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아련한 첫사랑.. 설렘 주의 '말할 수 없는 비밀'

새 날 2017. 3. 3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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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학교로 새로 전학오게 된 상륜(주걸륜)은 어느날 교내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에 홀려 발길이 절로 그곳을 향하게 된다. 음악실이었다. 피아노 소리는 이미 멈춘 뒤였으나 다행히 이를 연주하던 소녀 샤오위(계륜미)는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었다. 무언가 신비한 느낌으로 와닿던 피아노 연주처럼 사오위의 존재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묘한 끌림이 전해지는 소녀였다. 이렇게 인연이 닿은 그녀는 그와 함께 수업을 듣거나 방과후 자전거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학교에서 보이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결석이 잦았다. 상륜은 그런 그녀가 무척 궁금했다. 샤오위를 처음 만나던 날 그녀가 연주했던 곡이 무어냐 묻거나, 왜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때마다 '그건 비밀이야'라는 답변만 돌아오기 일쑤였다. 온통 비밀투성이인 소녀였다. 그럴수록 그녀에 대해 더욱 궁금해지며 가까워지고 싶은 생각이 절실해지는 상륜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샤오위에겐 치명적인 질병이 존재했다. 천식이었다. 덕분에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올랐으며, 심하게 활동하거나 흥분을 해서는 안 될 만큼 그녀의 신체는 유약하기 짝이없었다. 학교에 자주 빠지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아름다운 바닷가 풍광이 드넓게 펼쳐진 벤치 위에 앉아 두 사람이 나누는, 한없이 조심스럽기만 한 첫 키스는 왠지 내 가슴마저 두근거리게 한다. 상큼하다 못해 달짝지근한 느낌이다. 동시에 흘러나오는 기타 연주곡은 왜 그리도 아름다운지..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법한 아련한 첫사랑의 감성이 다름아닌 이러한 느낌일까? 하지만 천식을 앓고 있는 샤오위에겐 이러한 첫사랑의 가벼운 키스마저도 늘 조심스럽기만 하다. 



샤오위가 앓고 있는 천식은 상륜과 그녀의 애틋한 인연을 방해하는 물리적인 인자이자 이 작품을 뻔한 신파극에 이르게 하는 매개 역할을 하는 듯싶지만, 영화가 점차 절정으로 치닫고 로맨스로부터 판타지적 장르로의 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둘의 인연을 더욱 끈끈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시종일관 아름다운 풍광을 뽐내는 시각적인 자극과 주걸륜의 천재적인 감각을 읽을 수 있는 피아노 연주를 통한 청각적인 자극은, 두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연기력으로 담아내던 아련한 감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직접 주연을 맡고, 각본과 연출, 음악까지 1인 4역을 모두 소화해낸 주걸륜의 천재적인 감각이 이 작품의 일등공신임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그가 극 중에서 선보인, 현란한 피아노 배틀 신은 영화 '라라랜드'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직접 연주하던 그 유명한 신마저 가볍게 뛰어넘는다. 


전문가가 아닌 시각으로 보더라도 이미 상당한 경지에 오른 느낌이다. 더욱 놀라운 건 작품 속 OST 모두를 주걸륜이 직접 작곡했다는 사실이다. 가히 천재적이라 할 만하다. 여 주인공인 샤오위 역의 대만 배우 계륜미도 영화의 감성적인 측면을 한껏 살리는 데 일조한다.



계륜미의 비주얼은 신비로우면서도 청순함을 간직한 샤오위의 이미지와 기가 막히게 잘 매치된다. 천식을 앓는 여리디 여린 소녀적 감성의 여성 이미지로써는 제격이 아닐 수 없다. 마찬가지로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역량을 맘껏 뽐냈던 주걸륜 역시 어딘가 모르게 우리 배우 강하늘의 이미지와 닮은 비주얼 덕분에 작품 몰입에 상당히 도움이 됐다. 


결과적으로 두 주연 배우의 훌륭한 비주얼이 극의 아련한 감성을 한껏 살리는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뛰어난 영상미와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 그리고 애틋한 스토리까지, 중국 계열의 영화에 대한 선입견과 우려를 싹 씻어낼 수 있을 정도로 이 작품은 우리의 감성을 촉촉히 적셔온다.



이 영화는 2008년 한국에서 개봉하여 1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2015년에 재개봉한 바 있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는 대만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곳으로 담강 중학교와 레스토랑 Mr.J를 꼽는다. 전자는 이 영화의 대표 촬영지이자 남자 주인공인 주걸륜의 실제 모교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후자인 레스토랑 Mr.J에서는 영화 속에서 등장했던 피아노의 실체를 직접 확인 가능하다고 한다. 



더욱 흥미로운 건 우리나라의 한 영화 제작사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판권을 이미 구매하여 최근 시나리오 작업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감독을 물색하고 있는 상황이며, 감독이 확정되는 대로 캐스팅 작업을 거쳐 내년쯤 촬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색깔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될지 자못 기대된다. 특히 배우이자 감독 주걸륜이 실제로 모두 소화해낸 것으로 알려진 피아노 배틀 등의 연주 신을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배우가 맡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연주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영화 속 잔잔한 감흥을 과연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는 리메이크판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최대 관전 포인트이자, 기대 반 우려 반인 지점이기도 하다.



감독  주걸륜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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