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결혼기념일은 또 다른 일상

새 날 2012. 11. 2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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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러니까 11월 24일은 저희 부부 결혼기념일이었어요. 이날의 이벤트는 원래 대부분의 부부들처럼 결혼 초기만 하더라도 제법 신경써 가며 챙기던 연례 행사 중 하나였지만, 한 해 두 해 점점 빠른 속도로 내달리는 세월 앞에 함께 무뎌져 가며, 이젠 그리 특별한 날로 와 닿지도 않게 되더군요. 아 물론 이게 모두 핑계이긴 합니다만... -_-;;

 

저희 결혼하던 날도 지금처럼 무척이나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그런 분위기였고, 하늘에선 고맙게도(?) 비마저 선사해 주셨답니다. 원래 11월 요맘때가 되면 태양의 고도는 점점 더 낮아지며, 때문에 왜 조금은 더 음산하고 칙칙한 느낌이 강해지잖아요? 그날이 분명 엇그제 같기만 한데 어느덧 아이들은 훌쩍 커 제 키보다 한 뼘은 더 자랐고, 젊은 청년이었던 전 middle age란 틀에 갇힌 신세가 되어 버렸어요.

저녁식사를 마치고, 저희 부부는 무작정 밖으로 나섰습니다. 간단하게 술 한 잔 할 요량이었지요. 동네엔 갈 만 한 음식점이나 심지어 호프집 하나도 마땅치 않답니다. 그래서 막연히 길을 걷다 새로 오픈한 듯한 삼겹살집을 발견하고 그곳에 안착합니다. 조금은 특이한 방식의 집이더군요. 삼겹살의 종류가 굉장했습니다. 각각 시킬 수도 있었고, 세트로 묶어 판매하기도 하는...

 

 

세트메뉴로 주문해 보았습니다. 세 종류를 섞어 놓은 건데 허브와 불 그리고 다른 한 종류는 기억이 가물가물... 밑반찬으로 깔려 나오는 음식들은 별 볼 일 없었구요. 삼겹살을 찍어 먹는 소스엔 양파와 콩나물을 넣는 방식이었습니다.

 

 

된장찌개는 서비스 품목이 아니었어요. 별도 주문해야 했습니다. 맛은 뭐 다른 음식점들과 비스무리... 아무래도 음식점들의 된장찌개 레시피는 모두 통일되어 있는가 봐요. 어쩌면 그리도 맛들이 한결 같은지..

 

 

먼저 허브삼겹살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삼겹살을 굽고...

 

 

마지막으로 불 삼겹살을 구웠습니다. 요 녀석 맛은 있더군요. 다만 이름 그대로 입 안에 대형 화재(?)를 일으켜서 문제가 되지요. 많이 매웠습니다. 각각의 삼겹살마다 고유한 향과 맛이 느껴져 먹는 내내 심심치는 않더군요.

집사람과 서로 소주잔을 부딪히며 축하한다... 인사를 건네고 주욱 들이킵니다. 에고 에고 쑥스...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쓰디 쓴 소주의 고유 향과 맛을 음미하며 우리의 지난 날을 돌이켜 보았어요. 너와 함께 산 지도 벌써 이렇게나 지났구나... 그랬구나!!!

주량이 적어 둘이서 기껏 한 병만을 나눠 마셨지만, 기분만은 여러 병 마신 효과와 진배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빵집에 들러 작은 케익도 하나 마련했답니다. 외형이 이뻐 구입한 건데, 알고 보니 크리스마스용으로 제작된 것이었더군요. 아무려면 어떤가요. 기분만 내면 그만일 테니... 초의 갯수가 이번 결혼기념일의 주기를 말해 줍니다. 그런데 저 초들 중 10년생이 하나 숨겨져 있다는 게 함정이지요. ㅎ

 

 

케익은 아이들과 함께 나눠 먹었는데, 아무래도 목이 마르네요. 그래서 입가심용 브라보콘을 들고 모두 함께 브라보~

결혼 초기 기념일엔 반지도 사서 끼워주고, 꽃과 케익 방문 배달도 시켜 주는 등 나름 신경써 가며 이벤트 비슷한 것들도 해 봤지만, 시간이란 녀석은 이제 이런 기념일의 감흥마저 점점 옅게 만들어주는 듯합니다. 사실 뭐 결혼기념일이란 게 별 건 아니지요. 누구나 말하는 것처럼 정작 마음이 중요한 것일 테니... 우리에게 있어 결혼기념일은 그냥 소소한 일상 중 하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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