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복무규율 제18조에 따르면 군인은 선거권과 투표권을 행사하는 외에 그 어떠한 정치적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이다. 이는 장교나 부사관 등 군 간부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병사 모두를 아우르는, 전체 군인들에게 적용되는 절대 규율이다.
국군사이버사령부, 대선 개입 정황 드러나
그러나 북한군 정찰총국의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하기 위해 창설된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일부 요원들은 이러한 군인복무규율이란 올가미(?)에서 제법 자유로운 모양이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들이 대선에 깊숙이 관여하며 정치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민주당 문재인은 서해 NLL을 북한과 공유하겠다고 한다. 피로 지켜왔던 국군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민주당 문재인은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 자격이 안 된다. (2012.11.5)
문재인 선거홍보물에는 천안함 폭침이 침몰로 나와있네. 이런 사람이 대통령 후보?? 대한민국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2012.12.8)
이들이 인터넷 상에 올린 글의 일부다. 당시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제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이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을 때다. 이들이 올린 정치적 성향의 글은 총 300여 건으로, 국정원 댓글수에 비해 4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군 당국은 법무와 헌병의 합동조사에 착수했고, 실제 이들의 정치적 성향 글 작성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국방부는 이들의 행동이 개인적인 활동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야권에서 주장하고 있는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국방부의 해명엔 궁색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차라리 이들이 각기 전혀 다른 부대에 배치되어 있으며 일반 병과에 소속된 평범한 군인들의 일탈 행위였더라면, 국방부의 해명 대로 개인 의지에 의한 개별 행동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의혹이 제기된 이들의 소속 부대가 너무나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 갖는 위험성
국군사이버사령부는 국방부장관 직할부대로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2010년 창설됐다. 소속 부대원 400여명 가운데 200명이 대북심리전단 소속이며, 이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3배에 이를 만큼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특히 대선이 있었던 지난해에는 평소 연간 한 차례 선발에 그치는 군무원을 수 회에 걸쳐 80여명이나 특채한 사실이 알려지며 대선을 앞두고 조직적 여론 조작을 위한 인원 충원에 나섰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정황상 이들 또한 특정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국정원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과 벌여야 할 심리전을 애꿎은 시민들과 벌인 셈이다.
지난 14일 있었던 국방위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국군사이버사령부 직원들이 국내 사이트에 댓글을 단 것에 대해 보고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북한이 대한민국 실체를 부정하고 선전 선동을 하기 때문에 거기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며 그 실체를 인정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은 결국 북한을 핑계 삼아 국내 정치 상황에, 그것도 매우 민감한 사안인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왔노라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아울러 이들 현역 군인들이 적으로 간주하며 적극 공략한 대상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 같은 외적이나 북한이 아니었다. 어이 없게도 바로 평범한 우리네 일반 시민들이었다. 이들의 병과상 주특기가 대북심리전인지라 댓글과 같은 인터넷 상에서의 글쓰기 형태를 취했을 뿐, 만약 일반 병과였다면 총부리를 우리에게 겨눈 것과 매한가지라는 의미다.
섬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는 또 다른 차원으로 와닿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담보해야 할 현역 군인과 군무원들이 오히려 총부리를 같은 국민들을 향해 겨누었다는 사실을 도대체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혼란스럽다.
국정원에 이어 국방부마저? 국기문란 범죄행위 낱낱이 파헤쳐야
국정원의 대선 개입도 모자라 이젠 군마저 이에 개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 척도를 나타내는 시계는 이들에 의해 이미 7,80년대로 되돌려져 버렸다. 과거 박정희 군사정권과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을 거쳐오며 군의 정치 개입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크고 무서운 해악을 끼쳐왔는지 우린 직접 경험을 통해 체득한 바 있다.
일상의 자유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마저 제한 당하거나 박탈 당하는 아픔을 경험했었다. 군의 대선 개입을 의도한 세력과 주체가 설마 이러한 과거와 같은 끔찍한 악몽을 다시 꿈꾸려는 의도로 행해진 건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국가정보기관에 이은 군의 정치 개입, 이쯤되면 야권에서 표현하는 것과 같이 총체적 국기문란의 상황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에 대해 국정을 총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 여전히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은 채 애써 외면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대통령 직책을 수행 가능하게 된 건 이들의 정치 개입 공작에 의한 일정 부분의 성과물이라는 점, 당사자가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숨길 수 없는 엄연한 사실임에 틀림 없다.
국방부는 조직적인 정치 개입의 의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번 사건을 개인적인 활동으로 은폐 축소시키며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그 어느 조직보다 정치적 중립의 자세를 철저히 견지해야 할 군이 특정 집단을 위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정황에 대해선 반드시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배후 또한 낱낱이 파헤쳐 이 땅에서 다시는 군이 정치적 상황에 관여하는 일 따위 발생치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 18대 대선,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선거에 대한 정황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이번 국군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또한 빙산의 일각이 될런지 그 규모를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대선이 끝난 지 1년 가까이 지나고 있으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당시 상황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하려는 행위에 대해선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확고하게 바로잡아 올곧은 형태로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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