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진격의 청와대 참모인사, 박대통령의 노림수는?

새 날 2013. 8. 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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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박물관에서조차 찾기 힘들 법한, 잊혀졌던 오래된 망령을 되살려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분인 것 같습니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이후 우리 사회는 여러 측면에서 수십년 전의 과거로 일제히 퇴행하는 듯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만. 

 

고이 잠든 망령을 왜 자꾸 깨우려 드나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조성과 기념관 건립, 박정희 특별전 학생 참여 독려, 뉴 새마을운동 추진 등과 같은 사안을 통해 잊고 지냈던 박정희와 유신 망령을 조용히 깨우는 듯하더니, 급기야는 지역감정 조장과 불법 선거운동의 대명사이자 구시대적 인물의 아이콘이랄 수 있는 인물을 대통령의 오른팔로 직접 기용하기까지 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번 대통령 비서실장의 교체가 저희를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건 바로 앞서 있었던 유신 망령의 부활이야 박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의했다기보다 아랫사람들의 과잉 충성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 강하리라 예측되고 있습니다만, 비서실장의 임면은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중에 의한 간택과 명령에 의해 이뤄진 결과물이라는 점 때문인 것입니다.

 

새로이 임명된 다른 참모진에 대한 언급은 않겠습니다.  김기춘 실장 한 분이면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새로 임명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력, 무척이나 화려합니다만 이미 많은 분들이 이분의 자세한 이력에 대해 언급했으리라 예상되므로 이곳에선 최대한 간략하게 소개해볼까 합니다.  

 

그는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불후의 명대사를 만들어내며 92년 대선 당시 지역감정을 조장하여 대선에 불법 개입했던 일명 초원복집 사건의 주역입니다.  또한 대표적인 공안사건인 강기훈 유서대필의 핵심 검사를 담당했었으며, 가깝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박정희 시절 유신헌법 제정에 직접 참여했던 전력이 있으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때문에 지난 대선기간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정수장학회의 장학생 출신으로, 이들의 모임인 삼청회 회장을 역임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국정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왜 이런 인물을 비서실장으로 전격 기용한 것일까요?  그에 대한 분석은 조금 뒤로 미루고 작금의 국정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떠한지를 먼저 살펴보고자 합니다.

 

국정 현안에 대해 국민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지난 4일 민주정책연구원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의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국민 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국정조사 등 최근의 국정 현안에 대해 직접 나서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61.1%에 해당하는 이들이 이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지난 3일 제안했던 영수회담에 대해서도 47.4%가 잘했다고 응답하여 그렇지 않다는 의견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앞서고 있었습니다.  국정원 국정조사의 기간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51.1%가 연장해야 한다고 답하여 반대의사의 36.4%를 크게 앞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전국 광장 곳곳에서 타오르는 촛불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민 다수는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이 현 상황을 애써 외면하면 할수록 광장의 촛불 숫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작금의 시국 상황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에선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그들은 시민들의 촛불집회에 대해선 진작부터 모른 척 애써 외면해오고 있는 중입니다.  이유는 뭐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알고 있는 사항일 것입니다.  아울러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선 대선 불복 투쟁으로 규정짓고, 그 배경엔 당내 계파간 선명성 경쟁이 자리잡고 있으며, 따라서 민주당 자체의 내부 갈등을 외부로 돌리려는 꼼수라 우기며 열심히 여론전을 펴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친정체제 구축, 박 대통령의 노림수는?

 

저도에서의 휴가를 마치자마자 단행한 박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진 교체,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급작스레 일을 내지르는 스타일을 선보인 이번 인선엔 또 어떤 속내가 숨겨져있는 것일까요?  

 

허태열 전 실장을 중심으로 한 참모진들에 대해선 자신들의 기준에서 볼 때 온통 난맥 투성이인 현 국정상황을 타개해 나가기에 상대적으로 유약한 것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물론 윤창중 성추행 사건의 빌미가 됐던 인사 참사에 대한 고려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만.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 작품인 유신헌법의 초안 제정에 직접 가담했던 이력이 있고, 지난 대선 때에는 박근혜 후보 진영의 원로 그룹인 7인회 멤버이기도 했던 김기춘씨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함으로써 본격적인 그녀만의 친정 체제 구축을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라 관측되어집니다.  어쩌면 김기춘 실장은 박 대통령에게 있어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인물일지도 모르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땐 때문에 역설적으로 가장 최악의 조합으로 여겨지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청와대

 

결국 박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촛불을 들고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들과 대통령의 뚜렷한 입장 표명을 바라는 다수의 국민들 그리고 야당의 장외투쟁을 통한 극단적인 호소의 상황에서도 오히려 친정 체제 구축을 통해 이들을 끝까지 외면하며 현 국정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노라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읽혀지고 있습니다.  김기춘 실장이란 상징적인 인물 발탁 하나만으로도 모든 상황이 자연스레 그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여권이 민주당의 장외투쟁과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단순히 대선 불복 투쟁으로 몰아가고 있는 현상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급박한 정국 상황에 대한 정면돌파의 의지를 끝내 잊혀져왔던 유신과 공안이란 7,80년대의 망령들을 다시 끄집어내는 초강수의 형태로 발현시켜, 과거로 회귀, 그네들만의 세상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인 노림수로 읽혀지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과연 앞으로의 박 대통령 행보가 현 국정 상황에 어떤 결말을 맺게 할지 자못 우려스럽기도 하며 궁금해지기도 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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