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청년들의 치열한 삶을 응원한다

새 날 2017. 6. 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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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불황과 치솟는 물가에 대처하는 일부 대학생들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새삼 화제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은 한달 평균 생활비로 69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77% 이상을 식비로 소비한단다. 대학생들이 생활을 위해 기꺼이 지출하는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다름아닌 식비라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이를 아끼려는 노력은 그야말로 눈물겹기 짝이없다. 


주머니가 얄팍한 대학생들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곳은 주로 학교 구내식당인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밖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일 테다. 그런데 한 끼에 대략 2,500원가량인 이마저도 부담으로 와닿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은가 보다. 식권 한 장으로 여러 명이 함께 밥을 먹는 경우가 적지 않단다. 우스갯소리이지만, 협력 소비경제의 일환으로 최근 공유경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쯤되면 전혀 다른 개념의 공유경제 아닐까도 싶다.


대학생들의 한 끼 해결을 위한 기행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저렴한 학생식당은 물론이고, 대학가 주변에 위치한 무한 리필 식당들도 밥값을 아끼려는 알뜰 대학생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조금만 노력을 기울일 경우 점심과 저녁 식사까지 한 끼 가격으로 동시에 해결하는, 일타쌍피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시간대에 가격을 할인해주는 패스트푸드점도 이들에겐 인기 만점이다. 이벤트 시간대에 맞춰 오로지 한 끼를 해결하겠노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심지어 수업 시간마저 빼먹는 열성 알뜰족들이 즐비하다. 물론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의 처지를 전혀 헤아리지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이 주요 고객인 점포 업주들에게 있어 알뜰족들은 그야말로 진상 손님이자 민폐족이 아닐 수 없다. 모 대학교 학생식당에 붙은 "식권 하나엔 한 사람만"이라는 문구가 유독 눈에 밟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지난 10년간 4년제 대학생의 대학생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가 등록금을 내준 학생의 비율은 2005년 75.3%에서 2014년 58.1%로 크게 줄었다. 반면 학자금 대출 비율은 5.1%에서 16.4%로 증가했다. 저성장 기조 속에서 넓고 길게 드러워진 장기 불황의 그늘과 치솟는 물가가 가계를 짓누르고 있는 탓이다.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40%가량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다. 대학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통해, 그리고 생활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돈도 실력이라며 돈 없는 부모를 탓하라'던 국정농단의 몸통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해외에서 도피하면서 사용한 자금이 한 달에 무려 1억 원에 이르는 초호화판이었다는 언론보도는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한 끼 해결을 위해 식권 공유도 마다 않는 대학생들이 즐비한 판국에 제아무리 금수저 출신이라 해도 이는 현실적으로 감이 잘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부터 현실에 치여 생활하게 될 경우, 이러한 패턴 때문에 이후의 삶마저 족쇄로 작용하게 될 개연성을 높인다. 많은 청년들이 고용절벽에 가로막힌 채 불안한 시기를 보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고용 안정성과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비정규직으로 진출하는 상황이 바로 지금 청년들 앞에 가로놓인 현실이다. 취업의 관문을 어렵사리 통과하였다고 하여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들을 또 다시 압박하며 숨통을 조여오는 건 다름아닌 학자금 대출 상환이다. 좀처럼 빠져나오기 쉽지 않은 악순환의 굴레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우리 청년들 앞에는 수없이 많은 난관이 놓여있다. 청년들은 지금 그 관문을 하나 둘 통과하면서 응당 겪어야 할 통과의례를 치르고 있는 와중이다. 일부 대학생들의 한 끼 해결을 위한 일탈은 다름아닌 그러한 통과의례를 치르던 도중 마찰이 발생하여 생긴 작은 몸부림쯤으로 봐야 한다. 이들의 몸부림과 기행이 씁쓸하고 안쓰럽게 다가오는 건 앞으로 그들이 살아가야 할 삶의 토대가 그다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이러한 몸짓이 자칫 업주들에겐 진상이나 민폐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타인에게 큰 피해를 끼칠 만한 행위가 아니라면 모른 척 뒤에서 그들을 조용히 바라보며 응원해주는 일도 결코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청년들의 치열한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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