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학교 화장실 CCTV 설치, 그를 위한 변명(?)

새 날 2013. 8. 2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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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내의 일부 학교가 화장실에 CCTV를 설치, 학생들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감시해왔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학교 화장실에 CCTV 설치

 

25일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도내의 한 중학교가 지난해 학교건물 2층과 3층 남녀 화장실 4곳에 CCTV를 설치, 1년 넘도록 운영해오다 적발됐으며, CCTV는 화장실 안쪽을 비추고 있어 학생들의 화장실 내부 출입 모습이 그대로 촬영돼 교무실에 설치된 화면으로 실시간 생중계되었단다.

 

ⓒMBN

 

또한 한 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 학교폭력 발생에 따른 민원 해결을 이유로 복도 등에 음성 녹음기능이 장착된 CCTV 4대를 설치하였고, 학생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어 이곳에서의 대화내용이 모두 고스란히 녹음돼 왔단다.

 

학교가 일종의 몰래 카메라를 운영해온 셈이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운영 제한 제2항 (누구든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목욕실, 화장실, 발한실(發汗室), 탈의실 등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교도소, 정신보건 시설 등 법령에 근거하여 사람을 구금하거나 보호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의 현행법을 위반한 행위로서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적어도 인권 측면에서 우리보다 훨씬 수준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는 중국의 한 중학교에서 지난 4월 남학생들의 흡연을 막갰다며 화장실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여 논란이 일었던 사례를 떠오르게 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사생활 침해 행위나 저지르는 미개한 인권 침해 국가라며 연신 손가락질했을 게 뻔하다.

 

당시 피해를 입은 중국 학생들의 하소연이 의미심장하게 와닿는다.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후 많은 학생들이 화장실 가기를 꺼려하게 됐고 민망한 나머지 배변도 힘들어졌다"  과연 우리 학생들이라고 하여 이와 달랐을까?


 

갈수록 학생 지도가 어려워지는 작금의 상황에서 오죽하면 학교들이 이와 같은 조치를 취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그렇다면 왜 일선 학교에선 현행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몰래 카메라를 굳이 화장실 같은 곳에 설치해야만 했을까? 

 

학교 곳곳엔 이미 CCTV가 넘치도록 설치돼 있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많다.  이는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의 사례를 통해서도 이미 밝혀진 바다.  즉  학교 측에선 화장실과 같은 사각지대에서 폭력이 주로 이뤄진다는 피해 사례들을 접한 뒤 사실상 이의 설치 유혹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이와 같은 학교들의 눈물 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3년간 학교폭력 가해학생은 전국적으로 두 배나 늘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25일 공개한 '최근 3년간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 현황'을 보면 지난 2010년에서 2012년까지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9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의 가해학생수 오름세가 두드러져 학교폭력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초등학교 가해학생은 2010년 657명에서 2012년 2천390명을 기록하며 3.6배 증가한 것이다.

 

학교 화장실 CCTV는 행정편의적 발상?

 

학교 화장실 CCTV 설치, 어떡하든 학교폭력을 줄여보겠노란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되었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위법한 행위임을 알면서도 저지른 행정 편의적 발상이 주된 원인일 듯싶다.  혹여 학교에서는 화장실에 CCTV를 설치하는 일이 불법인 줄 몰랐다손 쳐도 설치업체는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도 남을 터, 사전에 학교 측에 이를 알렸음이 틀림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법 행위가 자행된 건 학생들의 인권 쯤은 무시해도 된다는 후진적인 사고와 학교의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 그리고 설치업체의 경제적 잇속이 서로 만나 절묘한 합일점을 찾았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 학생 개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일상과 인권 침해 논란마저 불러일으키면서까지 설치한 CCTV, 과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었을까?  

 

그러나 애시당초 위법 행위 여부를 떠나 CCTV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해보겠노란 발상과 접근부터 잘못된 일이 아닐까 싶다.  학교폭력이란 것이 원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된, 사람 사회에서 야기된 일들이기에 편의적이긴 하지만 온기가 없는, 기계적인 대책만으로는 이의 근본적인 해결 따위 절대 요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있었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자료를 통해서도 이와 같은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이지만 교내 전문 상담교사를 배치한 학교는 10개교 중 1개교에 불과했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1만1천360개 초중고교에 배치된 전문 교사는 1천581명으로 고작 13%에 그치고 만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일선 학교에선 전문적인 상담사를 통한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보다는 CCTV와 같은 하드웨어적 기계에 의존한 해결 방법을 모색해왔던 셈이다.  물론 학교 당국의 열악한 인력 문제와 어려운 재정 요건에서 비롯된 문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마도 이와 같이 켜켜이 쌓인 우리의 어려운 교육 여건과 환경 때문에 그의 반대급부로 학교 화장실 같은 곳에 CCTV가 설치되는 형태로 발현된 것이 아닐까도 싶다.  결국 이번 사건은 우리의 또 다른 교육적 병폐를 여실히 드러낸 셈이다.

 

CCTV와 같이 딱딱한 기계에 의존하기보다는 따뜻한 사람의 온기에 의한, 부드러운 접근 방식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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