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어떤 쌍둥이 자매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트윈스터즈'

새 날 2018. 1. 23. 21:06
반응형

미국 LA에 살고 있는 사만다(사만다 푸터먼)에게 어느날 낯선 여성으로부터 자신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자는 내용의 메시지 한 통이 배달된다. 그런데 그녀의 사진을 보니 놀랍기 짝이 없다. 외모가 자신과 완전히 판박이 아닌가. 낯선 여성은 다름 아닌 이역만리 떨어진 영국에 살고 있는 아나이스(아나이스 보르디에)로서, 그녀의 친구가 유튜브에서 사만다가 출연한 작품을 보고 난 뒤 아나이스와 너무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인터넷을 수소문한 끝에 연락이 닿은 것이다. 


사만다는 어릴적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었으며, 아나이스 역시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되어 현재 영국에서 살고 있다. 두 사람은 탄생한 날짜가 같은 데다가 생김새도 같은 영락없는 쌍둥이였다. 아쉬운 대로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영상통화를 통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끌리는 그 미묘한 감정을 소비하고 아쉬움을 삼키던 두 사람은 드디어 만남을 작정한다. 



사만다가 아나이스가 살고 있는 영국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일정을 잡고 항공권을 구입한 사만다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드디어 영국에 발을 내딛는다. 사만다는 아나이스와 직접 만나게 된 뒤로 두 사람이 같은 핏줄임을 직감한다. 아나이스 또한 마찬가지다. 물론 쌍둥이임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도 의뢰해놓은 상황이다. 사만다와 아나이스 본인들뿐 아니라 양쪽 가족 모두는 우연이 빚은 이 기적 같은 만남을 갖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하는데...



창립 10주년을 맞은 페이스북이 전 세계 이용자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올 만한 10가지 이야기를 선정했고, 사만다와 아나이스 두 쌍둥이 자매 사이에서 일어난 이 기적 같은 이야기가 10가지 가운데 하나로 선정됐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사만다 푸터먼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지도 모를 이번 사건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남기기로 결정,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까지 맡게 된다. 



일란성 쌍둥이인 까닭에 두 사람의 외모는 한 눈에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으나 성격은 조금 달랐다. 원래 타고난 성격인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인 결과물인지 알 수 없으나, 사만다의 경우 형제도 있고 개방적인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입양아라는 이유로 특별히 위축되거나 소외감 따위를 느끼지 못하며 성장했다. 배우가 꿈인 것처럼 늘 밝고 활달하며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반면 아나이스의 경우 외동딸로 성장한 데다가 주변 사람들과 피부색이 다르고 입양아라는 이유로 늘 소외된 채 성장, 입양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으며, 성격 또한 사만다에 비하면 다소 내향적인 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한 핏줄임은 속일 수가 없다. 비단 외모 때문만이 아니다. 삶은 당근을 싫어하고 치즈를 좋아하는 건 두 사람이 한결같다. 



사만다는 배우가 꿈일 만큼 연기 등에 소질을 지녔으며, 아나이스는 런던에 위치한 패션 대학에서 자신의 끼를 마음껏 펼치고 있는 것처럼 두 사람은 예술적 기질을 동시에 타고난 듯싶다. 사만다와 아나이스의 첫 만남은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거울속 자신을 쳐다보듯이 외모가 똑같은 사람을 앞에 둔 채 어쩔 줄을 몰라해 하며 손가락으로 상대방을 콕콕 찌른다. 



콧구멍 평수를 넓히는 모습도 똑같고, 입을 벌리며 우스꽝스런 모습을 연출할 때도 두 사람은 완전히 같다. 심지어 얼굴에 깨알 같이 박힌 주근깨마저 닮았다. 이심전심인지는 모르지만 손톱을 치장한 매니큐어 색깔마저도 엇비슷하다.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은 이러한 쌍둥이 자매를 바라보면서 마냥 신기해 한다. 쌍둥이들을 둘러싼 기구한 운명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상황 앞에서 모두가 비슷한 심경 아닐까 싶다. 두 사람이 부둥켜 안은 채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고 위로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그녀들에겐 입양 이후의 삶, 이전의 삶 모두가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현재의 삶을 꿋꿋이 지속할 것이라며 의욕을 다지는 그녀들이다. 쌍둥이 자매는 영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을 오가며 입양되기 이전의 삶을 복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세상과의 소통의 폭을 넓히며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딛는다. 생모와의 아픈 인연마저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키려는 쌍둥이의 노력은 대견스럽기 짝이 없다.


하마터면 영원히 인연이 닿지 못할 상황, 전 우주적으로 바라볼 땐 비록 티끌에 불과할지 모르고 찰나에 불과한 개인의 삶일지 모르나 이들이 보여준 기적 같은 우연은 뭉클한 감동을 불러오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야 할 또 다른 이유를 제공해준다. 다큐멘터리 장르이지만 곳곳에 삽입된 애니메이션은 매우 감각적이며, 배경음악은 감동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감독  사만다 푸터먼, 라이언 미야모토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