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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에 위치한 스웨덴의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린다. 비교적 한적한 지역인, 우리식으로 표현하자면 빌라에 해당하는 공동주택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던 오스칼(카레 헤레브란트)은 유약하기 짝이없는 12세 소년이었다. 덕분에 동급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방과후 그에게 가해지는 물리적인 괴롭힘 따위는 일상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오스칼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떠올리면서 가상의 분풀이를 하는 방식이 유일했다. 이를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도울 수 없는 처지가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바로 옆집에 한 소녀가 이사를 오게 된다. 이엘리(리나 레안데르손)라 불리는 소녀였다. 창백한 얼굴에, 어딘가 모르게 불안감이 엿보이는 소녀였으나 오스칼에게는 왠지 묘한 끌림이 전해졌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터라 친구라곤 일절 없던 오스칼에게 있어 그녀가 문득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게 된 건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와의 접촉 횟수가 늘어나고, 점차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다가서던 순간, 그들이 사는 작은 마을에서는 기이한 살인사건이 자꾸만 발생하는데...



John Ajvide Lindqvists의 소설 “Let the Right One In”이 이 영화의 원작이다. 2008년 개봉 당시 '렛 미 인'은 에딘버러국제영화제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전세계 8개의 영화제에서 각종 비평가상을 휩쓸며, 그 해 최고의 작품으로 등극한 바 있다. ‘가장 아름다운 공포’, ‘보기 드문 사랑이야기’, ‘가장 서정적인 호러’ 등 평단의 극찬이 이어졌다. 


실제로 결코 들뜨지 않고 절제된 듯 시종일관 차분하면서도 감각적인 영상과 적재적소에 배치된 서정적인 배경 음악은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오스칼은 항상 칼을 소지하고 다녔다. 이는 한없이 유약하기만 한 자신에 대한 일종의 보호장치이자 괴롭힘을 향한 저항의 몸짓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하여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에게 칼을 실제로 휘두를 용기가 그에게 존재했던 건 아니다. 아니 전혀 없었다. 



기껏해야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들이 내뱉던 끔찍한 발언을 그의 입으로 되뇌이면서 집앞에 심어진 애꿎은 나무에 칼을 휘두르는 등 엉뚱한 대상에게 화풀이하는 행위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이엘리는 외양은 사람의 형상을 띠고 있으나 본질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벰파이어였다. 때문에 오로지 어둠 속에서만 활동이 가능하며, 오스칼을 비롯한 모든 인간은 그저 그녀의 식량에 불과할 뿐, 애초 교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존재였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엔 이렇듯 온통 허점투성이인 두 사람은 만남의 횟수가 늘어나고 서로를 점차 알게 되면서 상대방에게 자석처럼 더욱 끌리기 시작한다. 각기 더 이상 다가설 수 없는 이종(異種) 관계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알 수 없는 강력한 인력은 그러한 물리적 한계마저도 뛰어넘게 한다.



사랑일까? 그렇다. 비록 12살 소년 소녀의 풋풋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몸짓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이 역시 엄연히 사랑일 테다. 이렇듯 두 사람의 사랑에는 이성과 이종 관계를 뛰어넘는 무언가 묵직함 따위가 내포돼 있다. 비단 인간과 벰파이어라는 물리적인 한계 때문만은 아니다. 오스칼과 이엘리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용기와 영감을 불어넣으며 상대방을 성장시켜 나간다. 



한없이 유약한 까닭에 동급생들에게 늘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주변으로부터 전혀 도움을 구하지 못하고 이를 혼자 삭이느라 심신의 상처가 곪아가던 오스칼이었으나 이엘리의 등장과 함께 모든 상황은 점차 변모하기 시작한다. 오스칼이 체력을 기르기 위해 방과후 운동부에 가입한 건 평소 같았으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었고, 자신을 괴롭히는 동급생을 그보다 자신이 먼저 후려치는 과감성을 갖춘 것 또한 놀라운 변화 중 하나였다. 



즉, 이 영화는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벰파이어를 등장시키며 공포와 호러 그리고 스릴러 장르를 표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학교에서는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는 오스칼, 아울러 인간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기는 하나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처지인 이엘리와 같이, 이 세상에서 주목받지 못한 채 은둔생활을 하며 숨죽이고 살아가는 마이너들의 본격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손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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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7.04.03 09:54 신고

    요즘 영화 보기가 참 만만치 않네요
    시간내기가 예전만 못합니다 ㅡ.ㅡ
    좋은 영화는 많이 개봉되는데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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