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두 전직 서울경찰청장의 '뻔뻔하거나' 혹은 '비겁하거나'

새 날 2013. 10. 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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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심문을 받고 출석을 요구받은 증인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사례는 이제껏 없었다.  하지만 이 기록, 최근들어 깨지고 만다.  그렇다면 기록을 깬 당사자는 해당 분야에서 나름 신기원을 이룬 셈?

 

김용판 김석기 두 전 서울경찰청장, 뻔뻔하거나 비겁하거나

 

지난 8월16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선서를 거부한 바 있던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15일 국회 안행위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선서를 거부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란다.  참 뻔뻔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또 한 명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주변으로부터 환대를 받지 못한 채 도둑 취임식을 해야만 했다.  용산참사 유가족과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으로 인해 정식 취임식을 갖지 못했던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신임 사장이 16일 이른 새벽 청사 옆문을 통해 몰래 들어와 취임식을 강행한 것이다.  이른바 기습 취임식이다.  참 비겁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이렇듯 두 전직 서울지방경찰청장들의 '뻔뻔하거나' 혹은 '비겁한' 장면 연출은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용판 전 청장의 증인선서 거부, 국민 우롱하나

 

김용판 전 청장은 "관련 재판이 현재 진행중이고, 국민의 기본권인 방어권 차원에서 선서와 증언, 서류 제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출석 거부에 대한 제재는 있을 수 있지만 출석후 증인선서를 거부한 경우 어떠한 제재도 할 수 없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다. 

 

김 전 청장의 돌출행동은 야권과 여권을 떠나 모든 국회의원들을 당황케 만들었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며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국회에 대한 모독은 국민에 대한 모독과 다름 아니며 이와 같은 행동은 결국 국민을 우롱했다는 의미가 된다.  국회에서의 김 전 청장의 안하무인격 태도, 국회와 국민을 졸로 여기고 있노라는 방증이다. 



그는 증인선서의 거부 사유를 국민의 기본권 운운하며 들고 있는데, 자신은 국민과 국회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찾겠다면 그야 말로 도둑놈 심보 아니면 그 무엇이겠는가.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건 김 전 청장의 첫 사례로 인해 앞으로도 비슷한 방식으로의 증인선서 거부가 이어질 여지가 있고, 아울러 국회가 이를 인정하게 된 셈이 돼버렸다는 대목이다.  역사의 오점에 그의 이름이 남게 됐다.

 

김석기 전 청장의 도둑 취임, 용산참사의 아픔은 여전하거늘..

 

아직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생생한 악몽으로 남아있는 용산참사, 2009년 1월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당시 이 사건을 지휘한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낙점 받으며 낙하산 인사라는 무수한 비난이 쏟아졌다. 

 

당시 사건은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유가족들 뿐 아니라 온 국민의 마음 한 켠을 스크래치낼 만큼 우리 사회 전체에 커다란 상처를 안겨주었고, 사건의 여진이 여전해 그의 흔적과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사건의 주역을 공공기관의 사장으로 앉힌 박근혜정부의 패기가 그저 대단해 보일 뿐이라는 표현 외엔 달리 나타낼 방법이 없어 보인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그여야 할까?  왜?

 

사건 당시 용산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간곡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은 대화 시도 한번 없이 강제 진압을 지시했다.  아울러 그는 여전히 용산참사 유가족들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그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에 대해 "법집행을 하면서 벌어진 불가피한 일이었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 그가 새벽에 청사에 몰래 숨어들어가 기습적으로 도둑 취임식을 가진 것이다.  너무도 비겁한 사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경찰청 기강해이 심각, 고객만족도 최하위

 

이러한 두 전 서울지방경찰청 수장의 영향 탓일까?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경찰들의 기강 해이가 가장 심각하며 치안 고객만족도는 최하위권이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17일 국회 안행위의 국감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2009년 이후 경찰공무원 범죄에 관한 한 전국에서 매년 1위를 기록해오고 있단다.  경찰관들의 기소 이상 범죄현황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의 비율이 전체 16개 지방경찰청 가운데 27.1%나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관들의 직무만족도와 서울시민들의 치안고객 만족도 또한 서울경찰청이 모두 최하위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전체 16개 지방경찰청 가운데 계속해서 최하위권인 15위 내지 16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뻔뻔하거나 비겁한 전직 수장들의 면면을 볼 때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경찰 수뇌부들이 솔선수범하며 모범을 보여야 조직의 기강도 살 테고,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도 높아질 것을, 오히려 그들이 이렇듯 경찰 얼굴에 먹칠하는 행동을 하고 다니니 좋은 결과를 바란다는 건 결국 어불성설 아니겠는가.  때문에 '뻔뻔하거나' 혹은 '비겁하거나' 모두, 국민들의 신망을 잃는 행위임엔 틀림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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