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유 의상 한복의 색과 선은 참으로 곱다. 아울러 한국 여인들은 우리의 고유 의상을 입고 있을 때 맵시가 가장 살아나며, 자태 또한 도드라져 보이는 듯싶다. 그 때문일까?
한복 세계화 사업 추진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길에 나설 때마다 이러한 맵시 있고 우아한 한복을 차려 입었고, 한복만의 고유한 멋진 자태로 인해 현지에서의 좋은 반응을 얻어내며 전 세계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곤 했다.
베트남 패션쇼에서 한복 모델로 등장한 박 대통령 ⓒ중앙일보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 이러한 풍경은 영 낯설다. 어쩌면 대한민국 초유의 여성 대통령이기에 겪는 통과의례 쯤이 아닐까도 싶다. 박 대통령의 한복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무척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인식과 애정이 그 만큼 깊고 남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유별난 한복 사랑은 어느덧 한복의 발전이라는 명제를 위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한복 관련 정책을 전담할 별도 기구를 설립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복 정책 전담 기구인 ‘한복 진흥센터’를 내년에 설립하기로 했단다. 법적 토대를 갖추기 위한 움직임도 엿보인다. 새누리당 김기현 의원이 '한복 진흥법' 발의를 계획 중이며, 이를 위해 현재 의견을 수렴 중이란다.
대통령을 의식했거나 또는 대통령이 지시했거나
이번 한복 세계화 전략은 오롯이 박근혜 대통령의 각별한 한복 사랑으로부터 비롯된 경향이 커 보인다. 17일 돌아오는 한복의 날을 맞아 모처럼 각종 지원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정작 이제껏 한복의 날은 유명무실한 채 소외되고 외면받아왔던 게 현실이다. 때문에 급작스런 한복 세계화 전략은 결국 박 대통령 개인을 지극히 의식한, 박 대통령을 위한 정책이라는 평이 대세를 이룰 수밖에 없다.
ⓒ한겨례신문
이처럼 대통령을 의식한 정책은 여타 분야에서도 드러난다. 그런데 그 현상, 눈에 확 띌 정도로 유치 찬란하다. 박근혜정부 부처의 조직과 직위 가운데 '창조'와 '창의'라는 단어가 들어간 사례가 71개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 운영의 핵심 키워드로 꼽은 화려한 수식어 '창조경제'의 이면에 가려진 흔적들이자 그늘의 모습이다.
조직이나 직위의 명칭을 바꿨다고 하여 없던 창의력이 샘 솟거나 무에서 유가 갑작스레 만들어지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때문에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연 이것이 창조경제의 한 축인 걸까? 마치 지난 봄, 청와대가 창조경제를 홍보하고자 급조했던 '창조경제 꽃' 해프닝이 연상된다.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발상이었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의한 결과물이라면 더욱 심각한 일일 테다. 결국 우리 공직사회의 경직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한복 세계화 전략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살리고 한류와 연계된 콘텐츠 개발과 보급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취지에선 공감한다. 이런 형태가 바로 창조경제의 한 사례라 한다면 뭐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창조인가 창조 파괴 행위인가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과정이 문제다. 단순히 대통령이 한복에 관심을 보이며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애초부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세운 계획이라면 성공 가능성에 의문부호 하나를 추가하지 않을 수 없다. 비슷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전임인 이명박정부 시절 이른바 '영부인 프로젝트'라 불렸던 한식 세계화 사업이 이의 판박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업은 예산이 잘못 집행되었고, 엉터리 계약과 각종 특혜 의혹 등으로 총체적 부실이란 진단을 받게 된다. 2009년 시작한 이래 2012년까지 무려 약 8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예산만 허비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영부인의 취미생활 치고는 너무 비싼 대가를 치렀다는 비아냥들이 결코 허튼 소리만은 아니다.
한복 세계화 추진 과정 또한 한식 세계화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하여 우려가 앞서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관심 분야이고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 졸속 추진이 이뤄져선 안 된다. 가뜩이나 예산 부족으로 인해 복지 공약도 후퇴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의 취미생활(?) 때문에 무분별하게 혈세가 낭비되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국정 화두인 창조경제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계획과 치밀한 계산이 뒤따라야 한다. 한식 세계화 사업을 타산지석 삼아야 할 이유다.
'창조'란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아울러 새로운 의견을 생각하여 내거나 또는 그 의견을 '창의'라 한다. '창조'와 '창의'란 단어를 직위와 조직명에 추가했으니 처음으로 만들어낸 것이고, 새로운 의견에 의한 결과물이니 이것이 바로 박근혜정부에서 말하는 창조경제가 아니겠는가 라고 우긴다면 그도 그럴 순 있겠다. 하지만 종국엔 언어유희 아니겠는가.
뭐든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의 사업 추진은 금물이다. 그 뒤엔 언제나 국민이 낸 혈세의 낭비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수식어를 남발하며 없는 것을 억지로 짜내는 것이 아닌,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창조경제의 기본 틀이다.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고자 또는 상부의 지시에 의해, 쓸 데 없이 조직이나 직위의 이름을 바꾸는 행위나 영부인의 취미생활로 인해 허공과 길바닥에 뿌려지는 국민의 혈세는 창조가 아닌, 창조의 파괴 행위에 진배 없다. 창조경제란 칼을 칼집에서 꺼내어 휘두르고 있는 박근혜정부가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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