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스타일리쉬한 범죄액션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새 날 2017. 5. 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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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거래 혐의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한재호(설경구)는 그만의 독하고 카리스마적인 면모를 드러내면서 일찌감치 왕초로 자리매김, 담배 판매 등의 이권 사업 독식과 교도관과의 내통을 통해 적어도 교도소 내에서는 거칠 것이 없는 인물로 성장한다. 조현수(임시완)는 교도소에 갓 입소한 신참으로, 나약해 보이고 이쁘장한 외모와는 달리 주먹 깨나 쓰는 죄수들과 맞장을 떠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제압하는 등 패기 넘치는 면모를 드러내면서 한재호로부터 눈도장을 제대로 찍게 된다. 


교도소 내 패권을 쥐락펴락하는 한재호와 겁 없는 신출나기 조현수는 이렇게 인연을 맺는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 한재호의 패권을 위협하는 만만찮은 인물 김성한(허준호)이 교도소에 입소하게 된다. 뒷배가 든든한 그의 등장으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 한재호다. 심지어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일마저 빚어지고 만다.



다행히 조현수가 이에 적극 개입하면서 한재호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끈끈한 관계로 발전, 출소 후에도 함께하기로 의기투합하는데...



한재호와 조현수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 실제로 고병철(이경영)이 운영하는 조직의 불한당이 되어 함께 범죄 활동에 나선다. 한재호는 어릴적 상처가 되어 아물지 않은 성장 배경 탓에 이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높은 담벼락을 쌓아놓은 채 믿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솥밥을 먹으며 생사고락을 함께하던 사람들이라고 해도 그의 눈밖으로부터 벗어나거나 나름의 예리한 촉과 상황 판단력에 따라 잔인한 방식으로 가차없이 내처지기 일쑤다. 한재호가 교도소 내에서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과 출소 후 조직의 권력을 감히 넘볼 정도의 역량을 갖춘 건 모두 그러한 그만의 뛰어난 혜안과 자질 덕분이다.



한재호의 예리하고도 통찰력 있는 눈에 비친 조현수라는 신출나기 인물은 사실 의심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도움을 주고받는 등 줄곧 의지하면서도 각자의 셈법에 따라 동상이몽을 꿈꾸며 끊임없이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는 그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울러 조현수에게 처해지는 상황이 꼬여가고 곤란해질수록 두 사람 사이엔 묘한 동료애, 아니 동병상련 따위의 감정이 깃들기 시작한다. 의심과 믿음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하던 와중에 두 사람의 관계는 왠지 더욱 굳건해져가는 느낌이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스크린 위를 장식하던 한재호의 그 묘한 너털웃음은 그가 살아온 생애처럼 헛헛한 느낌이 아닐 수 없다. 설경구라는 20년 연기 배테랑이 내뿜는 배우로서의 카리스마는 스크린 전체를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 커다랬다. 여기에 풋풋한 임시완의 연기가 더해지니 제법 신선한 조합으로 다가온다. 몸을 사리지 않던 그들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무수한 남성들, 그것도 온몸에 흉측한 문신이 그려진 조폭 사이에서 당당하게 쏟아붓던 유일한 여성 천팀장(전혜진)의 거친 발언은, 켜켜이 쌓여있던 우리의 배설 욕구를 대리 만족시켜준다. 카타르시스다. 



범죄 액션을 표방하는 영화는 그동안 참 많았다. 조폭이 등장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장면은 흔하디 흔한 이쪽 장르만의 특징이다. 이 작품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전형적인 범죄 액션물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숱하게 쏟아져 나온 비슷한 장르의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과연 어디일까?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스타일리쉬한 신을 통해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춰 나가는 것과 같은 참신한 재미를 맛볼 수 있게 한 건 아마도 사전에 감독에 의해 치밀하게 계산된 결과 덕분이 아닐까 싶다. 아울러 서로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혼탁하고 비열한 세상 속에서, 심지어 동료 사이에서도 배신과 악행이 난무하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의리와 믿음이라는 연결고리에 의지한 채 끝까지 악전고투하는 두 주인공 설경구와 임시완의 열연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물론 김희원, 이경영, 전혜진 등 수많은 조연들의 맛깔난 감초 연기 또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한다. 



감독  변성현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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