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우리집 越冬 준비하던 날 (부제: 김장 담그기)

새 날 2012. 11.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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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 준비, 뭐 이름은 거창합니다만 요샌 옛날 같지 않아 집에서 월동 준비라 해 봐야 김장밖에 더 있겠어요? 더군다나 남자인 제가 김장에 주도적으로 나서..... ㄹ 린 없겠고, 역시나 그냥 조력자 쯤의 역할만...

 

수년 전, 배추 파동으로 인해 배추 가격이 금값이 되어버린 적이 있었어요. 이에 대한 타개책의 일환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생산자로부터 배추를 직접 수매, 소비자에게 직거래로 판매하기도 하였지요. 당시의 인연으로 저흰 해마다 괴산에서 절임배추를 주문해 오고 있네요. 올해도 역시 이곳에서 주문했답니다. 아마도 어제(11월 17일)였을 겁니다. 마침 인터넷에 김장용 절임배추의 인기가 치솟아 농촌마을들이 함박 웃음이라는 기사가 떴더군요.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이런 사업은, 앞으로도 적극 권장할 만 한 사례라 생각되어집니다.

 

 

20킬로그램 한 박스당 10여포기의 배추가 들어 있었구요. 본격 작업에 앞서 배추를 박스에서 꺼내어 한 곳에 가지런히 쌓아놓고, 양념 속 만들기 위한 재료들을 준비했습니다. 아 물론 전 아직 배추 박스나 옯기고, 곁에서 사진 찍는 일만...

 

 

김장 속에 들어갈 양념을 만들기 위해 준비한 재료들을 넣고 본격 버무리기 시작합니다. 저에겐 무척이나 생소한 일이었지만, 여성분들에게 있어 양념 재료 정도야 뭐 라면 끓이기 만큼의 기본적인 개념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대충 읊어보면, 무채, 미나리, 생강, 다진마늘, 쪽파, 고춧가루, 새우젓, 멸치액젓 등등이 되겠습니다.

 

 

본격 버무림을 마치고, 드디어 양념 속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저님이 등장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두둥~ 뭐니뭐니 해도 김장 담그기의 하이라이스는 역시나 속 넣기 아니겠어요?

 

 

마눌님에게서 요래요래 하라는 교육을 받고, 이 한 몸 과감히 김장 담그기 이벤트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손놀림이 야물지 못한 탓에 저에겐 보기만큼, 그리고 생각만큼 작업이 쉽지 않더이다. 양념을 듬뿍 묻혀가며, 배춧잎 사이사이에 속을 조금씩 넣으니 양념 아껴 사용하라는 핀잔이 날아오고, 그래서 이번엔 반대로 양념 속을 아껴가며 사용했더니 희어멀건한 게 싱거울 것 같아 맛이 없어 보인다나 뭐라나... 헐... 나보고 어쩌라고...

 

 

더군다나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려니, 그 놈의 다리는 왜 이리도 저린 건지... 허리는 또 어떻고... 시간이 지날수록 제 인내는 점차 바닥을 긁기 시작하며, 인간과 동물의 임계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어요. 이쯤 되면 차라리 안 도와주느니 만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어쨌든 양념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헤엄치던 배추들은 하나 둘 차곡차곡 김치통에 쌓여 가고...

이때 바로 코 앞에선 한 줄기 서광이 비쳐오기 시작하였으니...

 

 

이 작업도 노동이랍시고 마눌님이 준비한 새참, 훈제 삼겹살에 김장용 재료의 일부인 배추와 속, 그리고 막걸리.. 흠 기운을 돋워주는구나... 그렇지요. 아주 작은 것이지만 요런 소소한 재미가 있어야 일할 맛도 나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새참을 맛나게 후루룩하고, 다시 작업에 몰두합니다. 자, 정상이 멀지 않았어요. 조금만 더 하면 끝을 볼 수 있는 겁니다.

 

 

이날 작업한 김장, 저희 식구가 조금 대가족이긴 하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손 쳐도 김치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도 훨~씬 남을 정도의 양은 조금 오버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군요. 우리집 살림의 사령탑이신 저희 어머님의 손이 워낙 크신 지라...-_-;;

제가 주도하고 주관하는 일은 아니라지만, 마음 한 켠엔 늘 짐으로 남아있던 겨울 채비, 휴~ 어쨌든 무사히 마쳐 다행인 겁니다. 저 많은 김장 김치를 다 없애려면 겨우내 열심히 먹어야겠군요. 자칫 김치 먹기를 게을리 하다 보면 겨울을 지나고 봄, 심지어는 여름에까지 김장 김치를 먹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지도 모르니까요.

그나 저나 다들 월동 준비, 아니 김장은 담그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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