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리설주 대북전단 살포가 바람직스럽지 않은 이유

새 날 2013. 10. 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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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리설주 성추문'은 얼마전 일본 언론들이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 부인 리설주의 과거 은하수관현악단 시절 성추문에 대한 의혹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알려진 사건이다. 

 

일본 언론의 '리설주 성추문' 보도

 

이에 따르면 은하수관현악단의 문경진 단장 외 단원 9명이 포르노 영상물을 제작하여 함께 돌려보았고, 리설주도 그들과 함께 했노라는 대화가 포착되어 모두 극형에 처해졌다는, 확인되지 않은 풍문을 근거로 한다.

 

그런데 리설주는 일본의 보도가 나간 이후 현재까지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어 추문에 대한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리설주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섣부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이와 같이 리설주가 종적을 감춘 사실에 대해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보름 정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리설주의 신변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 문제는 현재로선 판단이 어려우니 상황을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히며 리설주와 관련한 풍문 진화에 나섰다.

 

보수단체 회원들, '리설주 성추문' 대북전단 살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확인되지 않은 추문을 근거로 일부 보수단체가 북한 주민들에게 이의 내용을 알리겠다며 대북전단지를 만들어 북한 지역을 향해 살포, 논란이 일고 있다.  블루유니온 등의 단체 회원들이 6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합수교 부근에서 리설주 성추문 사건 내용을 담은 대북전단 50만장이 실린 비닐풍선 100개를 북한 지역으로 날려보낸 것이다.

 

 

대북전단지에는 일본 언론매체들의 보도 내용을 근거로 한 "리설주 사모님께서 추잡한 영상을 찍어 외화벌이를 하셨다니?"라는 매우 자극적인 문구와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대북전단 살포에 나선 주된 목적은 북한 주민들에게 리설주 성추문 사건을 제대로 알리고자 함이라 밝히고 있으며, 살포 후엔 북한 측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이번 대북전단 살포의 목적이 그들이 밝힌 게 전부인 걸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전단의 살포를 통한 직접적인 효과보다는 북한 최고지도자 부인의 성추문이라는 전대미문의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 언론의 대대적인 보도를 이끌어내며 관심도를 높이는 등 행위 자체의 상징성을 부각시켜 간접적인 효과에 더욱 기대를 걸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알다시피 공기의 흐름은 너무나 가변적이다.  즉 풍선이 북한 영토까지 제대로 날아가게 될지도 의문이며, 게다가 전단지가 북한 지역에 골고루 살포될런지의 여부는 더더욱 알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전단지를 이용하여 북한 내부의 동요를 꾀하기보다는 극히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소재의 퍼포먼스를 활용, 언론들의 시선을 모으고, 여타 보수단체와의 선명성 경쟁에서의 우위 확보를 통해 지명도를 높여보려는 의도가 더욱 크리라 생각된다.



북한은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위협을 가해 온 바 있다.  특히 탈북단체와 미국 인권단체가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한 지난 6월 29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임진각이 서부전선사령부의 직접적인 조준타격권 안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며 국지적인 도발에 대한 가능성을 경고해 오기도 했다.  결국 이날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경찰의 저지로 인해 무산됐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북한 정권을 자극, 가뜩이나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연기로 인해 경색국면에 접어든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켜 최악의 경우 자칫 북한의 국지적 도발마저 유발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전단지를 직접 받아든 북한 주민들의 동요보다는 전단지 살포 행위 자체로 인해 오히려 북한의 권력층이나 군부를 자극시키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전단 살포가 바람직스럽지 않은 이유

 

리설주 성추문에 대한 내용의 사실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내에서 이뤄진 보도는 대부분 일본 언론 매체의 추측성 보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풍문에 불과한 내용을 마치 사실인 양 전단지에 사용하여 북한을 자극하는 방식은 적절치 못한 행위이다. 

 

설사 이와 같은 추문들이 사실로 밝혀졌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전단지에서 표현된 문구나 내용들은 흡사 극우 코스프레 집단인 일베 커뮤니티 내에서 회원들끼리나 주고 받는 표현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저속함 일색이다.  추문이 사실이든 그렇지 않든, 그 대상을 떠나, 이런 표현과 양식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같은 인간으로서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내용과는 관계없이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 자체 또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북한의 국지적 도발이 실제로 감행 된다면 해당 지역인 파주와 연천 주민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이 나름 마련된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해당 단체에게 되묻고 싶으며, 그렇지 않다면 작금의 행위는 너무도 무모하며 무책임하다고 하지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이제껏 몇 차례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나서가며 저지하더니, 이처럼 민감하고 저속한 내용을 담은 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선 왜 제지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혹시 정부 또한 이러한 행위에 대해 암묵적으로 두둔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히 의심스런 상황이다.

 

전쟁이란 게 반드시 심각한 충돌로 인해 발생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 간의 다툼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조그만 감정들이 모여 켜켜이 쌓여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것들이 도화선이 되어 일순간 폭발하는, 그러한 경향이 더욱 짙다.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흔들기의 목적일 수도 있겠지만, 보수단체들의 선명성 경쟁 취지라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을 듯한데, 일부 단체들의 지극히 이기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은 견딜 수 없는 노릇이다.  아울러 정부 또한 무책임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그들의 행위를 제지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이념과 지역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사회는 이들의 전단 살포 행위를 반대하는 세력과 찬성하는 세력으로 양분되어 또 다른 분열로 치닫게 되고,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며, 심지어 북한의 국지적 도발마저 야기할 수 있는 무모한 행위에 불과하기에,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임에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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