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고위공직자 자녀 국적포기, 여전한 도덕 불감증

새 날 2013. 10. 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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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공직 기강 확립에 대해 방점을 찍고 국정의 화두로 삼아 금과옥조로 여겨오며 이를 강조해 오고 있지만, 과거와 견주어볼 때 일선 현장에서의 공직자들 움직임엔 큰 변화가 없는 듯해 대통령의 일성이 왠지 공허해 보이기까지 한다. 

 

고위공직자 자녀 국적포기, 병역기피 논란

 

박근혜정부의 고위공직자 자녀들 다수가 국적을 포기, 병역 기피 논란을 일으키며 또 다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병무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정부 고위 공직자의 아들 16명이 한국 국적을 버리고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이와 비슷한 사례는 과거에도 비일비재하였으며, 때문에 어지간해선 바뀌지 않고 해마다 반복돼온 우리 사회의 오래된 병폐 중 하나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도덕성을 특히 강조하며 고강도의 공직자 쇄신을 요구해 왔던 터라 이런 결과는 상대적으로 더욱 큰 실망감으로 와닿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

 

국적을 포기한 시기는 만 18세에서 19세 사이였고, 이들 중 13명은 미국, 나머지 3명은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들 공직자 중에는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신중돈 국무총리실 대변인 등 박근혜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아들의 의견을 존중했으며, 교육을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해명에도 일리는 있다.  실제 그럴 수도 있겠지 싶다.  그러나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는 이들의 해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다.  자식들의 의견 존중과 교육보다는 결국 병역 면제를 위한 꼼수짓 아니겠는가 싶은 것이다.



병역 면제를 받은 사람들을 향해 부러움 반 시기 반 섞인 표현으로 우린 흔히 '신의 아들'이라 불러오곤 했다.  꽤나 오래전부터 사용돼온 듯한 '신의 아들'이란 표현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일반 서민들이 볼 땐 신체에 이상이 있지 않은 이상 국방의 의무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 쯤으로 여길 수밖에 없기에 이를 갖은 방법으로 피해갈 능력을 갖춘 이들을 신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만 군대에 간다" 라는 말이 아직도 통용되며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은 바로 썩을 대로 썩어 역한 냄새마저 풍겨오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음이리라. 

 

고위공직자와 전문직 종사자, 심각한 도덕적 해이

 

고위공직자라면 모름지기 국민들의 귀감이 되고 모범을 보여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표현, 사실 너무도 식상하다.  하지만 21세기를 내달리는 현재도 과거의 유물이 되어 있을 법한, 이러한 방식의 표현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SBS

 

'국방의 의무'는 국민의 4대 의무에 포함되어 있노라고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엄연히 명시되어 있다.  고위공직자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기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행위는 결국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포기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싶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녹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정작 국가를 위한 의무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평소 국방과 국가 안보를 외쳐오던 사람들이 정작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려 하니, 만에 하나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도 발생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외국으로 도망갈 이들이 바로 이런 부류 아니겠는가?  과연 이런 치들이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런지...

 

그런데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비단 공직사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기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를 내팽개친 고위공직자들에 이어 이번엔 '납세의 의무'를 회피한 사회 지도층 부류들의 면면이 대거 밝혀졌다.  9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의사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 소위 '사'자로 끝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아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추징당한 평균 액수가 개인사업자의 2.44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전문직 종사자들 또한 고위공무원들처럼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초등학생들에게 국민의 의무는 국가 발전과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라 가르치고 있으면서 정작 자신들은 이를 회피하려고 기를 쓰고 있다. 

 

한 마디로 국민의 권리는 땅에 떨어진 부스러기까지 찾아먹을 듯 덤벼들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선 나몰라라 내팽개치며 도망갈 구멍만을 찾고 있는 것이다.  우습지 않은가?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겐 뭐라고 답할 텐가.  자식들에게 있어 부끄럽지 않은 삶이 가장 떳떳한 삶이라고 흔히들 말해오지 않았던가?

 

우리 사회, 여전히 투명하지 못하고 혼탁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연유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위로부터의 도덕불감증 내지 도덕적 해이 현상이 높은 농도로부터 낮은 농도인 아래로의 급속한 확산을 불러와 우리 사회 전체를 더러운 사상과 물질로 오염시켜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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