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공기업 기관장 특정인 내정? 또 낙하산인가

새 날 2013. 9. 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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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코드 맞추기에 따른 잡음으로 인해 공기업 기관장의 인사가 2개월간 중단된 끝에 기관별로 재개된다고 한다.  얼마전 있었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교체 또한 그동안 불거져왔던 각종 인사문제에 대한 문책성 경질의 성향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공모 중인 농어촌공사 사장 이미 내정?

 

어쨌든 김기춘 비서실장 체제를 맞은 청와대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공공기관장과 공기업 사장의 인사를 빠른 속도로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취임 직후 허태열 비서실장이 올렸던 공공기관장 인사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공모 절차를 진행중인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에 관료 출신 특정 인사가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이 발견돼 파장이 일고 있다.

 

 

한 언론사가 확보한 이 문건에는 이상무 FAO(국제식량농업기구) 한국협회 회장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으로 특정되어 있단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 중앙선대위 행복한농어촌추진단장을 역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해당 문건인 "CEO 취임에 따른 TIME-Schedule"에는 특정인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 후 진행할 "취임전 보고 및 조치사항", "취임 당일 차량 이동경로", "취임 이후 주요 일정" 등이 상세히 작성돼 있으며, 특히 "CEO는 FAO 차량이용 세종시로 직접 이동"이라는 문구와 "현재 사장 명함에 이름만 바꿔라"라는 친필이 관련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아울러 임명 절차가 아직 남은 상황에서 임명 시기를 점칠 수 있는 문구들이 해당 문건의 여러 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단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 8월7일에서 16일까지 사장 후보자 공모 후 면접을 거쳐 5명의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다.  사장의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9월 중순이나 10월 초 쯤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측됐으며, 임명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일반적으로 내정자를 점치기 힘든 특징이 있다.

 

더 이상의 낙하산 및 관치 인사 없어야

 

한동안 중단된 공기업 인사로 인해 일부 공공기관은 기관장이 공석인 상태로 주요 업무가 중단된 채 방치되어왔고, 일부는 자동으로 연임되기도 한 상황이다.  이래나 저래나 공기업들의 입장에선 업무 추진 동력을 잃은 지 이미 오래이다.  때문에 최근 금융이나 에너지 부문 공기업 등을 필두로 기관장 공모 절차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요직에 대거 기용된 금융연구원 출신 인사들이 금융 공기업 사장 인선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또 다시 낙하산 인사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KT와 포스코 등과 같은 곳의 민영화 공기업에서도 인사 파동의 그림자는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이석채 KT 회장이 청와대로부터 퇴진 요구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이 그 근거다.  이렇듯 공기업 인사에는 여전히 관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관치 인사의 폐해를 수도 없이 봐왔다.  소위 낙하산으로 고공투하된 인사들일수록 소신 있는 업무를 펼쳐 관련 분야에 공을 세우기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자리 보전에만 급급해 하고, 심지어는 각종 자금 횡령 등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해왔던 모습들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낙하산은 없다"고 공언해 왔다.  때문에 그동안 관료 출신들이 공기업의 기관장 자리를 모두 차지하는 관행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동안 이들에 대한 인사마저 보류해 오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의 예에서 보듯 대선시절 중앙선대위의 직책을 맡았다는 이유로 혹은 고위 관료를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기관장의 자리에 앉히는 일이 발생해선 곤란하다.  그 자리는 전문성과 능력을 고루 갖춘 인사가 주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자칫 박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공염불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이제껏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왔던 인사파동의 그림자가 여전히 걷히지 않는 느낌이다.  더 이상 공기업의 기관장 인사가 관치나 낙하산과 같은 제 식구 챙기기식으로 변질되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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