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엔 어떤 배경이?

새 날 2013. 8. 28.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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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부로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우리 사회는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그 탓일까?  5년의 임기 중 고작 10%에 해당하는 시간이 지나왔건만 꽤나 긴 시간의 흐름이 아니었는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리 유쾌한 시간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70%의 벽 뚫은 박 대통령 지지율

 

최근 각 언론 매체에서는 박 대통령의 취임 6개월을 맞아 대통령 지지도에 대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 결과를 잇따라 공표해오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제껏 매주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해오던 전문 여론조사기관들의 결과에 비해 이들 언론 매체들의 그것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부분이다.  특히 SBS의 조사에서는 70%의 지지율을 넘어서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전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서 지난 24일 발표한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한 번 살펴 보자.

 

 

언론사들의 여론조사와 같은 기간에 행해진 결과 그들과는 달리 6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린 이들 여론조사기관에서 그동안 정기적으로 행해온 여론조사조차 지지율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 팽배했었다는 점을 상기시켜야 할 듯싶다.

 

박 대통령, 이렇듯 훌륭한(?)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 탓일까, 아니면 치밀한 정치적 계략의 일단에서 비롯된 결과일까?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저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도움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 라며 비교적 강한 어조로 잘라 말했다.  대통령의 목소리에선 제법 비장함이 묻어나왔으며, 어휘 하나 하나에선 강한 에너지가 넘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월에도 대변인의 입을 빌려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 라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말해 이로부터 단 한 발자욱도 움직이지 않은 셈이다.  굳이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직접 언급했다는 부분 정도? 



불과 2개월 사이에 정치적 지형은 크게 달라졌다.  우린 촛불정국에서 메이저 언론사들이 촛불집회에 대한 보도를 악의적으로 회피해온 행태를 목도해왔다.  전국에서 10만명이 모인 촛불집회조차 공중파 TV를 통해선 일절 볼 수 없었던 게 우리네 언론의 현실이다.  촛불집회에 대해선 그토록 외면해오기 바빴던 언론사들이 박근혜 정부 여론조사와 그 결과에 대해선 서로 앞다퉈 실으며 이를 분석하기에 정신 없는 듯하다. 

 

이렇듯 언론사들이 제대로된 언론의 역할을 회피하고 방기해오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 이쯤되면 무언가 비정상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지 않겠는가?  때문에 언론사들이 이제껏 보여온 행태를 여론조사에 그대로 대입하여 빗대어 볼 때 과연 70% 언저리의 수치가 온당한 것인지조차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치밀한 정치적 셈법

 

국정원 사건에 대해 입장 표명을 바라던 수많은 외침을 애써 도외시하던 박 대통령, 어쨌든 70%가 넘거나 이에 근접하는 방송사와 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일제히 공표되자마자 이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양 국정원 사건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에 대해 그 묵직한 말문을 마침내 연 것이다.  하지만 6월 발언에서 조그마한 진척도 없는 매우 공허한 내용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일련의 흐름들이 있다.  여당은 7월에 실시된 국정원 국조를 의도적으로 파행으로 이끌며 종결짓는데 앞장서왔고, 조연으로 등장한 청문회 증인들의 막가파식 행태 또한 이런 결과에 크게 한 몫 거들었다.  지난 4월부터 질질 끌어오며 수많은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던 개성공단 사태는 공교롭게도 광복절 전날인 14일이 되어서야 타결됐다.  이후 대통령은 민생을 챙기겠다며 시장 방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 와중에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퍼부어진 최루액과 물대포 세례는 덤이었다. 

 

ⓒ경향신문

 

박 대통령 취임 이래 우린 원하거나 원치 않은 상황에서도 언론들을 통해 매주 지지율 추이 변화를 반 강제로 보거나 들어야 했다.  관심없는 바였지만 얼추 들려오는 얘기론 역대정권과는 달리 고공행진 중이란 표현이 압도적이었다.  오늘의 이런 결과가 있게 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물밑작업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관리돼오던 지지율은 취임 6개월 즈음한 최근 개성공단 정상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 이슈로 더욱 높이 끌어올려졌고, 파행으로 치닫던 국정원 국조를 종결지으며 현재 장외투쟁하고 있는 야당과 선을 긋기 위해 행해졌던 보여주기식 민생행보를 통해서도 인위적으로 끌어올려지고 있었다. 

 

국정조사도 마무리되었겠다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도 충분히 조성되었겠다 앞날에 거침이 없다는 판단이 제대로 선 것 같다.  애초에 촛불 따위는 대통령에게 위협적인 요소가 아니었다.  세제개편개선안 때문에 중도에 흔들림이 있긴 했지만, 이도 단 며칠만에 해결되었으니 더욱 두려울 게 없는 것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화룡점정을 찍어준 건 역시 대통령에게 온통 우호적이기만 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 이번엔 70%라는 경이적인 숫자까지 등장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관리돼온 높은 지지율은 대통령이 강한 어조의 목소리를 내는 데 한 몫 단단히 거들었다. 

 

결자해지 없인 언제든 발목 잡힐 것

 

시간 또한 박 대통령 편이다.  9월초가 되면 러시아에서 개최될 G20 정상회의에 참석차 해외순방길에 올라야 한다.  반면에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서있는 야권에는 갈수록 절박한 상황이 연출되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다분히 계략적인 면모가 엿보이는 순간이며, 자신이 지닌 자원을 최대한 활용, 화력을 있는대로 끌어모아 결정적인 순간 한꺼번에 쏟아붓는 놀라운 집중력마저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만일 박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6월과 이번의 두 차례 발언에서 드러난 것처럼 결자해지의 의지 없이 늘 해왔던 것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며 은근슬쩍 덮고 넘어가려 한다면, 설사 셀프 면죄부를 부여하는 데에 성공하게 될지는 몰라도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국민들로부터 직접 면죄부를 받지 않는 이상 박 대통령에게는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이 사건이 주홍글씨마냥 꼬리표처럼 늘 따라 붙게 될 것이며, 휴화산의 형태로 잠복해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활화산으로 변신, 박 대통령의 행보에 발목을 잡는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기회가 될 때 스스로 털고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양새가 될 것이란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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