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흡연 청소년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라?

새 날 2013. 8. 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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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부터 공공건물과 PC방, 음식점 등에서 전면금연이 실시되며 흡연자뿐 아니라 담배를 피우지 않는 비흡연자들까지 흡연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게 사실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흡연권과 혐연권을 사이에 두고 때때로 흡연자와 비흡연자간 거친 언사가 오가고 있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흡연한 학생에게 과태료 부과

 

이렇듯 흡연에 대한 관심이 고조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흡연 문제도 예외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 경기도 수원의 모 중학교에서는 교실에서 흡연하던 학생들을 적발, 아이들에게 과태료 처분이 내려지도록 행정당국에 직접 신고하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학교 3학년 학생 3명이 교실 커튼 뒤에 몰래 숨어 담배를 피우다 때마침 복도를 지나던 교사에게 적발된 것입니다.  이에 학교 측에선 선도위원회를 열어 해당 학생들에게 교내봉사 등의 징계를 명령하였고, 보건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금연 클리닉에 이 아이들을 보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적발된 학생들중 일부는 그동안 수차례 같은 행위로 적발되어 금연지도를 받아오던 차였으며, 또 다시 같은 일을 저질렀기에 경각심 차원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도록 신고 조치한 것입니다. 

 

학교 관계자는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적발되는 학생은 보건소에 금연교실을 의뢰할 것이다.  과태료 무는 것을 말릴 생각은 없으며 경각심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라고 밝혔습니다.

 

과태료 부과, 과연 필요한가

 

말을 잘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 갈수록 다루기 힘들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이는 가정에서건 학교에서건 지역사회에서건 마찬가지 현상입니다.  길을 다니다 보면 으슥한 골목 같은 곳에 아이들이 떼로 모여 담배 피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말리는 어른들 아무도 없습니다. 

 

학교라고 하여 크게 다른 모습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요즘 아이들 덩치도 커지고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여 학교 선생님의 말마저 잘 듣지 않으려 합니다.  교사들의 학생지도가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 직접 경험해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칙을 어기는 아이들에게 징계 조치를 내려가며 이들을 계도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이러한 학교의 조치에 콧방귀도 끼지 않습니다.  징계를 받은 뒤에도 동일한 행위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흡연을 계속해서 일삼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의 본보기로 삼고 또한 본인에게는 자극이 될 수 있도록 과태료 처분 의뢰라는 유혹이 무척이나 달콤하게 와닿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굳이 법리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아이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위, 전혀 하자 없는 일임엔 틀림 없습니다.  오히려 질서 유지를 위한 강력한 법 집행이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생지도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의 계도는 학교 밖에서 이뤄지게 하기보다는 학교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곳에서의 일탈 행위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지만, 교내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서마저도 외부에 맡긴다는 것은 일종의 책임 회피 행위로 보여집니다.  학교 측의 보다 신중한 대응이 아쉬운 대목입니다. 

 

사족이긴 합니다만, 청소년들에 대한 과태료는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의해 50%가 경감되고 있습니다.  예로 청소년이 금연구역 내에서 흡연으로 10만원의 과태료를 처분 받는다면 실제 5만원만 내면 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지난해 6개월 동안 서초구의 강남대로 및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다 과태료 처분을 받은 5492명 중 8.5%에 달하는 466명이 청소년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현장에서의 계도나 학교 측에 통보할 수 있는 여건이 어려워 청소년 흡연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일종의 계도 장치가 될 수 있는 흡연 과태료마저 반값 할인을 하는 것은 청소년 흡연을 줄이는 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볼맨소리도 여기저기서 새어나오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아이들에 대해서 만큼은 학교 안에서의 일이든 밖에서의 일이든 과태료 부과만이 능사가 아닐 듯합니다.  단순히 과태료의 할인을 이유로 아이들 계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는 볼맨소리나 학교 내에서의 흡연 단속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무책임한 행위 모두 무척이나 편의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듯싶습니다.

 

청소년 흡연문제, 계도보다 환경이 더욱 중요

 

사회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자연스레 사회 구성원들의 흡연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함께 커져가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성인들에 비해 오히려 청소년들의 흡연은 줄지 않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통계청의 "2013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중고생의 흡연율, 11.4%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보다 훨씬 심각할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40% 이상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비공식 통계가 암암리에 회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의 흡연이 더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건 담배를 처음 접하는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질병관리 본부의 발표에 의하면 흡연을 상습적으로 하는 청소년들의 최초 흡연 시작 연령이 평균 13.8세에서 올해는 13.6세로 더욱 낮아진 것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최초로 흡연을 접하는 이유, 바로 호기심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자신이 마치 성인이라도 된 양 우쭐해지는 느낌을 얻기 위함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멋져보인다는 단순한 착각 속에서 과시본능에 의해 행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참 성장해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있어 흡연 만큼 해로운 일도 아마 없을 것입니다.  청소년들에 대한 건강 위협은 결국 사회 전체의 건강에 적신호를 던져주는 셈입니다.  아이들의 흡연을 막기 위해선 과태료 부과와 같은 단순한 사후 계도 행위보다는 아이들이 흡연에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환경 개선이 더욱 절실합니다.  

 

금연구역을 대폭 늘려 성인들의 흡연 모습을 차단, 담배에 대한 호기심을 잠재우고 담배 판매점에서는 청소년들의 손에 담배가 절대 쥐어지지 않도록 하는 더욱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결국 사회 구성원 전체의 노력만이 청소년들의 흡연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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