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맥주잔의 비밀? 술꾼들이여 대동단결하라

새 날 2012. 12. 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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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술을 불러오는 시기이다. 가뜩이나 멘붕 상태에서의 음주는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한다. 세상이 그대를 슬프게 한다 하여 술만 푸고 있다간 자칫 술독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십상이다.

 

2012년이 몇 시간 채 남지 않았다. 불경기 때문일까? 왠지 분위기는 예전만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연말은 연말 아니겠는가. 게다가 18대 대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말의 들뜬 분위기와 함께 시너지를 불러 와, 술꾼들에겐 이래저래 술판 퍼포먼스의 최적 조건들이 만들어지는 때임엔 틀림 없는 거다. 그런데 술꾼들을 공분케 할 만 한 뜨악한 기사 하나가 떴다.

 

`생맥주잔의 비밀'…"주문량보다 12~23% 적게 나와"
2천 주문시 실제량은 1천544㏄…500㏄-2천㏄간 단가差 없어 생맥주 잔 용량에 문제…다음달부터 용량선 표시용기 공급

사실 생맥주잔의 용량에 대해선, 술꾼들 간 표면적으로 대놓고 얘기는 못 해왔지만, 공공연하게 으레 그러려니 하며 과소용량으로 인정해 오던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소비자원의 공식적인 발표를 보니, 마음 한 켠에 있던 혹시나 하는 마음마저 무너지는 느낌 때문에 영 씁쓸하기만 하다.

결국 맥주 제조사들과 전국의 호프집 사장님들이 대국민 사기극을 펼쳐 왔다는 얘기인데, 때문에 이들도 이들이지만, 그간 수많은 의심과 미심쩍어 했던 술꾼들의 불만을 이제껏 방임해오다 뒤늦게서야 실체를 파악한 정책 당국도 술꾼들의 비난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여러 좋은 사람들과 함께 생맥주를 마실 땐 소위 피쳐라 하여 2,000cc 이상의 큰 잔으로 주문한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피쳐잔의 생김새는 육안으로 보더라도 주문한 양에 턱없이 부족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300cc 이상의 용량이 부족하단다.

아울러 이들은 대용량 주문이 작은 용량에 비해 왠지 단가가 조금이라도 저렴할 것이란 우리의 간절한 믿음도 철저히 깨 주셨다. 대형마트에서 세제 등을 구입할 때 대용량이 더 쌀 듯하여 우린 큰 놈을 보통 선택한다. 하지만 혹시나 하여 작은 녀석과 단위용량으로 비교해 보고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던 씁쓸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 준다.

맥주 선진국 독일에선 진작부터 맥주 제조사에서 전용잔을 제공해 왔으며, 눈금을 표시해 정량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한다. 소비자원의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 맥주 제조사들도 내년부터는 눈금이 새겨진 생맥주잔을 공급하기로 했단다.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환영하는 입장이다.

아울러 맥주 제조사들은 그동안 생맥주 판매를 통해 취해 온 불법 이득을 술꾼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기 바란다. 뭐라? 자신들은 호프집에 정량대로 판매하였기에 억울하다고? 불법 이득은 호프집이 모두 취해 갔다고라고라? 애초 작금의 상황을 만들 여지를 제공해 주었고, 그간 방임한 괘씸죄가 있으니 그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시기 바란다.

판매한 생맥주 용량의 12-23%를 뻥튀기 하셨으니, 그의 평균인 18%에 해당하는 이득을 다시 뱉어내 주셔야 할 것 같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물가인상분도 반영해 주시기 바란다. 물론 술을 전혀 못 하는 분들은 무시하셔도 될 듯하다. 이를 위해 맥주 제조사들은 먼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음주 여부를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그동안의 불로소득을 인원수에 맞게 균등 분할하여 되돌려 주시기 바란다.

대선 때문에 생긴 멘붕, 불경기로 인한 스트레스, 개떡 같은 연말 분위기... 거기에 술잔 훼이크까지... 자, 술꾼들이여 맥주잔이 비록 우리를 속일 지라도 결코 노여워하거나 분노하지 마시라. 그동안 속아 왔던 것에 대한 보상은 돈으로 받으면 그만일 테고, 내년부터는 정량의 맥주잔이 등장한다 하니 맥주 제조사 그대들을 한 번 믿어 보자.

그리고 아무리 연말이라 해도 술 작작 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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