀 성분 때문인 듯...

한 잔씩 걸쳤습니다. 생 막걸리라 쓰여 있는데, 왠지 탄산 성분이 많진 않은 듯한 느낌이네요. 예전 막걸리처럼 텁텁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덕분에 많이 섭취하기는 힘들었어요. 서울이니 국순당이니 하는 막걸리에 입맛이 길들여진 탓이랄까...

 

 

이 시장 안에 전국구로 유명한 닭강정집이 있다더군요. 하도 유명해서 줄을 서 주문해야 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 하더군요.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과연 어떤 맛이길래 그 정도일까 하는... 그래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유명세에 비해 가게는 매우 조그마하더군요. 실제로 밖으로 줄이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우리도 그 줄에 합류했답니다.

 

 

가게 내부예요. 그냥 평범한 시골 조그만 가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모습이었어요. 벽면엔 이곳을 방문한 유명인들의 사인과 사진 등이 붙여져 있었구요. 주문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 맛과 덜 매운 맛.. 저흰 일반 맛으로 한 세트 주문, 참고로 한 세트에 16,000원이었어요.

 

 

다행히 많이 기다리지 않고 구입 완료, 맛은 집에 갖고 가 아이들과 함께 확인해 볼 계획입니다.

 

 

짠~ 집에 도착, 뚜껑을 열어 보았어요. 뭐 평범하게 생겼구먼...

 

 

박스에 쓰인 글귀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맛, 수제로 소스를 만들고 솥으로 구워내었다 하는군요.

 

 

맛을 보았습니다. 일단 작은 놈 하나를 들어 입안에 쏘옥... 맛? 보통 먹던 그냥 닭강정과 뭐 크게 다르진 않은 듯한데...

 

 

그래서 보다 큰 놈으로... 그런데 희한한 게 먹으면 먹을수록 구미가 당겨지는, 그런 맛이었군요. 적당히 달달한 맛 안에 약간은 매운 느낌이 묻어나 감칠맛이 있었으며, 어느 한 쪽 맛으로의 치우친 느낌이 없어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았어요. 확실히 이제껏 먹어 보았던 닭강정들과는 차별화된 맛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이곳 닭강정의 맛을 한 번이라도 본 이들이 전국에서 다시금 주문하여 택배 매출만도 엄청나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모두 한 손에 닭강정 한 박스 씩 들고 있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었어요. 어쨌든 맛을 보니, 줄 서 기다려 주문한다는 얘기에 충분히 공감이 가더군요.

그런데 메밀전병 같은 음식은 산지에서 먹은 것으로 끝내야지, 맛있다고 하여 추가 구입, 집에 싸가져와 먹게 되면, 산지에서의 그 맛과 차이가 많아 후회하게 될 겁니다. 바로 제가 두 번이나 같은 경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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