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옥션 탈퇴 불매운동은 일베 혐오감의 반작용

새 날 2013. 8. 2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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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장안의 화제인 걸 그룹이 있습니다.  스타들마저 패러디하기에 바쁠 만큼 꽤나 인기 폭발 중인 일명 "직렬5기통" 점프춤의 주인공 크레용팝입니다.

 

ⓒ노컷뉴스

 

크레용팝, 그게 뭔데?

 

그런데 이들이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이유는 비단 자신들의 주특기인 노래와 춤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얼마전 이들이 한 방송을 통해 극우 보수 코스프레 집단 "일베" 회원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을 비하할 때 주로 사용하는 "노무노무"와 "쩔뚝이" 등의 저속한 용어를 거리낌 없이 사용하여 네티즌들로부터 일베 회원이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크레용팝은 이에 대해 특별히 해명다운 해명을 하지 않아 평소 "일베"에 혐오감을 느껴온 일반 대중들로부터 무수한 비난을 받아오고 있는 중입니다.  이들은 덕분에 "일베용팝"이란 매우 상콤한(?) 새로운 별칭도 얻고 있답니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 종합쇼핑몰 "옥션"이 크레용팝을 새 모바일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또 다른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이 옥션을 타겟 삼아 불매운동과 회원 탈퇴 운동을 벌이며, 주변에 이를 종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옥션, 크레용팝 모델 기용 뭇매 맞다

 

그런데 옥션의 크레용팝 모델 기용은 다분히 의도적인 경향이 엿보입니다.  이는 모 커뮤니티 회원이 크레용팝 모델 기용과 관련하여 옥션 측에 질문을 한 바 있고, 이에 대해 옥션 고객센터가 보내온 답변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옥션 고객센터의 답글

 

즉 옥션은 크레용팝의 일베와 관련한 논란을 이미 숙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이들을 모델로 기용한 셈입니다.  이러한 옥션의 행보는 지난달 초 자신의 사이트에 "가격 민주화"라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화한 광고를 게재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업체에 대해 발빠르게 판매중단 조처를 내렸던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옥션에 게재된 크레용팝 광고

 

일베와 관련한 논란 쯤은 크레용팝의 인기에 비해 아무런 문제가 아니라 여기는 듯한 느낌입니다.  모양새나 형식은 다르다지만 비슷한 논란을 놓고 벌인 옥션 측의 이중잣대를 보면 그들의 속내를 어느 정도 간파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만일 그도 아니라면 역으로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노린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옥션 불매운동은 일베 혐오감에 따른 반작용

 

일베는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패악질을 일삼는 대표적인 혐오사이트로 자리매김한 지 이미 오래입니다.  때문에 그러한 류를 즐기지 않는 보통의 사상을 지닌 이들에게 일베에 대한 거부감이 정점에 달해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패륜 막말을 일삼아온 일베류의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이에 대한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연예인들의 인기가 날로 치솟게 된다면 이로 인한 사회적 파급효과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며 결코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크레용팝 팬들 대부분이 10대 청소년들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크레용팝의 사과글, 이마저도 논란에 휩싸입니다

 

사전에 일베와 관련한 논란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마케팅에 이용하려한 옥션, 결국 스스로 자초한 일이기에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스스로 떠안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일부 네티즌들의 묻지마식 과도한 불매운동에 대해선 지양해야 할 필요성이 있긴 합니다.  아울러 크레용팝이 보여온 어정쩡한 태도와 팬들에 대한 사과조차도 일베스런 면모를 보인 때문이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네티즌들이 일베와 크레용팝을 동일시하며 일베에 대한 분노를 크레용팝에 오롯이 표출하는 것도 마냥 올바른 일인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이번 크레용팝의 옥션 모델 기용과 이에 따른 네티즌들의 옥션 탈퇴 및 불매운동은 크레용팝을 향한 분노라기보다 일종의 일베를 향한 거부감의 몸짓과 그들의 혐오스런 행태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된 일이라 생각되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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