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후속작이 더욱 기대되는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

새 날 2017. 5. 1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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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15명, 개척민 2000명이 탑승한 채 최종 목적지인 식민 행성으로 향하던 거대 우주선 커버넌트호는 뜻하지 않은 돌발 사태로 인해 선장과 개척민 수십 명을 잃게 된다.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여전히 수 년이란 긴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 선내에서 수면 중이던 승무원들은 예기치 않은 이번 사태로 수면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고를 수습하던 찰나, 우주 어딘가로부터 기이한 전파가 전달되고 있음이 감지된다. 이의 추적을 시도하는데... 


전파의 발원지는 비교적 쉽게 확인이 가능한 곳이었다. 최종 목적지에 닿으려면 최소한 7년 여라는 시간이 더 소요되어야 하고, 반면 전파가 시작된 곳은 수십 일이면 닿을 수 있는 지척의 거리였다. 승무원들은 또 다시 장시간 수면 상태에 돌입하는 것을 원치 않는 분위기였다. 전파가 시작된 미지의 행성으로 향하자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선장의 지시에 따라 커버넌트호는 항로를 급변경, 전파의 발원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이윽고 도착한 새로운 행성엔 호흡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양의 대기가 존재하였으며, 물도 있었다.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환경임이 거듭 확인된 것이다. 그밖에 사람을 위협할 만한 요소는 없는지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급히 탐사대를 꾸리고 착륙선을 띄워 행성의 대기권 안으로 진입, 무사히 착륙에 성공한다. 대원들은 총기 등으로 중무장, 본격 탐사에 나서는데...



전파가 시작된 지점을 찾아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던 대원들의 얼굴에는 호기심 반 두려움 반의 기색이 역력하다. 탐사에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전파의 발원지 부근에 도달한 그들이다. 눈앞엔 거대한 우주선이 놓여있었다. 인류의 기원을 찾을 요량으로 탐사에 나선 뒤 실종됐던 '프로메테우스'와 '엔지니어'가 남긴 거대한 흔적들이었다. 



그 때였다. 탐사 중이던 두 대원이 이상 증상을 보인다. 응급처치가 필요했다. 급히 착륙선으로 발걸음을 돌렸으나 애쓴 보람도 없이 두 대원들의 몸을 갈기갈기 찢고 몸밖으로 튀어나온 건 다름아닌 끔찍한 몰골의 에이리언이었다. 에이리언과 대원들이 사투를 벌이던 와중에 착륙선마저 화재로 소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커버넌트호와의 통신도 두절됐다. 에이리언의 공격은 갈수록 집요해지는데...



전작인 '프로메테우스'의 마지막은 머리가 잘린 채 겨우 살아남은 데이빗을 쇼 박사가 수습하고, ‘엔지니어’가 남긴 우주선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이었다. 이번 작품은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의 이야기다. 전작인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의 기원이나 창조주와 관련한 담론을 끄집어냈다면, 이번 작품은 '데이빗'과 '월터'로 대변되는 AI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웨이랜드가 창조한 AI는 학습을 통해 스스로 발전을 거듭하면서 어느덧 인간의 고유 영역인 예술적 창조의 경계마저 넘나들기 시작한다. 곧 도래할 4차산업혁명이 근본적으로는 인류에게 안락함과 편리함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측되지만, 감독은 그 이면의 위협적이면서 어두운 요소까지 놓치지 않고 있었다. 4차산업혁명의 본격적인 도래와 동시에 발생하게 될지도 모를 윤리적인 문제를 조심스레 끄집어낸 것이다. 기술이 발전을 거듭할수록 그의 반대급부로 위협 또한 커진다는 사실을 감지해온 인류는 자신의 고유 범주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이들에게 점차 제한을 가하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월터'는 바로 그러한 피조물 가운데 하나다.



예측을 불허하는 에이리언의 출몰, 그리고 그들과 혈투를 벌여야 하는 인류의 처절한 모습은 감독이 연출한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4차산업혁명의 화두격인 AI적 요소가 가미되면서 스토리는 한층 풍부해졌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일약 여전사로 등극, 마지막까지 생존해있던 쇼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던 것처럼 이번 작품의 여전사격인 대니엘스(캐서린 워터스턴)의 다음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이번 작품보다 차기 작품을 더욱 기대케 하는 요소다. 다만, 다분히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메시지를 품고 있어 개봉 당시 커다란 화제를 뿌렸던 전작 '프로메테우스'의 후속작인 까닭에 그와 비슷하거나 버금가는 기대를 안고 관람한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 있다는 점, 염두에 두자.



감독  리들리 스콧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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