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노펫존' 논란, 배려 부족이 낳은 갈등 현상

새 날 2017. 6. 24. 17:52
반응형

반려견 인구가 부쩍 늘었다. 언론에서 반려동물인구 천만 시대라며 떠들어대는 것 이상으로 언젠가부터 체감상 확 와 닿는다. 산책로는 물론, 일반 보도 위를 걸을 때조차도 근래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쉽게 접하곤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두 마리 이상을 동시에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반려동물인구 및 관련 문화가 양적으로, 그리고 질적으로 크게 팽창하다 보니 과거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현상들이 일상 속에서 흔히 벌어지곤 한다. 


반려견의 증가에 비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 제법 존재한다. 길을 걷다가 반려견과 마주치게 되면 아무래도 녀석이 없는 경우보다 신경이 더 쓰이는 게 인지상정일 테다. 간혹 목줄 없는 반려견을 만나기라도 하는 날엔 신경이 바짝 곤두서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려견 주인은 오히려 아무런 감흥이 없는 눈치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비매너 스타일의 사람은 사실 어디에서건 존재하는 법이다. 그것도 일정 비율로 말이다. 애견인이라고 하여 예외일 수는 없다. 


반려견 및 애견인의 숫자가 크게 증가한 만큼 매너를 갖추지 못한 이들의 숫자 또한 같은 비율로 증가하면서 예전보다 길을 걷는 일이 조금은 더 힘들고 고달파진 게 사실이다. 나 역시 애견인이지만,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반려견을 길에 끌고 나와 '우리 개는 절대로 안 물어요'를 외치는 애견인의 모습은 정말로 꼴불견이다. 아울러 반려견의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애견인의 모르쇠 행위 또한 못마땅하기 짝이없다. 


애견인인 나조차도 이럴진대 일반시민들이야 오죽할까 싶다. 그러다 보니 애견인과 비애견인 혹은 애견인과 일반시민 사이에서 흔히 불거지곤 하는 갈등 현상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쌓인 앙금이 영 쉽게 가시지 않는 눈치다. 근래 공원이나 산책로, 놀이터 등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음놓고 반려동물을 산책시킬 수 있었던 대중적인 장소에 반려동물의 출입 자체를 아예 금지시키는 '노펫존'이 지정되는 등 달갑지 않은 소식마저 들려온다. 



노펫존으로 지정되는 이유는 사실 특별할 게 없다. 앞서도 언급했듯 반려견 주인들이 애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거나 배변을 무분별하게 방치하는 등 일반시민들의 피해를 야기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모든 애견인들이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몰상식한 행위를 일삼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기적이거나 몰지각한 일부 애견인들에 의해 비롯됐을 공산이 크다. 무책임한 이들 때문에 애견인 전체를 싸잡아 마치 잠재적 범죄자인 양 몰아세우는 건 그다지 바람직스러운 현상이 아닌 듯싶다.


'노펫존'은 지금 이 시각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노키즈존' 현상과 판박이다. '노키즈존'은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정도로 아이들의 장난이 심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태가 못마땅해 일부 서비스 업소들이 아예 아이의 출입을 금지시킨 데서 유래한 영업 형태 가운데 하나다.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만큼 버릇 없이 행동하는 아이들을 부모가 혼내기보다 그냥 방치하거나 두둔하고, 때로는 부모의 이기적이고도 배려 없는 행동에 의해 해당 서비스가 등장한 것처럼,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이 무분별하게 행동하는 애견인들의 행동 때문에 '노펫존'이 등장했다. 



노키즈존 논란이 한창일 때 사회 일각에서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있긴 했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이의 등장을 크게 반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도 대중들은 '노펫존'의 등장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만큼 일반시민들의 애견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노펫존'과 관련한 인터넷 기사 말미에 달린 네티즌들의 댓글은 노펫존의 탄생과 관련하여 온통 환영 일색인 데다가 일부 애견인들의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몰지각한 행위를 일제히 성토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의 반려견을 아끼며 사랑하는 수준 만큼, 아니 그 절반 정도만이라도 타인을 배려해준다면, 노펫존 논란은 애시당초 발생할 여지조차 없다. 결국 노펫존 논란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여전히 함량 미달 수준에 머무르면서 불거진 갈등 현상이자, 오로지 자기 자신만 아는 지독한 이기심이 만들어낸 씁쓸한 사회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