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촛불에 대처하는 박근혜정부의 자세

새 날 2013. 8. 18. 08:35
반응형

 

박 대통령의 잇따른 시장 방문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다음날인 16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오후에는 인천 남구에 위치한 용현시장으로 이동, 15분가량 시장을 돌면서 주변 상인들과 악수 및 인사를 나눈 뒤 농산물 등 몇몇 물품들을 직접 구입하기도 하였습니다.

 

그에 앞선 지난 13일 잠수함 김좌진함 진수식에 참석차 경남 통영을 방문한 박 대통령, 통영중앙시장에 들러 상인들과 인사를 나눈 뒤 전어와 참기름 등을 구입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소속 한점순 의원이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통영 달아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들이 한 의원을 에워싸며 이를 방해하고 강제로 피켓을 빼앗는 등 한 의원에게 타박상을 입혀 대통령 방문에 따른 과잉 경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오점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대통령이 자꾸 시장을 찾는 이유는?

 

그렇다면 최근 박 대통령의 시장 방문 횟수가 자꾸 늘어나는 이유가 무얼까요?  외견상 본격 민생 챙기기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습니다만, 좀 더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단순한 의도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야당은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의 진상 규명과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장외로 뛰어든 지 한참입니다.  때문에 야권과의 차별화 전략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야권의 민생을 팽개친 듯한 장외투쟁에 대해 극적인 대비 효과를 노린 셈입니다.  예상대로 13일과 16일 두 차례 있었던 대통령의 전통시장 방문을 언론에서는 "민생 챙기는 대통령"이란 표현과 함께 연일 대서특필 중입니다.

 

 

그 사이 14일엔 시민 사회 단체의 주도로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규탄을 위한 대규모 촛불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개최되었고, 15일 서울 도심에서 있었던 집회에선 최루액과 물대포가 등장하며 강경진압이란 카드가 첫 선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17일 또한 민주당과 시민 사회 단체가 주도한 장외 집회와 촛불집회가 열려 시민 4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국정조사 파행을 성토하고,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였습니다.

 

민심을 챙기겠다며 전통시장을 찾아 주변상인들과 시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던 대통령의 따뜻한 미소 뒤에는 이처럼 촛불민심을 향해선 물대포와 최루액마저 서슴없이 쏘아대는 냉혹한 이면이 감춰져 있었던 셈입니다.  결국 대통령의 잇따른 전통시장 방문은 야당의 장외투쟁과 영수회담 제의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촛불민심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된 행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여겨지는 것입니다.

 

현안에 대해 끝내 외면하는 대통령?

 

대통령의 시장 방문이 연일 화제가 되니 떠오르는 일화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주변 상인들과 시민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오히려 일종의 퍼포먼스라 할 수 있는 시장 방문과 같은 행보를 최대한 자제했다죠?  대통령이 시장통에 뜨게 될 경우 경호로 인해 가뜩이나 좁아터진 시장이 더욱 비좁게 될 테고, 단지 수 분동안 이뤄지는 형식적인 방문 때문에 준비과정은 수 시간을 잡아먹게 되어 상인들의 당일 영업을 망치게 하고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한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형식과 격식 따위 벗어버린 채 진정 주변사람들을 위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이 읽혀집니다.  반면 박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각종 정치적 현안과 촛불민심에 대한 시선을 분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여론을 따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면 정말이지 치졸한 행동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곧 해외 순방 일정도 시작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9월초 러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10월 APEC, ASEAN 정상회의 그리고 11월 영국 국빈 방문 등 현재 잡혀있는 하반기 해외 순방 일정만도 빡빡한 상황입니다.

 

ⓒ한겨레21 표지 이미지

 

시민과 야권에선 민주주의 사수를 위해 연일 촛불을 들고 책임자 처벌과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권과 정치권에선 온갖 꼼수를 동원해가며 국정원 국정조사 무력화에 양 팔을 걷어 부친 상태이고, 대통령은 민생을 챙기겠다며 전통시장 방문 퍼포먼스와 같은 생뚱맞은 행보만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8월이 지나면 국내 현안에 대해선 나몰라라 하며 또 지극히 화려하고 달콤하기만 한 해외 순방길에 나설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골치 아픈 현안과는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또한 인기도 유지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것입니다.

 

촛불민심에 대한 박 대통령만의 고유한 대응 방식인 셈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