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국정원, 이래서 우려스럽다

새 날 2013. 8. 3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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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에서 일해야 할 국가정보원이 지난 대선에 이어 또 다시 양지로 뛰어들었다.  통진당 내란음모 혐의라는 카드를 꺼내든 국정원, 혐의의 진위 여부를 떠나 국가정보기관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 연유로 이미 개혁 대상에 오른 지 오래, 이런 조직이 또 다시 정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생결단 국정원, 대선 개입에 이어 또 다시 정치 개입

 

통진당 사태의 혐의 사실 여부는 일단 논외로 하고, 국정원이 이렇듯 민감한 시기에 왜 또 다시 정쟁의 한복판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는가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조직은 지난 대선 때 불법 선거 개입으로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에 내몰린 상황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궁지에 몰린 쥐가 막판에 고양이를 문 셈?  

 

 

조직의 존폐가 언급될 만큼 커다란 내상을 입은 국정원, 아마도 조직의 존망을 내건 사생결단의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통진당 사태 카드를 꺼내든 듯싶다.  언론에서도 이미 떠돌아다니는 바와 같이, 때문에 국정원이 통진당의 혐의 입증에 무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물론 이의 실제 입증은 재판 과정을 통한 지리한 싸움이 될 예정이다.

 

지난해 통진당의 내분 사태는 이들에게 종북세력이란 주홍글씨를 이마에 새겨지게 하였고, 여전히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야권에서도 이를 의식, 섣불리 통진당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선 긋기에 바쁘다.  국정원도 이러한 통진당의 결정적인 약점을 모를 리 없을 테고, 때문에 더욱 집요하게 파고드는 낌새다.



통진당의 입장에서도 이번 내란음모 사태는 정당의 명운이 걸린 중대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때문에 발빠르게 당을 비상투쟁본부로 전환, 국정원의 수사에 맞서 총력 대비 태세로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원과 통진당 두 조직이 자신들의 존망을 놓고 서로 막다른 낭떠러지에서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번 내란음모 사태의 수사 결과에 따라 두 조직의 운명은 서로 다른 길을 향할 공산이 커졌다.  때문에 이번 수사는 두 조직의 명운을 건 매우 치열한 싸움이 될 전망이다.

 

극우세력의 백색테러, 급기야 총기까지 등장

 

한편 국정원의 패기 넘치는 수사 진행으로 인해 정국은 이미 혼돈의 쓰나미에 파묻힌 상황이다.  제 아무리 정치 개입 의도가 전혀 없었노라는 변명을 해도 정치권은 국정원의 사생결단 카드에 의해 이미 한참을 휩쓸려 떠내려간 뒤다.  예상대로 이념 논쟁이 불을 뿜으며 남남갈등이 극에 달해가고 있다.

 

29일 부산에서 벌어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진상규명 촛불집회에서 총기류가 등장, 촛불시위자를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 두 명이 촛불집회에 참석한 민주당 관계자에게 다가가 "박근혜 대통령 하야 이야기를 하면 총으로 쏘겠다"며 위협해 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찰에 의해 불구속 입건됐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같은 날 통합진보당사 앞에선 상이군경회 회원 700여 명이 집회를 열고, 그중 일부 회원들이 통진당 당사에 직접 난입하여 의자를 집어던지고 소화기를 휘두르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통진당 당직자 일부가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실려가기도 하였단다.  당시 경찰 100여 명이 통진당 당사를 둘러싸고 있었지만 이들의 진입을 막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정원의 막다른 카드가 우려스러운 이유

 

지난 28일에는 SBS "8 뉴스"에서 김성준 앵커가 "미묘한 때에 초대형 사건이 불거졌습니다. 국민이 놀랐습니다. 시점과 내용으로 볼 때 국가정보원이 조직의 명운을 건 외길 걷기에 나선 것 같습니다. 진실 말고는 길잡이가 없습니다"라는 클로징 멘트를 했는데, 이 발언이 화제에 오르며 진보 보수 양 진영간의 이념 논쟁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통진당 사태 이전에도 우리 사회의 이념 논쟁은 끝도 없이 이어져왔었고, 늘 사회의 안전을 해치는 시한폭탄처럼 위태위태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국정원의 통진당 내란음모 혐의 수사 발표는 그러한 상황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음지에서 일해야 할 국정원이 자꾸만 양지를 지향하며 정치에 직접 관여하니 이러한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 개입으로 지탄받는 조직이 또 다시 정치에 개입을 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내란 음모라는 또 다른 초유의 혐의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우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정원이 이러한 사태를 이미 예견했건 하지 않았건 간에 이념 논쟁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기세로 우리 사회 전반으로 번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이런 상황을 보며 짐짓 미소를 지으며 반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이 우리 사회의 건전성과 안전을 해치는 일임엔 틀림 없다.  때문에 이번 국정원의 사생결단과 같은 행보가 더욱 우려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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