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광복절 물대포, 공안통치의 서막인가?

새 날 2013. 8. 1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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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6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의 박근혜 대통령 경축사, 주로 북한과 일본에 대한 메시지와 함께 건국 이후 눈부시게 지속돼온 우리의 경제 발전 성과에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68주년 광복절 경축사

 

아울러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부정부패를 바로 잡겠다.  헌법적 가치와 법 질서가 존중받는 사회 그리고 모든 경제 주체들이 공정하게 경쟁 가능한 풍토를 만들겠다.  앞으로는 경제 활력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정책적 역량을 더욱 집중해 나갈 것이며 힘들고 어려운 때이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정부를 믿고 다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한겨레신문

 

그런데 전임인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으레 밝혀왔던 국정운영의 기본 방향에 대해선 이번 경축사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아 그 배경을 놓고 여러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국내 정치와 관련 "정치권도 새로운 협력동반자가 되기 바란다"는 원론 수준의 언급만을 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이 해왔던 것과는 달리 현재 켜켜이 쌓여있는 국정 현안에 대해 전혀 언급을 않은 이유는 무얼까요? 

 

박 대통령이 이제껏 보여왔던 행보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줄기찬 입장 표명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듯 모르쇠로 일관해오고 있습니다.  촛불이 아무리 타올라도 애써 외면해온 것입니다. 



아울러 이날은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시작한 지 15일째, 김한길 대표가 박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을 제안한 지 13일째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박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국정원 사건 등의 현안을 해결하려던 민주당, 당장 장외로부터의 복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박 대통령의 의중으로 비춰볼 때 여야 대치 정국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광복절 집회 물대포 등장

 

대통령의 이러한 속내는 곧바로 드러났습니다.  15일 서울 도심에서는 시민 5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8.15 자주통일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시위 참가자들이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물대포가 등장하는 등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집회 참가자 수백명이 연행되는 사건이 빚어졌습니다.  물대포의 등장은 18개월만이며, 박근혜정부 들어선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에 앞선 이날 오전 8시 40분,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대학생 126명이 기습 시위를 벌였습니다만, 이들 모두는 경찰에 연행되고 맙니다.  오후 집회 과정에서 연행된 참가자까지 합하면 이날 하루 총 300여 명의 시위대가 연행된 셈입니다.

 

 

박 대통령의 정국 현안에 대한 언급이 광복절 축사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 보다 명백해졌습니다.  이전처럼 단순히 묵묵부답으로만 일관하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 공권력을 이용해 이를 정면돌파하겠노란 의지를 드러내보인 셈입니다.

 

진화하는 촛불, 우스운가 두려운가

 

ⓒ국민일보

 

최근 국정원 사건을 규탄하고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참가자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9일의 집회는 전국적으로 10만 명이 운집하여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규모를 기록하였습니다.  때문에 이제껏 반응을 보이지 않아왔던 청와대마저 뒤늦게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가 이처럼 내심 촛불을 두려워하게 된 건 세제개편안으로 촉발된 민심 이반 때문입니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촛불과 하나가 된다면 이제껏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며 자칫 정권 유지에 빨간불이 켜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쳤을 것입니다.  때문에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가 있은 후 단 하루만에 초고속 수정이 이뤄진 것입니다.

 

광복절 전날인 14일에도 서울 도심에선 대규모 촛불집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참여연대 등 284개 시민 사회 단체로 구성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7차 국민촛불대회"를 개최, 약 4만명의 참가자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4만명이 참석했다는 건 여전히 촛불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갈수록 진화해가는 촛불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마음은 과연 어떠할까요?  아마도 그에 대한 해답은 다음날 벌어진 집회에서의 물대포 등장과 연행이라는 공권력의 강경진압이 대신 전해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결자해지만이 국민적 저항 막는 길

 

최근 박 대통령의 김기춘 비서실장 임명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잔인했던 공안통치의 추억(?)을 떠올렸을 테고, 잠시 끔찍했던 과거 생각에 몸서리를 치며 우려스러워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어가는 건가요?

 

대검찰청 공안부가 직접 나섰습니다.  15일 일부 시민단체가 주도한 시위 및 집회와 관련하여 배후세력을 끝까지 추적,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아울러 대검은 "민족의 광복을 기념하는 뜻깊은 날에 8.15 행사를 빙자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도로점거 등 불법 폭력시위가 발생했다.  300여 명이 체포된 점에 대해 심히 유감의 뜻을 밝힌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제 정부는 국정원 사건에 대한 해결 의지 표명과 대통령과의 관련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 및 사과를 하기는 커녕 이를 요구하는 시위대들에게 물대포를 쏘아올리며 강경 진압으로 맞서기 시작했습니다.  세제개편안 수정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민심 이반을 일정 부분 추스렸고, 최근 점차 확산일로에 있는 촛불과 이들 민심을 확실히 분리시켰다는 판단이 서기라도 한 모양입니다.  결국 정면돌파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일까요?

 

모두가 기뻐하며 기념해야 할 68주년 광복절에 벌어진 시위대 강경진압, 광복절에 쏘아올려질 축포 대신 시위대에게 물세례를 퍼부은 셈입니다.  하지만 물리적 진압 세례로 과연 국민들의 저항을 잠재울 수 있을까요? 

 

아뇨,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자해지만이 활활 타오르는 국민적 저항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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