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자기반성 않는 '자유한국당'에 미래는 없다

새 날 2017. 6. 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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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추념사를 낭독하고 있을 때다. 이를 중계하던 카메라가 여야 지도부의 모습을 차례로 비췄는데, 참석자 모두가 집중하여 경청하고 있는 순간, 오로지 한 사람만이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됐다. 누가 보아도 졸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이 사람은 다름아닌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이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어느 상황에서건 실수를 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를 범하곤 한다. 정우택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을 줄로 안다. 물론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함이 옳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잠깐 눈을 붙이게 되거나 조는 일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아주 간혹 있다.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할아버지가 연설을 한다 해도 저절로 감겨오는 눈꺼풀은 정말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정우택 대표를 조금 두둔하자면, 최근 원내대표와 당 대표 권한대행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면서 신경 쓸 일이 얼마나 많았겠고, 또한 얼마나 힘에 부쳤겠는가. 열 일 챙기느라 피곤에 절어있을 그가 오히려 안쓰럽다. 


KBS 영상


다만, 자유 대한민국을 부르짖으며 어느 집단보다 안보를 강조해왔고, 아울러 태극기를 흔들면서 애국을 설파해오던 집단의 대표가 다른 날도 아닌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 및 애국정신을 기리는 날 대중들에게 선보인 행동으로써는 썩 적절치 못한 처신임이 분명하다. 그들이 평소 추구해오던 이념이나 사상 그리고 가치와 전면 배치되는 행위를 당 대표가 몸소 실천한 셈이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최근 움직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및 구속과 동시에 방향성을 상실한 채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허다하다. 이는 의석수가 100명이 넘는 거대 정당에 해당하지만, 정작 지지율은 모 여론조사기관의 통계조사 결과 8%대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한 자리 숫자로 수렴해가는, 어딘가 모르게 균형이 맞지 않는 기이한 현상과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를테면 문재인정부의 출범 이후 10년만에 야당이 되어 야성을 되찾으려는 시도로써 인사 등 정책 검증에 사활을 거는 모습은 일정 부분 이해가 되나, 작금의 행동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정책 검증이라기보다 국민을 납득시킬 만한 그 어떠한 명분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오로지 반대를 위한 반대로만 받아들여질 뿐이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빌미로 김이수 후보에게 날 선 비판을 가함과 동시에 그의 헌법재판소장 불가론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편의 희극을 관람하는 느낌이다.  



5.18 북한군 개입 의혹과 5.18 유공자 선정 절차 및 대상자 재조사와 같은 황당한 주장으로 5.18 관련 유가족들의 멍든 가슴을 또 다시 후벼판 세력이 바로 그들이며,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주장하거나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민중반란이라 묘사하고, 심지어 5.18 기념식에서 노래 한 곡조차 마음대로 부를 수 없게 하는 등 관련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었던 그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행적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사과한 적이 없는 집단이 다름아닌 자유한국당이다.


바로 그들이 이명박을 거치며 박근혜정부로 이어져온 9년여 동안 보수 색채가 유난히 짙었던 헌법재판소 구성 아래에서 그에 굴함 없이 묵묵히 인권과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의 기본 정신에 기반한 소수 의견을 꾸준히 내왔던 인사인 김이수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하겠단다. 피해자인 5.18 단체가 김이수 후보자를 기꺼이 이해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유한국당이 그를 못 받아들인다고 하니 세상에 이러한 아이러니가 또 어디 있겠는가.


자유한국당은 6일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시 눈을 감고 집중해 대통령의 추념사 낭독을 들은 것으로, 절대 졸았던 것이 아니다”라며 현충일 추념식 당시 불거졌던 졸음 논란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물론 예측했던 대로의 유치한 해명이다. 당 대표의 부적절한 행위 그리고 그에 따르는 당의 해명은, 흡사 덩치는 107석의 거대 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고작 8%에 머물면서 급전직하의 처지로 내몰린, 비대칭적이며 비정상적인 조합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모양새다. 잘못을 저질러놓고도 결코 반성을 않는, 파렴치한 집단의 막판 몸부림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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