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백화점 추락사고 책임, 누구에게 있나

새 날 2017. 6. 18. 17:49
반응형

부산의 한 백화점 10층 옥외공원에서 술래잡기를 하며 뛰어놀던 8세 어린이가 기계실 환풍구 통로로 떨어져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어린이는 친구 3명과 함께 옥외공원에 위치한 기계실의 쪽문에 설치해둔 1미터가량의 목책을 넘어 30미터를 더 들어갔다가 4층으로 연결된 기계실 환풍구 통로로 떨어진 것이다. 


당시 부모들 역시 공원에 함께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이번 사고를 미연에 막지는 못했다. 관련 소식이 온라인에서 전해지자 많은 네티즌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다수의 네티즌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하여 아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부모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이들을 몰아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당 백화점의 시설 관리를 맡은 담당자만 억울하게 됐다며,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간 아이와 이를 방치한 부모를 강하게 성토하고 나선 것이다.



즉, 출입금지구역인 기계실에 들어가도록 아이를 방치한 책임이 부모에게 있기에 적어도 이번 사고만큼은 관리 소홀로 인한 부모의 잘못이 가장 크다는 의미이다. 물론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꼼꼼히 돌보고 관리해야 하는 건, 비록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부모의 몫이 되어야 한다. 공원 내에 기계실이 설치되어 있었다면, 분명히 위험 요소를 알리기 위해 출입금지구역이라는 푯말이 붙어있었을 테고, 아울러 출입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돼 있었을 줄로 안다. 


평소 아이들이 위험한 곳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학교에서건 가정에서건 철저히 교육받아 왔으리라 짐작되기에 이를 무시한 정황은 안타까운 대목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중 삼중, 아니 그 이상의 안전장치마저 모두 무용지물로 만들 만큼 막무가내로 뛰어드는 아이들을 과연 무슨 재간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이는 결국 부모가 도맡아야 할 역할 아닐까?


그러나 사고가 벌어진 장소가 어디인가를 다시 한 번 복기해 보자. 다름아닌 공원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다른 장소와 견주어 볼 때 상대적으로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적합하면서 안전한 공간이라는, 객관적이고도 직관적인 판단이 서게 한다. 한창 성장하는 그맘때의 아이들의 성향은 보통 천방지축이다.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인 공원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배려했으리라 짐작된다. 평소 학원 등의 답답한 공간을 오가거나 휴대폰 같은 디지털 기기에 푹 빠져 살았을 아이들에게 모처럼 만에 탁트인 공간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그런데 비교적 안전한 장소로 여겨져오던 공간에 그토록 위험천만한 기계실이 있을 줄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혹여 그러한 시설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당연히 물리적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있으리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기계실에 출입하는 방법이 이토록 허술한 데다가 아래층으로 직접 연결되는 환풍구로의 접근마저 가능하리라는 생각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해당 백화점에서는 이곳으로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었을까? 지나치게 안이했던 건 아닐까? 



이번 사고 이후 온라인에서는 사고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수년 전 판교에서 일어났던 환풍구 추락사고와 판박이다. 이는 아이돌 가수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수십 명이 동시에 환풍구 위로 올라섰다가 하중을 견디지 못해 그대로 수십 미터 아래로 추락하면서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사고다. 환풍구 위로 올라서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버젓이 적혀 있었던 데다가, 성인이 발을 딛고 올라서기엔 다소 버거울 만큼 높은 곳에 위치해 있던 터라 선뜻 올라선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당시 얕은 시민의식을 탓하는 목소리가 비등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환풍구가 적어도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물임이 틀림없다면, 시민들의 얕은 의식을 탓하기에 앞서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에 적합하도록 주도면밀하게 설계됐어야 함이 옳다. 그러니까 정부와 지자체는 애초 환풍구에 시민의 발길이 닿거나 접근할 수 없도록 사고 당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능과 형태로 설계했어야 한다. 아울러 만약 판교에서처럼 시민들이 환풍구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그에 걸맞는 최악의 상황과 조건이 시설물에 고려되어야만 한다. 다양한 성향의 시민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떠한 행위를 할지 예측하기가 곤란한 상황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에 적합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판교 사고는 인재였음이 분명하다.


부산에서 벌어진 백화점 추락사고 또한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발달단계상 돌출행동을 흔히 일삼곤 하기에 어떤 곳에서 무슨 행동을 벌일지 예측이 무의미한 경우가 허다하다. 하물며 해당 공간은 아이들이 마음놓고 뛰어놀 수 있도록 꾸며진 공원이다. 예측 가능한 위험 요소 뿐 아니라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위험 요소까지 신중히 고려하고 그 결과를 시설물에 오롯이 반영시켰어야 했다. 이번 사고는 이러한 부분이 간과됐기에 빚어진 결과물이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관리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부모에게 있지만, 공개된 시설 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에 철저히 대비하여 만에 하나 발생하게 될지도 모를 모든 안전사고로부터 고객을 보호해야 마땅한 건 전적으로 백화점의 몫이 되어야 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